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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ㅣ김승섭ㅣ사려깊은 생각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됐는데, 나는 처음 보는 작가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수 년 전 업계 선배 분이 내게 추천하셨던 책을 쓴 분이었다. 그 책은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읽을 책 목록'에만 박제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이 분의 책을 접하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그간 이 분이 활동해오신 이력을 보니 사회문제에 너무 무지했나 싶어 이 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  저자는 의대를 나왔는데, 의사가 되기보다는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요즘 세상에 거의 할 수 없는 결정 아닌가. 저자는 이에 대해 큰 뜻이 있었던 게 아니라 의사가 되면 돈을 얼마나 버는지 몰랐기에 연구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세 딸의 아버지로서 나중에 딸들이 아빠가 어떻게 살아가고자 했는지 이..

독서기록 2024.08.24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ㅣ우치다 다쓰루ㅣ도서관, 책, 작가에 대한 생각

도서관, 책, 작가에 대해 본인만의 철학이 있으신 분이다. 일본에 사는 70대 할아버지다.비과학적이고 종교적인 세계관이라도 할 수 있는데 독특해서 재밌고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과학적 사고관을 중시하는 친구는 어떻게 읽었을지 정말 궁금하다.이 책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언급을 해서 이후에 하루키 책도 읽었다.나도 더 정진해서 나의 철학, 세계관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63)평생을 읽어도 읽을 수 없을 만큼이나 있구나. 저는 그것을 통감하게 하는 것이 도서관 최대의 교육적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의 사명은 무지의 가시화입니다. 자신이 얼마큼 무지한가를 깨닫는 것. 지금도 무지하고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아마 무지한 채로 끝나리라는 사실 말이죠. 자신의 그 가공할 만한 무지 앞에서 전율하는 것이 도..

독서기록 2024.08.23

다크호스ㅣ토드 로즈, 오기 오가스ㅣ나를 알자

내가 남들 위의 최고가 되겠다, 가 아니라 최선의 나로 살겠다는 마인드. 접근법을 나에게 맞는 것으로 바꿔가면서 계속 시도해보기.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은 저마다 다르다. 이로써 토드 로즈 3부작을 모두 읽었다. 모든 책이 결국은 개개인성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 나만의 길을 가자.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온 편이라 생각하는데, 앞으로는 더 나를 알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론의 주장은 얼핏 이상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귀족주의 계약과 표준화 계약과 다크호스 계약이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다. 인간은 참 재밌는 동물이다.  나에 대해 생각해보자 :논리를 전개하는 것,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 토론하는 ..

독서기록 2024.08.23

피크아웃 코리아ㅣ채상욱 김정훈ㅣ한국사회 진단

대한민국의 사회구조와 문제점을 짚는 책이다. 예를 들면 검단 신도시 주차장 붕괴도 핵심을 짚어줘서 좋았다. 단순히 LH가 쓰레기네, GS 엉망이네 욕하며 그칠게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출생율이 올라가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더 힘들어진다는 의견인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쇼킹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현재 인간이 사회에서 돈을 버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더 길게, 더 돈을 써서 고급 교육을 받고도 정작 직장에서 나가야 하는 시기는 앞당겨지고 있다. 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의 노년은 계속 길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돈을 더 빨리 벌고 더 오래 벌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려면 너도 나도 일단..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ㅣ정희원, 전현우ㅣ교통지옥은 해소가능할까

노년의학자 정희원 님의 신간이고 수도권 교통지옥에 대한 책이라 흥미가 있었는데 마침 도서관 신간코너에 있길래 읽어보았다.두 저자가 서로 교환일기를 주고 받듯이 글을 주고받으며 책을 완성한 모양인데,나에게는 정희원 작가의 글은 요점이 분명하게 느껴진 반면 전현우 작가의 글은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행정에 대한 푸념이 많고 (그만큼 겪은 게 많아서겠지만)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느껴져 좀 아쉬웠다. 나의 독해력 부족일까? 예를 들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교통 설계에 관해 설명하려면 책 몇 권이 필요하다는 둥.. 그럼 이 책은 왜 쓴 건지..? 명절 통행료 면제 비판과 유류세 감면 비판에는 동의한다. 얼마전 경기도 집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친구가 퇴근길 광역버스에서 구토감을 느껴 ..

