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내셔널 갤러리 특별판ㅣ양정무ㅣ그림 알아가는 재미

기로기 2023. 8. 24. 12:19

책 제목인 난처한은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의 준말이다. 미술사 시리즈 도서였고 벌써 여러 권 책이 나왔는데 처음 알았다.

나는 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가기 위해 찾아보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읽기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다.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양정무 교수는 예썰의 전당 프로그램 출연자로만 알고 있었지 책은 읽은 적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재밌게 쓰시는 줄 몰랐다. 

저자가 다급하게 전시에 맞춰 이 책을 집필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유학생활 이야기)

바로 작품을 보러 가서 감상만 하는 것보다, 미리 어느 정도 배경을 알고 가면 훨씬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 충격 받은 건, 내가 런던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에 방문했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다가 익숙한 트라팔가 광장의 모습과 갤러리 내부 인테리어에 어라 싶어 예전 기록을 찾아보니 내셔널 갤러리에 갔었더라.

아마 그 당시에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별 생각 없이 방문했었기 때문에 기억에도 깊이 안 남은 거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든 여러 가지 생각들.

 

역시 예술에서는 후원을 빼놓을 수 없구나. 나는 아티스트 과는 아니라서 후원할 수 있는 예술애호가가 되고 싶다.

 

윌리엄 터너 개인사는 잘 몰랐었는데 정말 인상적인 게, 클로드 로랭 그림을 보고 울었다는 썰이나 유언장에 자신의 모든 작품 기증 조건으로 클로드 로랭이랑 나란히 걸어달라고 했다는 거. 사후 유족들이 갤러리 측과 지난한 소송을 했으며 갤러리가 이겼다는 것도.

 

마네가 법 쪽으로도 안 되고 군인 쪽으로도 안 되니까 아버지가 그래 미술해라 허락해준 것도 재미있었고, 낙선했는데 항의해서 열린 낙선전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도 재밌었고.

 

요즘 류이치 사카모토의 회고록을 읽고 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마네, 모네, 르누아르, 세잔 같은 인상파 화가 그림 보는 걸 좋아했다는 구절이 나와 반가웠다.

 

예술을 가까이 하면 인생이 정서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그림 공부도 꾸준히 해야지. 이렇게 어떤 그림을 보러 가기 전에 읽는 게 그냥 계기 없이 보는 것보다 더 기대감도 주고 쏙쏙 잘 들어오는 것 같다.

 

264)미술은 이미지와 물질로 구성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책으로만 미술을 공부하게 되면 미술을 단순히 이미지로만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도판이더라도 작품의 크기나 미묘한 색감을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가 미술관이나 현장에서 작품을 직접 보면 당황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을 보면 미술이 지닌 물성에 감명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책으로 알던 작품을 실제 보면 이미지보다 그것이 지닌 물리적 특성, 즉 물감부터 캔버스 같은 지지대의 거친 표면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