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ㅣ데이비드 이글먼ㅣ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한 우리의 뇌

기로기 2023. 8. 22. 14:53

뇌는 엄청나네!

인간은 굉장히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구나.

아기 때 방치되면 나중에는 상호작용을 영영 못한다니..

 

신기한 기술도 많이 나오는데 핵심은 뇌는 환경과 우리 몸에 맞춰 변화한다는 거다.

(두 발로 걷는 개는 진짜 신기했다.)

 

언어 등 특정 분야에서는, 뇌가 굳기 전 어린 시절이 되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영어 조기교육에 집착하는 게 이해가 가기도 한다. 언어의 영역 만큼 영향이 크진 않겠지만, 나중에 기억을 못할지라도 어릴 때 해외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좋겠지?

 

교육적인 거 말고 정서적으로도 어릴 때 사랑을 많이 받고 존중 받고 자신감 있게 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니까 애 키울 준비가 안 됐으면 안 낳는 게 맞다.

 

로봇도 하드웨어가 아닌 (우리 뇌처럼) 라이브웨어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아주 좋았다. 이런 세계가 올까?

 

꾸준히 하면 뇌가 변한다는 점에서 루틴의 중요성을 느꼈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있다면 그저 꾸준하게, 꼬박꼬박 하자. 

 

뇌에 용량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하니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 새로운 (좋은) 자극을 주면서 내 뇌와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 고여있고 싶지 않다. 

 

 

 

우리가 처음부터 지니고 태어나는 눈, 코, 귀, 혀, 손끝 외에도 우리가 가질 수 있었던 도구들이 더 있었다는 것. 지금의 우리 모습은 길고 복잡한 진화를 거치며 물려받은 것에 불과하다.

 

뇌가 적응하지 못하는 세상이나 신체 형태가 있을까? 앞으로 몇백 년 뒤에는 인간 아기들이 달이나 화성에서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 아기들은 지구와 중력이 다른 곳에서 자랄 테니, 신체 또한 다르게 발달할 것이고 이동할 때 사용하는 신체 부위의 모양도 다를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우리의 일부가 된다. 비유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렇다. 그 사람이 우리의 내적인 모델에 흡수된다는 뜻이다. 뇌는 그 사람의 존재에 대한 예측을 중심으로 스스로를 재편한다. 그런데 애인과 헤어지거나, 친구 또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 그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해 항상성이 크게 깨진다.

 

보통 일곱 살 이전에 새로운 나라로 이주한다면, 그 나라의 언어를 원래 그 나라 사람들만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소리를 포착하는 민감기의 문이 아직 열려 있음. 여덟 살에서 열 살 사이에 이주한 사람은 새로운 나라에 섞여드는 데 조금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래도 흡사한 발음을 할 수 있다. 아널드처럼 10대 이후에 이주한다면,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원래 출신지가 드러나는 말씨도 끈질기게 남을 것이다. 언어의 발음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문화에 완전히 동화될 수 있는 능력은 약 10년 동안만 열려 있을 뿐이다.

 

언어 습득, 시각 인식, 사회적인 사회작용, 정상적인 걸음걸이, 정상적인 신경발달 등은 유년기 초기 몇 년 동안에만 성취할 수 있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사라진다. 뇌가 가장 유용한 신경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딱 알맞은 시기에 적절한 신호가 입력되어야 한다. 

 

사람이 나이를 먹은 뒤에도 뇌가 유연한가라는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할 길은 없다. 뇌의 어떤 영역을 지칭하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연성이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각 영역이 담당하는 기능에 따라 감소 속도가 다르다.

 

전쟁의 미래에 대한 끔찍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생물무기가 유연성을 회복시켜주는 상상을 해보자. 누구도 몸을 다치지는 않지만, 병사들은 모두 아기 때의 상태로 돌아간다. 걷는 법, 말하는 법도 잊어버리고, 기억도 싹 사라질 것이다. 지휘관의 명으로 집에 돌아오더라도 가족, 친구, 배우자, 자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건강하다. 다시 지식을 배울 수 있고, 손상된 곳은 하나도 없다. 다만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부분, 정신적인 인생이 리셋되어 처음 상태로 돌아갔을 뿐이다. 이런 상상이 끔찍한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지닌 기억의 총합이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이전에 있었던 모든 일의 함수. (영화 <매트릭스>의) B-212 헬리콥터 조종법을 익힐 때 어떤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는 법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헬기 조종법을 암호화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은 어렸을 때 말을 탄 경험이 있어서 그때의 기억 위에 헬기 조종법이라는 지식을 쌓는다. 또 다른 사람은 ... 이처럼 사람마다 한 가지 과제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뇌에 업로드할 수 있는 표준 자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컴퓨터의 경우와 달리, 사람에게 헬기 조종에 관한 '가르침'은 파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각자의 지식은 그 전에 직접 겪은 모든 일과 함께 묶여 있다. 과거의 경험이 우리 내면에 기억의 도시를 만들고, 거기에 새로 이사 온 주민은 자기에게만 딱 맞는 자리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가 뇌 기능의 원칙을 밝히면 인공지능에서 건축까지, 마이크로칩에서 화성 탐사 로봇까지 다양한 분야에 그 원칙이 유용하게 적용될 것이다. 잘 부서지는 설비들을 쓰레기장에 내다버리는 생활만 영원히 할 필요는 없다. 그런 설비 대신, 자가 환경설정 기능을 갖춘 장치들이 생물계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세계에서도 자리를 잡을 것이다. (고장나면 스스로 고치는 기계)

 

생후배선으로 인해 우리 각자는 공간과 시간의 그릇이 된다. 우리는 지상의 어느 특정 지점에 떨어졌을 때 그곳의 세세한 특징들을 모두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다. 본질적으로, 우리가 세상에 거하는 그 순간을 기록하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어르신을 만나 그분의 의견이나 세계관에 충격을 받을 때, 그분 역시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직접 겪은 일을 기록하는 장치라는 사실에 공감하려 애써보면 좋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뇌도 세월의 흐름으로 인해 어느 한 순간에 단단히 굳어져 다음 세대 젊은이들을 좌절에 빠뜨릴 것이다. 

 

우리는 '그는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라든가, '그녀는 생각이 독립적'이라는 말을 가치 있게 여기지만, 사실 우리를 에워싼 모든 것과 우리 자신을 분리할 길은 없다. 외부세계가 없으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신념, 신조, 포부는 모두 속속들이 그렇게 형성된다. 대리석 덩어리 안에서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생후배선 덕분에 우리는 각자 세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