독서기록 2024.08.21

끝내주는 인생ㅣ이슬아ㅣ다시 만난 작가

독립출판으로 한창 이름을 날리던 때 수필로 접했던 이슬아 작가는 나에게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그 글에 빠져들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추천으로 이슬아의 첫 소설 를 읽게 되었는데 밝고 무해하면서도 뜻이 있는 글이었다. 그렇게 좋은 감정을 느낀 후에 어디선가 누군가가, 자신의 2023년 올해의 책이 이슬아의 수필이라고 소개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이슬아 작가의 진면목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닌가 하여 다시 수필을 찾아보게 되었다. 가장 최근에 낸 이었다.  나와는 굉장히 멀리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양다솔의 책도 다시 읽게 되었고 역시 읽길 잘했다고 생각했다.)이슬아는 스스로 말하듯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

독서기록 2024.08.18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ㅣ바츨라프 스밀ㅣ복잡한 세상

이 제목을 읽고 어찌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은 아니었다. 주로 에너지가 중심적인 이야기다. 인간이 화석연료에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고 이것을 급격하게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하자는 게 저자의 강한 주장이다. 내가 에너지에 얼마나 무지한지 알 수 있었지만, 이 책 저 책 읽어봐도 다 의견이 다르니 판단하기 너무 어렵다.  중국,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일본식으로 먹으나 스페인식으로 먹으나 수명에 큰 차이 없으니까 먹고 싶은 거 먹으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글쎄. 평균은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아직까지 명확한 건 없다는 게 핵심 같네. 세계화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기까지 한 현상이었..

재생의 부엌ㅣ오토나쿨ㅣ일상 속 요리가 주는 따스함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라는 책 소개 문구를 보고 일본인이 쓴 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일본에서 10년 이상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레즈비언 여성이 쓴 글이었다. 글에서 성소수자임이 크게 강조되지는 않지만 숨기지도 않는다. 책을 다시 보니 번역가가 없었고 저자명도 닉네임 같은 필명이었다.  고독함과 힘겨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기대와 다른 타국의 사회 모습에 대한 실망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럼에도 요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다잡고 일상을 가꿔나가는 차분한 글과 그에 어울리는 레시피다. 이 책을 읽고 나도 아주 옛날에 해보고 접었던 빵 만들기에 재도전해본다. 지금 반죽이 냉장고에서 발효되고 있는데 내일 굽는 시간이 정말 기대된다.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본다. 나를 위해 장..

독서기록 2024.08.16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ㅣ최성락ㅣ50억 벌고 교수를 은퇴한 저자의 경험담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순자산 50억을 만들어 대학 교수직을 관두고 은퇴자의 삶을 사는 분이다. 50대라서 아주 젊은 파이어족은 아니지만, 저자가 말했듯 순자산 수십억 이상이 있는데도 일을 계속 하는 게 우리나라 중장년 대부분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런 개인 경험담은 매우 귀하다. 이 책은 어떻게 그 순자산을 달성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라, 그래서 은퇴를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얘기처럼 몹시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제일 크게 느낀 점은 '50억이 있어도 여유 있지 않다니...'였다. 어떤 생활 수준으로 얼만큼의 기대수명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정도의 액수는 아니라는 것. 써도 써도 돈이 줄지 ..

독서기록 2024.08.15

수확자ㅣ닐 셔스터먼ㅣ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 인간을 죽여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를 읽고 친구와 얘기를 나눌 때 친구가 추천해준 SF 소설이다. 더 이상 인간이 늙거나 병들어 죽지 않는 세상, 사고를 당해도 치유기계에서 살려내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수확자'라는 제목은 이러한 세상에서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예외적인 자격을 갖추고 경외의 대상이 되는 초엘리트 계급을 일컫는다. 인간의 목숨을 거두어들인다는 의미에서 수확자인 것이다. 지금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수확자란 그저 연쇄살인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배경인 시대의 기준에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존재이자 막강한 권력자이기도 하다. 수확을 대하는 자세는 수확자마다 다르다. 거기에서 갈등이 생겨난다.  컨셉을 듣고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어렵고 철학적인 소설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쉽고 상업적이었다..

독서기록 202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