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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남자는 없다ㅣ박정훈ㅣ남성이 말하는 여성혐오

이라는 책을 쓰신 박정훈 기자님의 책이다. 예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제야 봤다. 이 분은 국내에서는 (내가 아는 한) 드문 남성 페미니스트이다. 책은 맞는 말 대잔치다. 전국민이 읽었음 좋겠다.이 책을 읽고 다른 한국 남성 페미니스트가 쓴 책도 궁금해져서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현직 교사가 쓰신 책이던데 매우 기대된다.  31) 특히 중년 남성들이 '나 잡혀 살아' 혹은 '요즘은 여자들 팔자가 더 좋아'라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를 '피해자화'하는 행태는, 2030 안티페미니즘의 기저에 있는 남성 약자론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둘 다 엄살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착각도 고백도 하지 마시길이성애자 남성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른다. 자신의 존재가 여성에게 위협적..

독서기록/여성 2024.11.04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ㅣ마르가레타 망누손 ㅣ임현경 역ㅣ90살 할머니의 글

읽으면서 참 운이 좋은 할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에서 겪었던 위험한 일이나 죽을 뻔하다가 병원에 실려가서 조치 바로 받고 장수하고 계신 것도 그렇고 하고 싶은 예술을 하면서 원만한 부부관계로 다섯 자녀를 낳고 잘 살았던 것도 그렇고 외국 생활을 하면서 차별이나 냉대를 크게 겪지 않앗다는 것도 그렇고 지금도 옆집에 자식이 둘이나 살고 있다니.. 정말 럭키한 할머니 아닌가. 나쁜 의미로 비꼬는 말이 아니다. 내가 어떻게 나이들어 갈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나도 90살에도 읽고 쓰고 생각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읽는 사람. 그 나이에도 여전히 예술을 가까이 하고 나만의 취향이 있고 꿈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여든 넘어서 첫 책을 내고 90살에도 나의 전시회를 꿈꾸면서 살 수 ..

독서기록/여성 2024.10.31

나는 거기 없음ㅣ곽예인ㅣ여자들을 응원하며

참신한 젊은 여성 작가가 등장했다고 해서 그 정보만으로 읽은 책이다.읽을 때 보니 작가는 95년생이었고 90% 레즈비언이라 자신을 소개했으며 본업은 사진가이다. 도서관에서 조금만 읽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절반을 읽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집에 돌아와 그 날 다 읽고 잤다.그만큼 흡인력 있는 글이었다.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위고 출판사였는데, 책의 만듦새도 아주 맘에 들었다. 별다른 예상 없이 읽은 글이라 어떤 글이 나왔어도 예상 밖이었겠지만, 그럼에도 생각지 못한 내용의 연속이었다.'예쁜 여자는 예뻐서 고통받는다'는 말이 떠올랐다.저자의 성정체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수 년을 사귄 오랜 남자친구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다정하고 좋은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음에도 자신은 여성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

독서기록/여성 2024.10.30

저주토끼ㅣ정보라ㅣ기묘한 이야기들

는 안톤 허 번역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안톤 허 번역가가 쓴 책을 먼저 읽고 이 소설을 알게 되었다.)내가 읽은 책은 출판사 아작에서 낸 책이었는데 최근에는 래빗홀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는 것 같다.표지 이미지는 래빗홀 버전이다. 소름 끼치거나 기묘한 이야기들이 주로 펼쳐지는데, 깔린 정서는 서글픔이 많다.어떤 주제를 크게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들에 담긴 문제의식이 남편 없이 아이를 낳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라든지 천편일률적인 삶의 방식이라든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려는 이기심이라든지 기계와의 감정교류라든지 평소 내가 관심 있는 주제와도 닿아있어서 더 재밌게 느껴진 것 같다. 제목이기도 한 첫 이야기 보다 그 다음에 이어진 와 이 나는 더 좋았다.와 도 인상적이었다. 먼 옛날의 구전설화..

독서기록 2024.10.25

일인칭 단수ㅣ무라카미 하루키ㅣ가벼운 단편집

무라카미 하루키의 비교적 최근 단편집이다.그런데 여전히 옛날 소설과 마찬가지로 여자는 젊고 이쁜지 안 이쁜지에 대해 묘사되고, 이유 없이 죽거나, 이유 없이 남성 화자를 사랑하고, 이유 없이 남성 화자와 잔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작품도 아마 읽어보겠지만 아직까지는 왜 하루키에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잘 모르겠다.내가 빌린 책도 인기를 증명하듯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훼손된 상태였다.이 책 주변에 놓여있던 많은 작가들의 다른 소설책들은 대체로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듯 깨끗했다. 사람들은 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좋아할까? 이 책에 실린 단편 중 이 가장 재미있었다.이 소설에 나오는 여성도 외모로 묘사되며 현대의 미적 기준에서 매우 못생겼으나 개성이 강하고 어떤 매력이 있다고 그려지는데, 클..

