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토끼>는 안톤 허 번역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안톤 허 번역가가 쓴 책을 먼저 읽고 이 소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읽은 책은 출판사 아작에서 낸 책이었는데 최근에는 래빗홀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는 것 같다.
표지 이미지는 래빗홀 버전이다.
소름 끼치거나 기묘한 이야기들이 주로 펼쳐지는데, 깔린 정서는 서글픔이 많다.
어떤 주제를 크게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들에 담긴 문제의식이 남편 없이 아이를 낳는 여성에 대한 시선이라든지 천편일률적인 삶의 방식이라든지 한 사람의 희생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려는 이기심이라든지 기계와의 감정교류라든지 평소 내가 관심 있는 주제와도 닿아있어서 더 재밌게 느껴진 것 같다.
제목이기도 한 첫 이야기 <저주토끼>보다 그 다음에 이어진 <머리>와 <차가운 손가락>이 나는 더 좋았다.
<몸하다>와 <덫>도 인상적이었다.
먼 옛날의 구전설화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도 있고 다른 유명한 문학 작품이 떠오르는 소재도 있었다.
이야기가 다 끝난 뒤 나오는 작가의 말이 너무 좋았다.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조그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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