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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트라우마ㅣ멕 애럴ㅣ나를 돌아보는 시간

챕터 하나 끝날 때마다 나오는 질문들이 참 좋은 책. 내가 요즘 꽂혀 있는 주제가 '시절인연 & 나의 변치 않을 축'인데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면서 탐구해봐야겠다. 어린 시절은 수없이 미묘한 방식으로 우리를 형성한다. 양육자가 무심했다거나 가혹했다거나 양육 방식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독특한 기질이나 성격과 맞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몰 트라우마를 이해해야 한다. 딱히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이 없었더라도 우리는 경험과 맥락, 인간관계의 영향을 받는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에 초점을 맞추고 모두가 동시에 멈추지 않는 한, 바퀴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기력을 완전히 소진시켜 지쳐 나가떨어지게 할 것이다. 인생의 목표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독서기록 2023.09.21

인정욕구ㅣ에노모토 히로아키ㅣ가벼운 책

요즘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책이고 신간이라 읽어보았는데 매우 깊이가 얕은 책이다. 인정욕구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싶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인간은 참으로 성가신 존재구나. 진짜 이렇게 피곤하게 자기를 괴롭히며 산다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예시들. 그리고 타인의 인정을 그토록 갈구하는 게 인간이니까, 타인을 넉넉하게 자주 인정해주자는 다짐을 또 하게 된다. 92)채워지지 않은 인정욕구가 주변에서 인정받는 사람을 끌어내리려는 심리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113)큰맘 먹고 온 여행인데도 풍경이나 분위기를 느긋하게 즐기지 못하고, 타인의 반응을 상상하면서 어떤 구도로 사진을 찍어 올릴지 고민하는 사람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151)관계성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

독서기록 2023.09.20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ㅣ이미상 외ㅣ내년에도 읽어야지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매해 엄선된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모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획. 2020년 강화길 작가의 을 필두로 최은영, 김초엽, 장류진 등 쟁쟁한 작품이 실렸던 해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어서 그런지, 갈수록 마음에 팍 남는 작품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내년에도 기대를 갖고 읽어볼 것 같다. 올해 실린 작품들은 아래와 같다. 이미상 작가 (대상) 김멜라 작가 : 김멜라 작가는 3년 연속 젊은작가상 수상! 성혜령 작가 이서수 작가 정선임 작가 함윤이 작가 현호정 작가 앞의 세 개의 이야기와 마지막 이야기는 나에게는 직관적이지 않아서 어렵게 느껴졌다. 평론까지 읽고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나머지 세 개의 이야기는 직관적이고 알기 쉬웠다. 그 중 는 100세 할머니가 화자라..

독서기록 2023.08.31

숫자사회ㅣ임의진ㅣ돈만이 목표가 된 사회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하여

이 책에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하는데 내가 최근 느끼고 있었던 건 - 오로지 돈'만'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의 심화. 돈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돈 외에도 가치 있는 게 많은데 오로지 돈 원툴이고 명예라든지 존경, 바람직한 예우의 문화는 점점 사라짐. - 내가 어디에 사느냐가 개개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하게 자리잡음. 정말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 공동체 붕괴, 각자도생(연금도 못 믿고 치안도 못 믿고), 사회적 안전망 불신(아무도 책임 안 짐), 믿을 건 돈 뿐이라는 인식. - 눈은 눈대로 높아져서 상위권을 평균이라 착각하는데 고도성장은 진작 끝나고 저성장 속에서 자산가치 폭등으로 노동으로는 자산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형국이므로 점점 돈에 대해 극단적인 자세를 취함. - 심지어 이 책에서..

독서기록 2023.08.26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ㅣ류이치 사카모토ㅣ음악가의 회고

지난 봄, 그가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곡 몇 곡, 영화음악 작업도 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음악가였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라는 책이 출판되었다. 음악가는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갔을까 궁금하여 읽어보았다. 책은 밀리의 서재에도 있고 나는 전자책을 선호하지만, 양장본에 디자인도 멋진 책이라 종이책으로 끝까지 읽었다. 제목은 저자 본인이 남긴 말은 아니고 수십년 전 작업했던 영화에 나오는 대사이자, 그 영화의 원작 소설에 나온 문장이다. 책에는 그 유명세에 비해 잘 알지 못했던 음악가라 몰랐던 작업과 내용들이 가득이었다. 그리고 대충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아카데미상을 진작에 수상한 것도 제대로 몰랐었고, 원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인 것, 사회..

