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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ㅣ류이치 사카모토ㅣ음악가의 회고

지난 봄, 그가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곡 몇 곡, 영화음악 작업도 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음악가였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음악가는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갔을까 궁금하여 읽어보았다. 책은 밀리의 서재에도 있고 나는 전자책을 선호하지만, 양장본에 디자인도 멋진 책이라 종이책으로 끝까지 읽었다. 제목은 저자 본인이 남긴 말은 아니고 수십년 전 작업했던 영화에 나오는 대사이자, 그 영화의 원작 소설에 나온 문장이다. 책에는 그 유명세에 비해 잘 알지 못했던 음악가라 몰랐던 작업과 내용들이 가득이었다. 그리고 대충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카데미상을 진작에 수상한 것도 제대로 몰랐었고, 원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 것, 사회..

독서기록 2023.08.25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ㅣ양정무ㅣ그림 알아가는 재미

책 제목인 난처한은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의 준말이다. 미술사 시리즈 도서였고 벌써 여러 권 책이 나왔는데 처음 알았다. 나는 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가기 위해 찾아보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기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양정무 교수는 예썰의 전당 프로그램 출연자로만 알고 있었지 책은 읽은 적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재밌게 쓰시는 줄 몰랐다. 저자가 다급하게 전시에 맞춰 이 책을 집필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유학생활 이야기) 바로 작품을 보러 가서 감상만 하는 것보다, 미리 어느 정도 배경을 알고 가면 훨씬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충격 받은 건, 내가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방문했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까맣..

독서기록 2023.08.24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ㅣ데이비드 이글먼ㅣ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한 우리의 뇌

뇌는 엄청나네! 인간은 굉장히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구나. 아기 때 방치되면 나중에는 상호작용을 영영 못한다니.. 신기한 기술도 많이 나오는데 핵심은 뇌는 환경과 우리 몸에 맞춰 변화한다는 거다. (두 발로 걷는 개는 진짜 신기했다.) 언어 등 특정 분야에서는, 뇌가 굳기 전 어린 시절이 되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영어 조기교육에 집착하는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언어의 영역 만큼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나중에 기억을 못할지라도 어릴 때 해외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겠지? 교육적인 거 말고 정서적으로도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고 존중 받고 자신감 있게 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애 키울 준비가 안 됐으면 안 낳는 게 맞다. 로봇도 하드웨어가 아닌..

독서기록 2023.08.22

연수ㅣ장류진ㅣ재미 있는 소설

장류진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요즘 똑똑한 80-90년대생 여자들 감성이 잘 담겨 있어서다. 엄청나게 깊이 있거나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일단 읽는 내내 재밌다. 그리고 가벼운 듯하지만 읽고 나면 생각해볼 거리도 있다. 심각하지 않고 밉지 않는 인물이 주로 나오는데 시의성이 뛰어나다. 연수 펀펀 페스티벌 공모 라이딩 크루 동계올림픽 미라와 라라 이렇게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제일 웃겼던 건 였고 공정성이라는 화두에 대해 작가 특유의 유쾌함으로 풀어낸 것 같다. 제일 혼란스러웠고 주변 사람들과 얘기해보고 싶은 건 였다. 물론 나는 주인공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다. 을 읽고서는 주인공이 화목한 집에 대한 동경이 있는 건가, 스케이트 유망주는 왜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도록 설정한 걸까 싶..

독서기록 2023.08.20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ㅣ최은영ㅣ섬세한 감수성과 감탄이 나오는 표현

역시 이 작가는 사람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그 정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애정도 순도 100%의 애정이 아니라 애증을 잘 표현하고, 애정만으로 어떻게 안 되는 것, 견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 처연함도 깔려 있다. 그리고 특정 부류의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많이 느껴본 것 같다. 특히 생각 없이 말을 내뱉어 상처를 주는 무례한 사람들. 이 책에 나온 남자 어른은 한 작품을 제외하면 폭력적이거나 무능하거나 가족에게 무심하거나... 그런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그걸 소설로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여성과 남성이 화합하고 연대하는 글 또한 써주길 바라게 된다.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었던 작품이다. '빛나는 젊은 강사였던 그녀가 더이상 내가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

