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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인생ㅣ이슬아ㅣ다시 만난 작가

독립출판으로 한창 이름을 날리던 때 수필로 접했던 이슬아 작가는 나에게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 글에 빠져들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추천으로 이슬아의 첫 소설 를 읽게 되었는데 밝고 무해하면서도 뜻이 있는 글이었다. 그렇게 좋은 감정을 느낀 후에 어디선가 누군가가, 자신의 2023년 올해의 책이 이슬아의 수필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이슬아 작가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여 다시 수필을 찾아보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낸 이었다.  나와는 굉장히 멀리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양다솔의 책도 다시 읽게 되었고 역시 읽길 잘했다고 생각했다.)이슬아는 스스로 말하듯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

독서기록 2024.08.18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ㅣ바츨라프 스밀ㅣ복잡한 세상

이 제목을 읽고 어찌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은 아니었다. 주로 에너지가 중심적인 이야기다. 인간이 화석연료에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고 이것을 급격하게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하자는 게 저자의 강한 주장이다. 내가 에너지에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었지만, 이 책 저 책 읽어봐도 다 의견이 다르니 판단하기 너무 어렵다.  중국,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일본식으로 먹으나 스페인식으로 먹으나 수명에 큰 차이 없으니까 먹고 싶은 거 먹으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글쎄. 평균은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아직까지 명확한 건 없다는 게 핵심 같네. 세계화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기까지 한 현상이었..

재생의 부엌ㅣ오토나쿨ㅣ일상 속 요리가 주는 따스함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라는 책 소개 문구를 보고 일본인이 쓴 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일본에서 10년 이상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레즈비언 여성이 쓴 글이었다. 글에서 성소수자임이 크게 강조되지는 않지만 숨기지도 않는다. 책을 다시 보니 번역가가 없었고 저자명도 닉네임 같은 필명이었다.  고독함과 힘겨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대와 다른 타국의 사회 모습에 대한 실망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요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다잡고 일상을 가꿔나가는 차분한 글과 그에 어울리는 레시피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아주 옛날에 해보고 접었던 빵 만들기에 재도전해본다. 지금 반죽이 냉장고에서 발효되고 있는데 내일 굽는 시간이 정말 기대된다.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본다. 나를 위해 장..

독서기록 2024.08.16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ㅣ최성락ㅣ50억 벌고 교수를 은퇴한 저자의 경험담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순자산 50억을 만들어 대학 교수직을 관두고 은퇴자의 삶을 사는 분이다. 50대라서 아주 젊은 파이어족은 아니지만, 저자가 말했듯 순자산 수십억 이상이 있는데도 일을 계속 하는 게 우리나라 중장년 대부분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런 개인 경험담은 매우 귀하다. 이 책은 어떻게 그 순자산을 달성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라, 그래서 은퇴를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얘기처럼 몹시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제일 크게 느낀 점은 '50억이 있어도 여유 있지 않다니...'였다. 어떤 생활 수준으로 얼만큼의 기대수명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정도의 액수는 아니라는 것. 써도 써도 돈이 줄지 ..

독서기록 2024.08.15

수확자ㅣ닐 셔스터먼ㅣ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 인간을 죽여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를 읽고 친구와 얘기를 나눌 때 친구가 추천해준 SF 소설이다. 더 이상 인간이 늙거나 병들어 죽지 않는 세상, 사고를 당해도 치유기계에서 살려내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수확자'라는 제목은 이러한 세상에서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예외적인 자격을 갖추고 경외의 대상이 되는 초엘리트 계급을 일컫는다. 인간의 목숨을 거두어들인다는 의미에서 수확자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수확자란 그저 연쇄살인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인 시대의 기준에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존재이자 막강한 권력자이기도 하다. 수확을 대하는 자세는 수확자마다 다르다. 거기에서 갈등이 생겨난다.  컨셉을 듣고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어렵고 철학적인 소설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쉽고 상업적이었다..

