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오기도 하고 나오지 않기도 하는데 내가 최근 느끼고 있었던 건
- 오로지 돈'만'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의 심화. 돈은 언제나 중요하지만 돈 외에도 가치 있는 게 많은데 오로지 돈 원툴이고 명예라든지 존경, 바람직한 예우의 문화는 점점 사라짐.
- 내가 어디에 사느냐가 개개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하게 자리잡음. 정말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 공동체 붕괴, 각자도생(연금도 못 믿고 치안도 못 믿고), 사회적 안전망 불신(아무도 책임 안 짐), 믿을 건 돈 뿐이라는 인식.
- 눈은 눈대로 높아져서 상위권을 평균이라 착각하는데 고도성장은 진작 끝나고 저성장 속에서 자산가치 폭등으로 노동으로는 자산을 따라잡을 수가 없는 형국이므로 점점 돈에 대해 극단적인 자세를 취함.
- 심지어 이 책에서 말하는 기준 10억도 하찮게들 본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 돈이라서.
- 압도적인 최고가 아니면 후려치고 무시하는 분위기 심화. 00 미만 잡.
- 공교육에 추가해야 하는 것 : 명상, 예술사(史), 독서, 토론, 식사법, 돈(에 대한 올바른 인식)
최근 매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책의 컨셉을 알고 나서 너무나 읽어보고 싶었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저자의 첫 책인데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현실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고 조사도 많이 하고 집필한 게 느껴진다.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나아갈 방향은 공동체 살리기, 세컨드 찬스가 주어지는 문화인데
이와 더불어 미래 먹거리가 될 성장동력을 찾아서 경제성장이 더 많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
이 과정에서 무자비한 희생이 일어나선 안 되고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최고의 인재들이 모두 의대로 쏠리는 게 과연 사회 차원에서 좋은 일일까?
책 초반부에 대니얼 카너먼의 그 유명한 옛날 연구를 인용했는데, 같은 주제로 업데이트된 최신 연구가 있는데 실리지 않아서 아쉬움. 최신 연구에서는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훨씬 높아졌다는 결론인데, 이 책의 저자도 같은 말을 하기는 함.
최재천 교수님은 정말 정말 책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출판사에서 추천사를 부탁해도 잘 수락하시는 건지, 추천사에서 정말 자주 보인다.
53)극한 경쟁과 부족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각박해지고 피폐해지며 외로워진다. 믿음이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숫자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는 사회의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러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구성원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83)'부심'의 침투력은 실로 어마어마한데, 이러한 마음의 본질은 남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차별화를 통한 존재감 확인과 인정욕구의 충족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자신이 가진 무엇 하나(특히 물질적 가치를 지닌)라도 내세워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열등감이 숨어 있다. 그마저 없다면 남들보다 나은 점을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84)출신지에 따라 진지하게 '등급'을 나누거나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 욕망이 투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으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것이, 혹은 살고 있는 것이 곧 그 사람의 가치를 나타낸다고 여기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제 양상이 달라졌다. 어디에 사는지는 곧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주요 바로미터 중 하나로 작동하는 한편,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더 정확하게 짚자면 '반영한다'기보다는 '반영한다고 사람들이 여긴다'고 해야겠지만.
90)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혹여 뒤처지지는 않았는지 자기 위치를 확인하려면 '급'은 나누어야겠는데, 개인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존중해 보거나 그 방법을 배워본 경험은 매우 부족하다. 다른 사람보다 나은 지위에 올라서고자 하는 마음은 일견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이고 동시에 우리 대다수는 각자 조금씩은 '허세'를 장착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는 비싸고 좋은 상품을 선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금전적 요소만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끌어올려 줄 유일한 수단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획일화된 가치를 바탕으로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별해 온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손쉬운 방안은 소비를 통한 차별화와 과시 뿐이다. (세계 최고 수준 명품 소비국 한국)
101)2020년대 각자도생의 본질은 건강한 삶과 꿈, 욕망의 추구가 아니라 생존 본능과 인정욕구, 비교와 질시, 다른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고자 하는 마음이다.
126)좁고 한정적인 기회에 매달려 그 공정성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성공을 다각화해 실질적인 삶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사라지고 대다수를 실패자로 몰고 가는 근원적 시스템만이 그 자리에 남아 견고하게 돌아가고 있다. ... 개인에게 남은 선택지는 현 시스템에 순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극한 경쟁의 불구덩이 한가운데 자기 자신을 던지는 것
217)(한국에서) 사람들이 대규모로 어떤 가치를 공유하며 모이기 위해서는 국가가 자신들을 괴롭히는 '선을 넘거나', 위기에 처하거나, 혹은 어떤 국가적 정체성을 형성할 때로 한정된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의 집단 활동을 이끌어내려면 국가 개념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우리가 지닌 가치관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 우리가 국가라는 개념을 내려놓고 연대해 본 적이 있을까? 보편적 권리 보장을 위해 국민 다수의 뜻을 모아 싸워본 경험이 얼마나 될까?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기 위한 노동, 장애인, 인권 운동 등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하지만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 대다수 언론 기사는 물론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 예술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산층을 표준으로 삼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삶'과 동떨어진 모습은 태생적으로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일)
234)이러한 공동체 안에서 건강한 개인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불안을 해소하고 생존 욕구를 채우기 위해 겉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이려 아등바등하는 대신 진정한 삶의 만족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고자 하는 사회경제적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후 행하는 모든 경제 활동이, 곧 우리가 추구해야 마땅한 '경제적 자유'일 것이다.
242)당락과 합불의 절대적 기준으로 작동하는 시험 외 대안적인 평가 수단 확보도 막중한 과제이지만, 진정으로 심각한 문제는 단 한 번의 시험을 통과하느냐 못하느냐로 삶의 진로가 완전히 갈리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바꿔 말하자면 시험을 통과해야만 내부 진입이 가능하며 그 외 다른 통로가 없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한번 통과하기만 하면 다시 떨어질 일이 없고 통과하지 못하면 다른 방편으로는 올라가기 힘든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즉, 경직성이다.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상위 계급 내부에 진입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밖에 있을 때는 똑같이 힘들다가도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을 밟고 견고한 성 내부에 한번 들어가기만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더 이상 성 밖의 혼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마치 자신은 처음부터 그들과는 다른 사람이었다는 양, 태어날 때부터 성안에서 내부자로서 자라온 것처럼 신경을 꺼버린다. 한번 내부자가 되기만 하면 어지간해서는 다시 밖으로 밀려나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다수가 성 밖에서 아우성치건 말건, 이제 나와는 관계없는 일일 뿐이다.
248)간판 취득은 지금보다 쉽게 하되, '유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 내부 진입 자체는 쉽게 하되, 올라가는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초반에 한번 정규 비정규 갈리거나 단 한 번 간판을 다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장기간 지속되는 체제를 바꾸어가는 한편, 자격 취득뿐만 아니라 한번 획득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반발이 엄청날 것 같다. 사람들은 한 번 자격을 따기만 하면 만사 해결되는 체제를 원한다.)
249)공정한 능력주의의 핵심은 사회에서 인정받는 능력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 있다.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능으로 전국 청소년 줄세우기 하나의 길만 있는 건 공정하지 않다. 수능에서 뛰어나지 않았어도 다른 수많은 방법으로 자신을 증명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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