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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필요한 순간ㅣ김현철ㅣ생애주기별 인간의 고민

생애주기에 따른 여러 사회 문제를 짚어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는데, 의대를 졸업한 뒤 경제학자가 된 케이스인 것과 돌봄을 연구한다는 것.  우리나라 최초 간호학 박사학위를 받은 간호대학 교수도 손주의 육아를 돕기 위해 조기은퇴하는 현실이 씁쓸했고, 비수도권이고 저소득층이면 병의 진단이 늦다는 현실이 가슴 아팠다. 코로나 시기 등교제한의 영향에 대해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관점을 제시해서 좋았다.  그러나 평소 관심분야다 보니 새로운 소리 보다는 당연한 소리가 많긴 했다. 특히 육아 쪽은 너무 틀에 박힌 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묘하게 남성이 육아를 '돕는다'는 시각이 깔려있었던 점은 아쉬웠다.  최근 20년 동안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업적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

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ㅣ이슬기 서현주ㅣ나의 문제의식을 책으로 만들어준 사람들

몇 달 전 친구가 '부자인 친구를 둔 것과 가정의 소득이 직업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이런 주제의 영상을 보내줘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관심 있는 주제다 보니 많은 의견이 떠올랐는데 그 중의 일부가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였다. 해당 영상은 '왜 가난한 아이가 돈을 많이 벌기 어려운 직업을 선택하는가?'에 대하여 미국 명문사립대 내의 재학생 간 비교를 하지만,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느꼈던 건 비수도권의 여자 아이들 중 참 똑똑한데도 꿈이나 그릇이 작고 쉽게 만족하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선택하는 직업도 꽤나 한정적이었는데, 교사 공무원 공공기관. 이러한 직업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성적이 매우 우수하고 똑똑한 아이들인데도 직업을 선택할 때 오직! 직업안정성만을 따지고 보수적으로 보는 ..

독서기록/여성 2024.03.13

믹스처ㅣ데이비드 라이크ㅣ인류의 기원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정말 정말 어려웠다. 인류의 기원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은 책인데, 그걸 알게 된 것 같진 않다. '교잡'이 매우 많았다는 것 정도가 내가 이해한 전부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학자인 저자는 생물학적으로 계통(인종이라는 표현은 지양함)에 따라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우생학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고 여겨지는 분위기이지만, 저자는 조심스럽게 그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의 말이 수긍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자의 말이 실현된 사회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차이를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태도는 굉장히 이상적이고 고고해서 더욱 멀게 느껴진다. 인류의 과거에는 나무의 몸통에 해당하는 단 한 개 집단은 결코 존재하지 않았다. 계속 교..

독서기록 2024.03.02

WEB 3.0과 블록체인ㅣ야마모토 야스마사ㅣ내가 좋아하는 주제

오랜만에 블록체인에 관한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책 내용은 매우 초급 수준이어서 거의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블록체인 책은 참 읽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웹1, 웹2, 웹3의 차이를 술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공부해야 한다. 책을 읽고 든 생각은, 돈을 버는 데 있어서 기존의 틀과 상식을 스스로 깨야 한다. AI, 블록체인, 유전자 관련한 엄청난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과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공부(시대 변화를 팔로업)를 하지 않으면 시대의 변화를 캐치할 수 없다. 능력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확실히 내가 가진 것이 있어야 한다. 국가나 회사에 기대지 않고도 내가 해나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ㅣ김지효ㅣ기대를 뛰어넘은 책

기대를 했는데 그 기대를 뛰어넘은 책이다. 똑똑한 젊은 여성이 쓴 글은 이렇게나 재밌고 와닿는다. 제목에서 유추되듯이 SNS 특히 인스타를 통해서 젊은 여성으로 살면서 겪는 갈등과 모순과 진짜 미묘한 감정들을 캐치하고 깊게 통찰한 책이다. 청년 여성들이 얼마나 본인 감정과 인생을 SNS에 스스로 내다바치고 있는지 적나라해서 책에 나오는 광적인 수준으로 인스타에 집착한다는 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마냥 인생샷을 비판하는 책이 아니고 굉장히 입체적이고 풍성해서, 너무나 생생한 여자들의 생각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작가랑 친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나게 똑똑하다. 현실의 여자를 연구하는 젊은 여성학자라서 앞으로의 저술도 기대된다. 작가 본인은 보수적인 개신교인이었는데, 페미니즘을 접하고..

