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회구조와 문제점을 짚는 책이다. 예를 들면 검단 신도시 주차장 붕괴도 핵심을 짚어줘서 좋았다. 단순히 LH가 쓰레기네, GS 엉망이네 욕하며 그칠게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출생율이 올라가면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더 힘들어진다는 의견인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쇼킹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현재 인간이 사회에서 돈을 버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더 길게, 더 돈을 써서 고급 교육을 받고도 정작 직장에서 나가야 하는 시기는 앞당겨지고 있다. 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의 노년은 계속 길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돈을 더 빨리 벌고 더 오래 벌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려면 너도 나도 일단은 대학부터 가자는 마인드가 변해야 하고, 대다수가 높은 곳(대기업, 공기업)을 지향하여 취업 시기를 늦추면서라도 준비하는 취업시장 분위기 변화도 필요하다. 결국은 교육인데, 10대 때 본인 진로와 목표치까지 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그보다 직업과 직장에 서열이 뚜렷한 획일화된 사고방식을 바꿔야 되지 않을까. 학벌이 아니라 기술과 실력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내가 써도 너무 이상적이라 말을 덧붙이기가 힘들다.
결말에서 제시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이미 그렇지 않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기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아이러니한 건 채상욱 대표 본인 역시 직장일 시절부터 투자를 공격적으로 해왔고 증권사를 퇴사 후 인플루언서 겸 사업을 하는, 평범한 루트를 이탈한 사람이지 않나.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님)
결말에서 말하는 삶은 <레버리지> 같은 책에서 주장하는 것과 정반대의 삶이기도 하다. 마음이 혼란스럽다.
34)국내 이민도 더는 증가하기 어려운 시점이 왔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국내 이민을 가정하고 현재까지 조성된 서울 수도권의 산업 체계가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즉, 더는 20대가 서울로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서울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가?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런 조짐이 현재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 서구권에서는 도시가 성장할수록 도시가 죽어간다는 역설적 현상이 이미 상식이 되었다. 처음 조성된 도시가 오랜 부흥의 기간을 거치다 보면 기본적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한다. 그러다 보면 해당 도시에 거주하거나 해당 도시를 기반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높아진 주거비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고 외곽지대로 밀려 나가고, 결과적으로 도시 곳곳에 사람들이 빠져나간 음영지대가 속출한다. 이것이 건물 단위면 공실이 되며, 지역 단위가 되면 슬럼이 된다. 현재 미국 대도시 로스엔젤레스에 존재하는 스키드로우 지역이 대표적 사례이다. ... 말하자면 도시도 생물처럼 일종의 생애주기가 있으며 일정한 성장 단계를 넘어가면 자생력을 잃으면서 지속가능성을 상실하고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에도 신입생을 구하지 못한 초등학생들이 폐교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38)단일한 민족성이 오래 유지된 역사 또한 불리하게 작용한다. 현재도 이민 인력이나 이주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의 토착 주민들은 이를 탐탁지 않아 한다. 이러다보니 이민 정책과 행정 역량 역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축적되지 못한 상태다. 이민자 입장에서도 한국은 다른 서구 국가들보다 선호도와 만족도가 떨어지는 2급 선택지일 수 있다. 요컨대 이민 시장에서 한국은 해외 인력을 받고 싶다고 손쉽게 받을 수 있는 갑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51)왜 유독 한국만 투자 열기가 뜨거운 걸까?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스스로 투자를 해야만 하는 환경이라서다. 그 배경으로는 국가로부터 노후 보장에 대한 기대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제도가 부실하고, 퇴직연금은 말도 못 하는 최악의 명목 수익률을 내고 있으며, 실질 수익률로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내는 수준이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직장인이 회사 열심히 다니고 퇴직연금 부으면 40대에도 은퇴할 수 있도록 높은 수익률로 뒷받침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 우리나라는 60세 넘어서도 일하고 싶어 노동법을 개정해서 정년퇴직 나이를 만60세로 연장(2013년에)했던 나라다.
59)이렇듯 연금으로 노후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노후 안정을 위해 부동산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은퇴를 하면 오히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노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은퇴자들의 주택 매도세가 강한 국가는 과거에 부동산의 가치 하락을 겪은 바 있다. 일본과 유럽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시 한때는 이런 선진국들과 비슷하게 베이비부머 세대가 슬슬 은퇴하면서 주택가격이 떨어질 거라는 예상이 2010년대 초에 주류를 이룬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론적인 예측과 달리, 은퇴 세대들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오히려 주택을 더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81)병원의 수익성은 부대사업, 바이탈 진료 과목의 박리다매, 비급여 과목 중심의 운영, 여기에 비급여 과잉진료 등을 더해 지탱된다고 할 수 있다. 언뜻 보아서는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내막을 따져보면 실상 '필수 의료'로는 병원이 돈을 벌 수 없어서 필수 의료를 등한시하는 내적 메커니즘이 있다.
89)실손보험이 감당하는 비급여 항목의 부담이 가중되면 가중될수록, 피부과나 재활의학과에서 환자들이 공짜 의료를 누리면서 발생하는 적자가 커지면 커질수록, 보험사는 자동차 보험을 통해 결손을 만회하려고 한다. 실손보험에 의존하는 비급여 항목의 매출 구조는 필수 의료 과목도 왜곡한다. 비급여 항목으로 수익을 올리기 쉬운 인기 과목에 비해 필수 의료 과목에서 올릴 수 있는 기대수익은 노동 강도나 노동량 대비 낮다 보니 의사들이 진로를 선택할 때 인기 과목에 쏠리는 현상을 한층 더 심화시킨다. 다시 말해 실손보험 퍼주기가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실손보험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없는 과목에서는 점점 더 의사들이 빠져나간다. 그러다 보면 필수 의료 영역에는 공백이 발생하고 이는 해당 영역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실손 보험이 가성비 높은 보험인 것도 지속 불가능하다.