독서기록 2024.10.24

2학기 한정 도서부ㅣ연여름ㅣ위픽

위즈덤하우스에서 발간하는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 중 한 권이다.단편소설집에 실릴 만한 하나의 짧은 이야기를 한 권으로 만든다. 위픽은 책이 얇고 폰트가 크고 이뻐서 가독성이 좋은 데다가, 제목 대신 책 속 한 구절을 큼지막하게 써넣은 표지로 인해 예전부터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눈에 잘 띄었다.출판사의 기획이 좋다고 생각했다.본문 폰트가 너무 맘에 들어 검색도 해보고 GPT한테 물어도 봤지만 아직 알아내진 못했다.  이 책은 도서관에 앉아서 단숨에 휘리릭 읽었다.죽은 자를 볼 수 있는 청소년과 그 학교 도서관의 사서가 중심인물이다.

독서기록 2024.10.22

1%를 읽는 힘ㅣ메르ㅣ매일 공부하기

네이버 파워 블로거로 유명하신 메르라는 분이 낸 책이다.거의 매일 꼬박꼬박 블로그에 글을 올리시는데 그 글이 너무나 통찰력 있고 양질의 정보를 담고 있는 동시에, 한 문장마다 넘버링을 하는 특유의 방식이 가독성이 좋아서, 길지 않은 시간 사이 굉장히 유명해지신 것으로 안다.나 또한 블로그를 통해 이 분을 알게 되었다. 블로그 글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읽어 보니, 이 정보와 저 정보를 연결시켜 맥락 속에서 나만의 이해를 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원본 자료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즉 주체적으로 찾아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으시는 것 같았다. 꾸준함이 나를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서울..

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ㅣ김멜라 외ㅣ매년 만나는 젊은 작가들

매년 봄, 문학동네에서 출간하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또 1년이 흘렀구나 느끼면서 올해는 어떤 작가와 이야기가 등장할지 기대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다음의 7작품이 실려 있다.김멜라 이응 이응  (대상)공현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김기태 보편 교양  김남숙 파주   김지연 반려빚  성해나 혼모노  전지영 언캐니 밸리   이 중 내가 좋았던 작품은 , , 였다.은 제목부터 '반려OO'이라는 흔히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동반자적 대상에 붙이는 표현을 '빚'이라는 부정적인 대상에 붙였다는 게 신선했는데 입에 착 붙는 표현이기도 하거니와 슬픈게도 공감이 갔다. 가계부채가 어마어마한 우리나라 아닌가. 다들 반려빚 OOO만원 정도는 있잖아요..? 은 우리나라의 교육과 계급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

독서기록 2024.10.20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ㅣ무라카미 하루키ㅣ임홍빈 역ㅣ80년대의 하루키

우치다 다츠루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49년생으로, 내 생각보다 더 연배가 있으셨다. 이 책은 80년대에 나온 단편소설집이다. 80년대이니 만큼 감안하고 보았으나, 그럼에도 여성에 대한 표현이 여러모로 지금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거부감이 든다.여성이 등장할 때 미인인지 아닌지를 꼭 짚는다거나, 어리고 이쁜 여자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느껴져 약간 징그럽기도 했다.시대가 그랬지만, 여자들은 하나같이 존대를 쓰고 남자들은 다 반말을 한다.그의 감수성이 썩 공감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로서는 신선하고 젊은 글이었으려나...?문학을 볼 때 오로지 젠더 감수성의 관점에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 많으면 걸림돌이..

독서기록 2024.10.19

신앙ㅣ무라타 사야카ㅣ무라타 사야카 월드

이 책은 어떤 소설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나 검색을 하던 중 어떤 블로그 주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가 원래 알던 작가였다. 읽어보니 다루는 주제가 종교, 표준화계약, 생존, 가족이라는 개념, 안전지대, 획일성, 다양성, 클론(분신) 등 요즘 공부하고 고민하던 것들이 많이 나와서 더 좋았다. 이 작가는 현실을 단숨에, 아무렇지 않게, 슝, 무심히 넘어서는 특유의 세계관이 있는데 개성 있고 매력적이다. 단편집이라 정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한 편 한 편 다 재밌었는데, 특히 이성애자 여성 친구 셋이 한 집에 살면서 셋‘의’ 아이를 낳는다는 발상(물론 출산은 셋 중 한 명이 함)이나, '나'를 복제한 나A부터 나E까지의 복제인간들과 분업해서 살면서..

독서기록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