독서기록 2023.08.25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ㅣ양정무ㅣ그림 알아가는 재미

책 제목인 난처한은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의 준말이다. 미술사 시리즈 도서였고 벌써 여러 권 책이 나왔는데 처음 알았다. 나는 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가기 위해 찾아보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기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양정무 교수는 예썰의 전당 프로그램 출연자로만 알고 있었지 책은 읽은 적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재밌게 쓰시는 줄 몰랐다. 저자가 다급하게 전시에 맞춰 이 책을 집필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유학생활 이야기) 바로 작품을 보러 가서 감상만 하는 것보다, 미리 어느 정도 배경을 알고 가면 훨씬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충격 받은 건, 내가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방문했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까맣..

독서기록 2023.08.24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ㅣ데이비드 이글먼ㅣ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한 우리의 뇌

뇌는 엄청나네! 인간은 굉장히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구나. 아기 때 방치되면 나중에는 상호작용을 영영 못한다니.. 신기한 기술도 많이 나오는데 핵심은 뇌는 환경과 우리 몸에 맞춰 변화한다는 거다. (두 발로 걷는 개는 진짜 신기했다.) 언어 등 특정 분야에서는, 뇌가 굳기 전 어린 시절이 되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영어 조기교육에 집착하는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언어의 영역 만큼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나중에 기억을 못할지라도 어릴 때 해외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겠지? 교육적인 거 말고 정서적으로도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고 존중 받고 자신감 있게 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애 키울 준비가 안 됐으면 안 낳는 게 맞다. 로봇도 하드웨어가 아닌..

독서기록 2023.08.22

연수ㅣ장류진ㅣ재미 있는 소설

장류진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요즘 똑똑한 80-90년대생 여자들 감성이 잘 담겨 있어서다. 엄청나게 깊이 있거나 문학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일단 읽는 내내 재밌다. 그리고 가벼운 듯하지만 읽고 나면 생각해볼 거리도 있다. 심각하지 않고 밉지 않는 인물이 주로 나오는데 시의성이 뛰어나다. 연수 펀펀 페스티벌 공모 라이딩 크루 동계올림픽 미라와 라라 이렇게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제일 웃겼던 건 였고 공정성이라는 화두에 대해 작가 특유의 유쾌함으로 풀어낸 것 같다. 제일 혼란스러웠고 주변 사람들과 얘기해보고 싶은 건 였다. 물론 나는 주인공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다. 을 읽고서는 주인공이 화목한 집에 대한 동경이 있는 건가, 스케이트 유망주는 왜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도록 설정한 걸까 싶..

독서기록 2023.08.20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ㅣ최은영ㅣ섬세한 감수성과 감탄이 나오는 표현

역시 이 작가는 사람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그 정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애정도 순도 100%의 애정이 아니라 애증을 잘 표현하고, 애정만으로 어떻게 안 되는 것, 견뎌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다. 처연함도 깔려 있다. 그리고 특정 부류의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많이 느껴본 것 같다. 특히 생각 없이 말을 내뱉어 상처를 주는 무례한 사람들. 이 책에 나온 남자 어른은 한 작품을 제외하면 폭력적이거나 무능하거나 가족에게 무심하거나... 그런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그걸 소설로 그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여성과 남성이 화합하고 연대하는 글 또한 써주길 바라게 된다.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읽었던 작품이다. '빛나는 젊은 강사였던 그녀가 더이상 내가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

독서기록 2023.08.19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ㅣ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ㅣ목적 있는 다정함

요즘 읽기 아주 적당한 책이었다. 불특정 다수와 안 섞이고 내 맘에 드는 사람이랑만 어울려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나도 친한 친구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인에게 무자비하고 자신의 잇속을 잘 챙겨먹는 인간이 잘 살아남는 것 같은데 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할까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고 나니,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이 내가 생각했던 다정함과는 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다정함이 진짜로, 찐으로 다정하다는 의미보다는 내 생존을 위해 친근하게 대하고 협력하고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는 쪽으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내집단끼리 똘똘 뭉쳐 카르텔 형성하는 것이나 외집단은 배척하고 끼리끼리 문화를 만들고 좋아하는, 굉장히 별로인 인간 군상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나에겐 흑인 친구도 백인 친구도..

독서기록 2023.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