독서기록 2024.08.14

한국 요약 금지ㅣ콜린 마샬ㅣ미국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

요즘 꽂혀있는 한 가지 테마가 '한국에 대한 이해'다. 주로 한국인이 한국인에 대해서 쓴 책이 많은데, 이 책은 한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미국인이 본 한국 사회 이야기라 책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곧장 읽어보았다. 내가 기대했던, 현대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깊이 있게 다루는 식의 글은 아니었지만, 일부 그런 글이 있기도 했다. 어떤 면에서는 나보다 훨씬 한국을 잘 알고 있었다(내가 외국어를 공부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공부하게 되듯이). 어떤 말은 완전 공감되고, 어떤 의견은 새로워서 재밌기도 하고. 저자는 최근 유행하는 K팝이나 K뷰티로 인해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아니라서 더 희귀한 경우일 것이다.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는 책은 앞으로도 꾸준히 읽어볼 생각이다. 저자가 직접 트..

독서기록 2024.08.13

비상식적 성공 법칙ㅣ간다 마사노리ㅣ돈이 들어오는 흐름, 성공의 시나리오

누가 추천해서 읽게 되었는데 추천사를 보고 기대를 접고 읽었다.배울 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예전에 유행했던 같은 느낌을 받았다.저자는 30대에 10일 만에 쓴 이 책으로 아직까지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 것이다. 어려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금방 읽는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원하는 것을 종이에 적고 계속 읽으라는 것과, 돈이 들어오는 '흐름'을 만들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  성공을 향해 이륙할 때까지는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악의 감정이 표출될 때는 이를 부정하지 말고 일을 추진하는 데 이용하라는 뜻이다. 물론 부정적인 감정이 계속되면 얼굴에 나타나고 인상도 나빠진다. 그러니 오래 계속하라고는 권하지 않겠다. 어디까지나 속전속결이다. 단지 성공을 위한 기법상의 과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이륙..

독서기록 2024.08.12

왜 사람들은 명품을 살까?ㅣ김현주ㅣ베블런의 유한계급론 공부하기

예전부터 명품 소비에 대한 인간 심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다. 그 이유를 대략 알긴 하지만 학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딱 그것만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없는 것 같았다. 이 책은 10년도 더 전에 나온 책이지만 그나마 직접적으로 명품 소비를 다루고 있었다. 유명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알려주는 청소년용 시리즈 중 한 권이라 사실 제목은 흥미유발용이고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쉽게 풀어쓴 책이었다. 소위 '명품' 브랜드 소비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생각은,살 수 있는 사람은 살 수 있어서 사고 못 사는 사람은 못 사니까 (무리해서라도) 사야 하는 것.이 책을 읽은 뒤 역시나 그렇군, 생각했다. 재미있는 주제라서 앞으로도 관련 책을 만나게 되면 읽어볼 예정.   베블런은 기업가에 대해서 굉장피 비판..

현금의 재발견ㅣ윌리엄 손다이크ㅣCEO의 역할이 뭘까

어떤 개인투자자의 추천이 있어서 알게 된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CEO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자본 배분 능력'이라는 것.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관점이라 신선했다. 투자자로서 투자할 기업을 판단할 때 CEO의 중요성, 그리고 그 CEO에게 자본 배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이걸 하나의 기업에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 개인에게 적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정된 내 돈을 어떻게 현명하게 꾸려나갈 것인가.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CEO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드러내는 최종 지표는 매출액, 이익, 직원 숫자 성장률이 아니라, 기업의 주당 가치 성장률이 되어야 한다. CEO 성과를 평가할 때 핵심은 절대 수익률이 아..

물욕의 세계ㅣ누누 칼러ㅣ환경을 생각하고 신중하게 소비하기

나는 쇼핑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옷 사는 걸 좋아한다. 감당도 정리도 못할 만큼 많은 옷을 쌓아두고, 무슨 옷을 샀는지도 모르고, 한 번도 입지 않고 태그도 제거하지 않은 옷으로 옷장을 가득 채우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옷은 정말 나에게 기쁨을 준다. 계절이 바뀔 때 (정확히는 바뀌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새로 내놓은 옷들을 구경하며 고를 때 행복하다. 취미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나의 옷에 대한 욕망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읽은 책이다. 쇼핑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내가 예상한 그런 책이 맞았다. 그런데 책의 방향은 점점 환경을 향했다. 이 책은 소비로 인해 망가지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자 쓰인 책이었다. 그래서 당초 나의 독서 의도와는 달..

독서기록 202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