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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ㅣ양귀자ㅣ다시 읽자 다르게 다가오는

1998년 여름에 출간되어 아직까지도 소설 베스트셀러에 빠지지 않는 그 소설, 이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 읽었지만 이번에 친구가 처음 읽는다 하여 친구와 소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나도 다시 한 번 읽었다.과거에 읽고 쓴 리뷰를 보니 상당히 단편적으로 느꼈음을 알 수 있었다. 결혼 진짜 신중하게 해야 돼, 가정폭력 미화 같아서 불편해.. 정도의 감상.요즘엔 세상의 모순, 내 자신의 모순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중이라 그런지 이 책에서 모순들이 더 잘 다가왔다. 가정폭력범 아빠를 사랑한다는 모순집에 들어오지도 않는 주제에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모순다 가졌는데 죽음을 선택한 이모라는 모순가진 게 없는데 활기차고 행복한 엄마의 모순 (친구는 방어기제로 느껴져서 안타까웠다고 했지만)부족함 없는 나영규보다 가..

독서기록 2024.12.08

트렁크ㅣ김려령ㅣ2024년 드라마의 2015년 원작 소설

넷플릭스 시리즈 의 원작 소설이다. 소설을 쓴 김려령 작가는 이미 영화화되고 평도 좋았던 의 원작자이기도 해서 도 재밌겠다는 기대를 안고 드라마를 보기 전에 먼저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시리즈의 캐스팅과 작가의 전작으로 미루어 짐작한 결(분위기)과 너무 달라서. 그리고 무려 2015년에 나온 거의 10년 전 소설이었다.  소설 분량은 매우 짧았다. 그리고 읽으면서 기분이 좋기 힘든 내용이다. 분위기가 그렇다. 캐릭터도 이해가 잘 안 간다. 드라마와 다르게 원작은 여자 주인공인 노인지 입장에서만 진행되고 남편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묘사되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니까 원작에 살을 정말 많이 붙여서 드라마화했다. (그럼에도, 4화를 보고 있는데 어째서 이 드라마를 만든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

독서기록 2024.12.07

채식주의자ㅣ한강ㅣ이제야 읽은 그 유명한

수 년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이 '읽어야지'가 흔히 그렇듯 그 시간이 오래 될수록 '읽어야지'로만 남는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전국민을 놀라게 한 기쁜 소식이 있은 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은 친구의 책은 아래 표지가 아니라 갈색의 예전 표지였다. 가부장제, 사회적 기준이라는 폭력과 억압고작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갑분싸가 되고 아내라면 모름지기 이러이러한 역할을 해야 하고인간이라면 고기는 반드시 먹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써서라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닌 폭력성에서 벗어나려면 영혜처럼 될 수밖에 없는 건가자유로워지려면 그 정도까지 가야 하는 건가, 그만큼 어렵다는 건가'정신줄'이라는 말이 있다. 그 줄 하나만 놓으면 인간은 미..

독서기록 2024.12.06

이중 하나는 거짓말ㅣ김애란ㅣ아프지만 따뜻한

혈연인 인간보다 피도 안 섞인 개랑 도마뱀이야말로 지우, 소리, 채운의 가족이다. 인간에게는 마음 줄 곳, 삶을 지탱하게 하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소설 안에 상처가 진짜 많다. 그럼에도 잘 쓰는 작가들이 그렇듯 따스한 이야기다. 가정폭력 처벌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아저씨가 지우한테 말하는 “나를 떠나지 말고, 나를 버려라”는 무슨 뜻일까..몇 번 생각해봤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새를 그렸는데 그걸 본 누가 개를 잘 그렸다고 하는 건 자기 맘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까?왜 개도 도마뱀도 결국은... 상실과 상처는 필연인가.희생은 사랑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말 너무 좋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기 때문에. 사랑하니까 희생도 감내할 때가 있는 거지, 희생이 곧 사랑인 건 아니다.  ㅡ어둠 속에서 ..

독서기록 2024.12.05

판결 너머 자유ㅣ김영란ㅣ판결문으로 생각하기

저자는 근대법을 들여온 이래로 가장 많이 변한 분야가 가족관계인 것 같다고 했다. 먼 길을 왔지만, 갈 길도 멀다는 생각이 든다.  법과 관련된 책도 꾸준히 읽어야 될 것 같다. ㅡ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미성년자의 복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합치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구체적인 실현에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였다. 친생부모가 겪고 있는 어려움 때문에 조부모가 입양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판결로 막는 것이 미성년자의 복리를 더 해치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여서 조부모가 입양을 허가해달라고 법원으로 오기 이전에 이 아이가 차별이나 소외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 (이걸 보면서 친구가 고민한 장..