129)결국 혼인과 출산이 본인의 삶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내용의 다양한 답변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경제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이 문제가 단지 '집값이 내려가면 해결'되겠는가. 경제라는 것은 단기 요인도 있으나 매우 장기간에 걸친 요인이 있다. 주택가격뿐 아니라 자기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생애주기의 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경제 요인이란 연애, 결혼, 출산, 육아, 근로, 노후 등을 총망라하는 개념이므로, 상당히 광범위한 주제다. 이런 경제적 위기감을 해소하면서 연애하고 혼인까지 하겠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젊은 층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시간조차 부족하다. 과도한 근로시간과 수도권 통근통학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다른 데 눈 돌릴 틈이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난관을 뚫고 연애하고 결혼하려는 커플에게 유교적 삶의 기준까지 들이민다. 결혼하지 않고 낳은 자식을 미혼부(모) 자녀라고 부르듯이 '혼인'이 자녀보다 더 앞에 있는 셈이다. 자녀가 중요하다면 미혼이든 기혼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게다가 출산 단계에 들어가면 그때는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기다린다.
139)아이를 낳기로 선택하는 순간 막중한 부양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을 부모로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출산을 꺼리게 되고 오늘날과 같은 저출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금 시점에서 출산율 제고라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를 감당할 만한 가구 소득 증가, 그리고 아이를 보육할 서비스와 인력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출산율 증가는 오히려 재앙일 수 있으며 애초에 비현실적이다. 즉, 우리는 어느새 출산율이 더 이상 떨어져도 안 되지만 반대로 올라가도 안 되는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져 있다.
145)어떤 연금이든지 누적 연한, 즉 오랜 가입 기간이 수익의 핵심이다. 장기간의 세월에 걸쳐 꾸준히 연금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복리 이자가 쌓여 눈덩이처럼 굴려야 수령액이 커지는 구조다. 그런데 한국은 사회 진출 시기가 늦다 보니, 그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충분한 자산을 축적할 수가 없다. 그러니 앞서 설명했듯이 부동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173)한국군의 규모는 매우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2040년에는 군대 갈 남성이 고작 14만 명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국방 인력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군대 내 민간 인력의 수가 너무 적다. 다른 나라는 적어도 3분의 1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나 우리나라는 불과 7% 수준이다. 앞으로는 민간인의 국방 분야 진출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06년 개혁 조치 이후 현재처럼 급속하게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82)2023년 부동산 시장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이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처럼 DSR 적용을 받지 않는 대출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차주들만 주택 거래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택가격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거래량 자체는 여전히 위축된 채 교착 국면이 이어진 것이 지난 2023년 9월까지의 상황이었다. 그 이후 시장에 냉기가 돌았던 이유가 이제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이나 50년 만기 대출 같은 DSR을 우회할 수 있는 그런 상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DSR을 빠져나갈 방도가 막막하다. 2024년뿐만 아니라 앞으로 시장을 전망할 때 DSR은 핵심 전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이고, 수요는 대출량에 따라 결정되는데, 대출 상한선을 절대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DSR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출량을 DSR이 좌우하는 상황에서 금리는 DSR의 종속변수일 뿐이다. 실제로 2022년의 하락 역시 금리 인상만으로는 불가능했다. DSR이 아니었다면 금리 인상 초기부터 그렇게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 없었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도 인상된 것이지만, 2022년 4분기에 가계 전체의 DSR이 40.6%가 된 것이 핵심이었다. 즉, 가계 전체의 대출이 DSR 40%가 규정한 상한선을 초과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DSR이 빡빡해지다 보니 차주들은 신용대출부터 우선 상환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주택 수요가 말라붙기 시작했다. ... DSR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이나 DSR 규제를 사실상 완화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같은 수단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주택가격은 지탱되기가 어렵다. 시장을 전망할 때는 금리만 보아서는 안 된다. 단순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금리가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상품근리가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그리고 종합적으로 봐서 결국 이런 환경에서 가계가 대출을 다시 크게 늘리는지 안 늘리는지를 확인해야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212)일본 기업은 국가와 은행이 공급해주는 외환과 유동성에 길들여져 혁신하지 못했고 일본 가계 역시 기업이 인생 전체를 책임져준다는 종신고용의 타성에 젖어 위기를 깨닫지 못했다. 게다가 버블이 장기화하고 자산 시장의 상승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자 노동보다는 투기, 노동소득보다는 자본소득에 집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다. 사치와 향락에 빠져 기존의 총력전 체제가 보여주었던 건전함, 성실함과 같은 가치 역시 경시됐다. 저금리가 만들어낸 마약과도 같은 자산 시장 급등의 부작용이 일본을 덮쳤다. 특히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에는 일본의 엔화가 순식간에 강세를 이루면서, 일본 자산 시장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다. 부동산 불패신화와 주식시장이 지상 궤도를 벗어나 달까지 착륙한다는 발언이 이때부터 나왔다.
253)더 늦기 전에 위험자산으로 내몰리는 국민이 많아지지 않도록 제어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제어장치는 개인에게 "투자를 그만하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위험자산에 투자할 필요 없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국민은 우리처럼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내몰려서 살아가지 않는다.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적당한 시점에 퇴직연금에 기대어 은퇴한 뒤 가족을 부양하며 노후를 즐긴다. 출산율 또한 꾸준히 유지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만 그러지 못하리란 법도 없지 않은가. (사실 이 부분은 우리나라가 제일 심각할 뿐 다른 나라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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