독서기록/여성 2024.02.27

역노화ㅣ세르게이 영ㅣ믿기지 않는 미래가 올까

흥미롭다. 흥미롭다. 흥미롭다!! 이런 세상이 올까? AI, 고령화, 건강, 환경 등 평소 관심사와 닿아 있는 책이었다. 맞춤형 의료 시대, AI+헬스케어 혁신, 인공 지능 의사.. 먼 미래가 아닐 것이다. 책에서 얘기하는 장수혁명이 이뤄지는 사회에서는 돌봄 노동도 현저히 줄겠지? 본인 건강을 챙기는 건 당연하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까지 챙겨야 이 기술의 발전을 함께 진정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와닿았다. 자아의 연속성에 대해서는, 상당히 철학적인 문제이기도 한데 이런 철학적 고민과 AI 혁명은 따로 갈 수 없고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의 가임기는 어떻게 되는 건지에 대한 내용은 없어서 아쉬웠다. 이렇게 젊고 건강하게 살게 된다면 가임기도 한참 더 길어져야 되는 거 아닌가?..

독서기록 2024.02.26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ㅣ김영민ㅣ삶을 대하는 자세

이 책의 존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언젠가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다. 어느 날 친구가 인생이 허무하다고 토로하길래, 그럼 같이 이 책을 읽어보자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곱씹으며 읽게 되는 책이라 한참이 걸려 완독했다. 제목처럼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지'를 내내 얘기하며 답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고, 살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면 좋을까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인생이 허무하다던 친구는 이 책을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욕망이 너무 많아서) 인생의 허무를 크게 고민으로 느끼지 않아온 내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에필로그는 에필로그다우면서 참 좋았다. 홀로 하는 산책 예찬. 10)인간의 선의는 답이 아니다. 선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

독서기록 2024.02.24

가족각본ㅣ김지혜ㅣ가족이란 무엇인가

를 감명 깊게 읽었다. 저자의 신간이 나와 리스트에 담아두었고 드디어 읽어보았다. 역시나 글을 너무나 잘 쓰신다. 그리고 본인의 논리를 전개함에 있어 '독'을 품고 있지 않아서 좋았다. 저자가 꿈꾸는 세상은 내가 꿈꾸는 세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날이 오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여기까지 이미 먼 길을 왔다고도 생각하기에, 희망이 있다. 훗날, '예전에는 이러이러했잖아. 말이 안 됐지.'라고 얘기할 날이 올 거다. 정상 가족 중심주의라는 틀에 박힌 가족각본에서 벗어나 더 넓고 다양한 세상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길. 또한 초고령화 사회로의 이행에 따라 돌봄노동은 급증할 수밖에 없고 이를 계속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모두 해결하게끔 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적 정책과 논의가 따..

독서기록 2024.02.23

표류하는 세계ㅣ스콧 갤러웨이ㅣ미국의 현실

집에 스콧 갤러웨이의 책이 한 권 있었다. 코로나 시기에 책을 정리하다가 그 책을 우연히 펼쳤는데 거기에 정답지가 있었다. 책을 읽을 때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결과론이다. 그 책의 제목은 . 스콧 갤러웨이의 신간 가 나왔다고 하여 너무나 읽어보고 싶었지만 빌려놓고도 뒷전이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막연히 어려울 것 같다는 느낌. 그러나 그 느낌은 틀렸다. 굉장히 가벼운 내용이었고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책은 100개의 통계로 미국의 현실을 이야기하는 컨셉이었고 그래서 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 희망으로 가득찬 책이라면 이 책은 절망이 많이 담겨있기도 하고 미국에 대한 비판과 자부심이 동시에 담겨있다. 저자는 의외로 메타버스와 화정 이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평소 미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

스토너ㅣ존 윌리엄스ㅣ토론하고 싶은 소설책

추천 받아 읽은 소설책. 수십년 만의 역주행에 국내 굵직한 독서 인플루언서들의 샤라웃까지. 너무나 잔잔하고도 현실적이라 마치 실화 같지만 허구의 소설이다. 처음 몇 장을 읽자마자 '아 이거 영화로 나오면 너무 좋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영화화 진행중인 듯하다. 첫 인상과 달리 읽을 수록 나에게는 갸우뚱한 소설이었다. 나는 스토너라는 사람이 슬프다기보다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고 감명 깊었다고 하는 게 약간 슬프게 다가왔다. 책을 추천해준 친구는 어떤 감성에서 이 소설이 좋았던 건지 많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 그리고 나서 나도 더 생각해봐야겠다.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하단 스포주의 아치 슬론 교수가 전쟁이 끝나고 운 게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패배의 ..

독서기록 2024.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