독서기록 2024.12.04

1인 출판사의 슬픔과 기쁨ㅣ조은혜 외ㅣ1인 출판사 대표들의 이야기

책을 좋아하게 될수록 책을 만드는 일과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책을 볼 때 출판사도 함께 보게 되었다. 이 책은 1인 출판사 대표님들 여럿이서 각자 자기 출판사 운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써서 모아낸 책인데 다들 하나같이 돈 얘기를 하셨다. 책이 너무 좋고 책 만드는 걸 너무 사랑하지만, 책이 안 팔려서 돈 문제로 힘들었다고. 그럼에도 계속해보겠다고. 그래서 제목도 슬픔을 기쁨보다 먼저 쓴 거 아닐까 싶었다. 예상 대로 규모 있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도 있지만, 전혀 출판과 관계 없는 일을 하다가 뛰어든 분들도 있었다. 출판사 일이 궁금했는데 현실을 완전 직시하게 하는 책이었다. 1인이나 소규모 출판사가 내 생각보다 훨씬 출판계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략 어떤 프로세..

독서기록 2024.12.02

자매일기ㅣ박소영 박수영ㅣ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지하는 동료이자 자매의 이야기

홍대에 위치한 박정민 배우의 서점에 들른 적이 있었다. 본인이 쓴 에세이도 훨씬 앞서 출간한 적이 있고, 그 후로도 가끔 글을 쓰는 것 같아서 책과 글에 애정이 큰 배우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출판사를 시작한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책을 냈을 때는 본인의 이름을 앞세워 홍보하는 것을 지양했다고 한다. 본인의 인지도를 이용해서 치트키를 쓰는 것 같았다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본인의 이미지보다 믿고 글을 맡겨준 작가들을 생각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다고 심경에 변화가 생겨 두 번째 책인 이 책부터는 여기저기서 많이 언급을 하는 듯 했다. 서점에 가서도 도서관에 가서도 이 책을 만났다. 마침 요즘 출판사들에도 관심이 많았고 동물권도 공부하고 싶었는데, 동물권을 중시하는 두 자매가 썼다고 해..

독서기록 2024.11.28

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ㅣ안톤 허ㅣ문학 번역가의 역할과 생각

한국 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에세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굉장히 많았다. 한국 문학 전문 번역가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고, 그들이 번역 작업 외 얼마나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출판계에서 번역가의 지위가 그렇게 낮고, 번역가에게 어떠한 질문이 실례인지, 부커상을 비롯한 국제 문학상에서 번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 우선 나부터도 번역가를 '대체 가능한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고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잘 한 번역은 당연한 거고, 못 한 번역은 나를 화나게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서 내 블로그 제목에도 번역가의 이름을 기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가 영어권에 소개했다는 소설 도 읽어보았다.  책에 실린 저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

독서기록 2024.11.27

자유의 가격ㅣ신미경ㅣ자유는 얼마면 살 수 있을까?

작가는 서울에 17년 살았고 성수동 회사에 다니고 45살에 은퇴를 꿈꾸는 여성인데 월 120만원을 최저생계비로 잡고 생활하려고 한다. 은퇴자금이 수십억인 사람 책도 보고 이렇게 쥐어짜서 최소 소비로 살겠다는 사람 책도 본 결론은, 이런 문제에 정답은 없고 나의 생활 수준과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가 중요하겠다는 것이다. 수십억 있다고 해서 노후 걱정이 없는 게 아니더라 그만큼 소비 수준이 높아서.   젊을 때는 분명 공짜였던 것들이 있다. 반짝이는 피부, 풍성한 머리카락, 오래 걸어도 부드러운 무릎 관절과 가끔 밤을 새도 크게 축 나지 않는 체력과 올곧은 체형까지도. 무료 체험 기간도 오래여서 30여 년 이상을 조금씩 기능은 떨어지지만 아직은 괜찮아, 하는 수준으로 누리며 산다. 그런데..

독서기록/여성 2024.11.25

시대예보 : 호명사회ㅣ송길영ㅣ내 맘을 알아주는 것 같은 이야기

전작인 가 본격적으로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리기 전, 너무나 재밌게 읽었고 책에서 인용되는 이슬아 작가의 까지 주변에 추천을 하고 다녔는데 아니나 다를까 곧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대예보'라는 컨셉부터 단순하면서 명료한 데다가 저자가 유튜브나 라디오에서 우리 사회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사는 (책 내용이기도 한) 현추세를 재미있게 얘기해서인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후속작인 이 책, 가 출간되었다.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출간 즉시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작가가 토드 로즈, 무라타 사야카, 서은국, 우치다 타츠루 등이 있는데 모두 내가 재미있게 본 책의 작가들이라 인용되는 것이 반가웠고, 저자와 내가 독서취향이 비슷할 것 같다..

독서기록 2024.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