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여성 47

자유의 가격ㅣ신미경ㅣ자유는 얼마면 살 수 있을까?

작가는 서울에 17년 살았고 성수동 회사에 다니고 45살에 은퇴를 꿈꾸는 여성인데 월 120만원을 최저생계비로 잡고 생활하려고 한다. 은퇴자금이 수십억인 사람 책도 보고 이렇게 쥐어짜서 최소 소비로 살겠다는 사람 책도 본 결론은, 이런 문제에 정답은 없고 나의 생활 수준과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가 중요하겠다는 것이다. 수십억 있다고 해서 노후 걱정이 없는 게 아니더라 그만큼 소비 수준이 높아서.   젊을 때는 분명 공짜였던 것들이 있다. 반짝이는 피부, 풍성한 머리카락, 오래 걸어도 부드러운 무릎 관절과 가끔 밤을 새도 크게 축 나지 않는 체력과 올곧은 체형까지도. 무료 체험 기간도 오래여서 30여 년 이상을 조금씩 기능은 떨어지지만 아직은 괜찮아, 하는 수준으로 누리며 산다. 그런데..

독서기록/여성 2024.11.25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ㅣ최승범ㅣ남성 교사의 여성주의 공부

박정훈 기자님 책에서 언급되어 읽게 된 책이다. 남성 교사인 저자가 어떻게 여성주의를 접했고 학교에서 남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는지가 나오는 책이라 해서 기대를 갖고 읽어보았다.저자는 남자 시각에서 한국에서 살면서 겪은 일상(가정생활, 학교생활, 직장생활)을 토대로 여성주의에 대해 써서 매우 좋았다. 읽으면서 끄덕끄덕 공감하게 되는 구절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200쪽 남짓이라 두껍지도 않고 글씨 가독성도 좋아서 여성주의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책의 끝에서는 이어서 볼 다른 책들도 잔뜩 추천해주셨다. 얼마 전에 친구와 얘기했던, 내가 보기엔 A=B=C=D로 이어지는 같은 결의 가치가 누군가에게는 어째서 A=B=C이면서 D로는 연결이 안 되는 걸까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잠깐..

독서기록/여성 2024.11.20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ㅣ이미리내ㅣ정해영 역ㅣ천천히 무르익은 예술가

이 책은 영어 소설이다. 이미리내 작가는 성인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만 살았고 한국의 정규 교육을 받은 한국인 여성인데, 20대에 미국에 살다가 나중에 홍콩으로 넘어가서 모국어인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자신의 소설을 낸 것이다. 이 스토리를 알고서 어떻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설을 냈을까, 그리고 그 소설이 어떤 점으로 인해 평단의 찬사를 받았을까 궁금했다. 소설은 한국의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다루고 있는데, 깊고 섬세하고 숙연하고 장엄하여 몰입해서 읽었다. 감정을 멈출 수 없는 글이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소설.  책을 보니 번역은 전문 번역가가 진행했다. 처음에는 작가 본인이 한국어가 모국어인데 왜 한국어 번역을 본인이 직접 안 했을까 싶었다. 나라면 ..

독서기록/여성 2024.11.19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ㅣ케이트 가비노ㅣ이은선 역ㅣ인생과 책을 사랑하는 여자들

필리핀계 미국인 여성 케이트 가비노가 쓰고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내용은 사회초년생인 아시아계 미국 여성 세 친구의 출판계 커리어를 위한 고군분투기인 동시에 아래층에 사는 90세의 부커상 수상작가 할머니와의 인연을 다룬다.감성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아시아계 미국인 중에서도 내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필리핀계 작가라서 흥미로웠다. 한국 문화도 종종 언급되어 반갑다.열심히 살고 책을 사랑하는 여자들 이야기가 재미 없을 리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친구들과의 우정이 주는 유대감과 연대감청년이 겪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연애, 결혼을 둘러싼 고민들과 각자 다른 선택. 할머니의 자서전에 왜 남자 얘기가 없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왔다가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건..

독서기록/여성 2024.11.13

엄마 아닌 여자들ㅣ페기 오도널 헤핑턴ㅣ이나경 역ㅣ아이 없는 여성의 삶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이라는 부제를 보고 읽고 싶어졌다. 현대 사회에야 비출산하는 여성도 많지만, 아이를 낳는 게 당연했던 과거에도 아이가 없었던 여자들이 존재했다면 그들은 누구였고 어떻게 살았을까? 이런 의문을 갖고 시작했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명료해졌다기보다는 마음이 더 복잡해진다. '엄마 되기'에 대한 공부는 계속해봐야겠다. 이제는 여자들이 선택해서 아이를 안 낳는다고 하는데, 정말 그게 맞나? 선택이라는 단어에는 전적으로 저출생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함의가 있다? 과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는가?"엄마인 여자와, 아닌 여자를,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말자. 공동체의 육아를 지향하고, 내새끼와 니새끼를 극명하게 가르는  가족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결론인데,..