독서기록 2023.08.19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ㅣ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ㅣ목적 있는 다정함

요즘 읽기 아주 적당한 책이었다. 불특정 다수와 안 섞이고 내 맘에 드는 사람이랑만 어울려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나도 친한 친구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무자비하고 자신의 잇속을 잘 챙겨먹는 인간이 잘 살아남는 것 같은데 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할까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고 나니,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이 내가 생각했던 다정함과는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이 진짜로, 찐으로 다정하다는 의미보다는 내 생존을 위해 친근하게 대하고 협력하고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는 쪽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내집단끼리 똘똘 뭉쳐 카르텔 형성하는 것이나 외집단은 배척하고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고 좋아하는, 굉장히 별로인 인간 군상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나에겐 흑인 친구도 백인 친구도..

독서기록 2023.08.18

쇼코의 미소ㅣ최은영ㅣ인간관계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완독했다. 역시 오늘 안 하는 일은 내일도 안 하게 또는 못하게 된다. 그러니 오늘 해야 한다. 몇 년만에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기에 그래도 신작보다 구작을 먼저 확실히 끝내야 할 거 같아서 부랴부랴 빌렸다. 출간일을 보니 7년 전이다 벌써...! 친구에게 이 소설에 대해 들었던 그 날이 무려 7년 전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아직까지도 이 소설이 인기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여전히 인기 대출도서고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는 걸 보았기에 아주 많이 사랑받은 작품인 건 틀림 없다. 최은영 작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마음이 닿는 것 또는 닿지 못하는 것, 외국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 국가가 저지른 부당함 에 관심이 많..

독서기록 2023.08.17

트러스트ㅣ에르난 디아스ㅣ2023 퓰리처상 수상작

퓰리처상 선정 이유 : 서로 다른 문체로 쓰인 연결된 내러티브들을 통해 가족, 부, 그리고 야망을 탐구한다. 자본주의가 왕인 나라에서의 사랑과 권력에 대한 다층적인 고찰. 이 소개 문구를 보고 너무나 흥미로워 읽게 된 소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우선 배경이 현대일 줄 알았는데 1900년 전후이다. 월스트리트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위의 글을 읽어도 글쎄 살짝 갸우뚱이다. 읽을수록 이 소설은 ‘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지?’ 싶었지 지루하진 않았는데 지루하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꽤 많네. 난 문장이 미묘하고 섬세하고 세련되고 표현력이 좋다 느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 실마리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리 어렵진 않다. 책에 대해서 마음껏..

독서기록 2023.08.07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ㅣ웨인 다이어ㅣ명상하듯 읽어보기

국내 출간 후 그다지 주목을 끌지는 않았다가 최근 유튜브에서 이하영 성형외과 의사의 추천으로 무섭게 역주행한 책이다. 어려운 철학을 설파한다기보다는, 짧은 글들을 통해 삶의 지혜와 영적인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초반부를 읽을 땐 너무 별로라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좋았다. 짧은 글이 이어지는 형식이라 어렵지 않은 책이지만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아주 어려울 수도 있겠다. 자기 인생을 생각하며 읽으면 좋은 책. 28)당신은 당신의 존재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우주다. 비교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영원한 도와 조화를 이루는 유일한 길. 104)내 스승인 인도의 현자, 니사르가닷따 마하라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혜는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아는 것이다. 사랑은 내가 전부임을 아는 것이다. ..

독서기록 2023.08.04

피터 틸ㅣ토마스 라폴트ㅣ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거물

피터 틸의 책은 이 유명한데 어디선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피터 틸이란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많은 정보가 실려 있는 책이다. 피터 틸이란 인물은 IT나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본 적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에는 비교적 그 명성이 덜 알려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거물이란 걸 이번에 알았다. 2015년에 한국에 와서 강연하고 정치인도 만나고 했던 적이 있더라. 당시에 전혀 몰랐다. 페이팔 공동창립자,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데 오픈AI 공동창립자이기도 하고,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 마피아 중에서도 핵심적인, 대부 같은 인물? 나는 피터 틸이 게이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거액의 소송 자금을 비밀리에 제공함으로써 고커 미디어를 망하게 한 것도 처음 알았고, 그게 아마..

카테고리 없음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