독서기록/여성 2024.11.06

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ㅣ박정훈ㅣ남성이 말하는 여성혐오

이라는 책을 쓰신 박정훈 기자님의 책이다. 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야 봤다. 이 분은 국내에서는 (내가 아는 한) 드문 남성 페미니스트이다. 책은 맞는 말 대잔치다. 전국민이 읽었음 좋겠다.이 책을 읽고 다른 한국 남성 페미니스트가 쓴 책도 궁금해져서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현직 교사가 쓰신 책이던데 매우 기대된다.  31) 특히 중년 남성들이 '나 잡혀 살아' 혹은 '요즘은 여자들 팔자가 더 좋아'라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를 '피해자화'하는 행태는, 2030 안티페미니즘의 기저에 있는 남성 약자론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둘 다 엄살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착각도 고백도 하지 마시길이성애자 남성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른다. 자신의 존재가 여성에게 위협적..

독서기록/여성 2024.11.04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ㅣ마르가레타 망누손 ㅣ임현경 역ㅣ90살 할머니의 글

읽으면서 참 운이 좋은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에서 겪었던 위험한 일이나 죽을 뻔하다가 병원에 실려가서 조치 바로 받고 장수하고 계신 것도 그렇고 하고 싶은 예술을 하면서 원만한 부부관계로 다섯 자녀를 낳고 잘 살았던 것도 그렇고 외국 생활을 하면서 차별이나 냉대를 크게 겪지 않앗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도 옆집에 자식이 둘이나 살고 있다니.. 정말 럭키한 할머니 아닌가. 나쁜 의미로 비꼬는 말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나이들어 갈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나도 90살에도 읽고 쓰고 생각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읽는 사람. 그 나이에도 여전히 예술을 가까이 하고 나만의 취향이 있고 꿈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여든 넘어서 첫 책을 내고 90살에도 나의 전시회를 꿈꾸면서 살 수 ..

독서기록/여성 2024.10.31

나는 거기 없음ㅣ곽예인ㅣ여자들을 응원하며

참신한 젊은 여성 작가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 정보만으로 읽은 책이다.읽을 때 보니 작가는 95년생이었고 90% 레즈비언이라 자신을 소개했으며 본업은 사진가이다. 도서관에서 조금만 읽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절반을 읽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집에 돌아와 그 날 다 읽고 잤다.그만큼 흡인력 있는 글이었다.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위고 출판사였는데, 책의 만듦새도 아주 맘에 들었다. 별다른 예상 없이 읽은 글이라 어떤 글이 나왔어도 예상 밖이었겠지만, 그럼에도 생각지 못한 내용의 연속이었다.'예쁜 여자는 예뻐서 고통받는다'는 말이 떠올랐다.저자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수 년을 사귄 오랜 남자친구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다정하고 좋은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자신은 여성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

독서기록/여성 2024.10.30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ㅣ이반지하ㅣ웃긴 책

예전에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작가이자 화가인데,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그간 이 책 외에 다른 책도 내셨고 잘 살고 계셨구나 싶어 반가웠다. 원가족과 있었던 갈등, 고급 호텔에서 일하며 겪었던 일이 이번 책에도 종종 나온다. 살면서 힘든 일도 많지만, 그럼에도 유머와 위트가 넘쳐서 책 읽으면서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르겠다. 진짜 웃기다. 심지어 전작은 제목이 . 이번 책에서 특히 레즈비언의 눈으로 본 이성애 결혼식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성애 결혼식에 간 게 15년 만이라는 게 놀라웠다. 작가가 직접 만든 단어라는 '정상 서포터'의 뜻도 의미심장하다. 책의 힘으로 나와 같은 세상에 살지만 다른 상황에 있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다음 책도 기대..

독서기록/여성 2024.10.15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ㅣ리베카 솔닛ㅣ김명남 역ㅣ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그 책

예전부터 페미니즘 입문서로 유명했던 책으로 기억한다. 를 쓰신 남성 저자가 여성주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된 책으로 소개했는데, 이후 만난 친구도 본인 인생을 바꾼 책 중 하나로 언급해서, 내가 혹시 이 책을 안 읽었다면 당장 읽어봐야겠다 싶어 찾아보니 읽지 않은 책이 맞았다. 참고로 나의 입문서는 로 기억한다.  책 시작부터 나오는 에피소드가 매우 흥미롭다. 어떤 부자 중년 남성이 주최한 파티에서 최근에 나온 책에 대해서 (그 책을 읽지도 않고 언론에 실린 리뷰만 읽고서) 아는 척을 해대는데 그 책이 바로 리베카 솔닛 본인의 신간이었고, 그 사실을 알려줬음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저자 본인 앞에서 맨스플레인을 시전했다는 거다. 실화였다. 책 쓴 사람 앞에서 읽지도 않은 책을 일장연설이라니...! 물론 이..

독서기록/여성 202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