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명품 소비에 대한 인간 심리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다. 그 이유를 대략 알긴 하지만 학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딱 그것만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은 없는 것 같았다. 이 책은 10년도 더 전에 나온 책이지만 그나마 직접적으로 명품 소비를 다루고 있었다.
유명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알려주는 청소년용 시리즈 중 한 권이라 사실 제목은 흥미유발용이고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쉽게 풀어쓴 책이었다.
소위 '명품' 브랜드 소비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생각은,
살 수 있는 사람은 살 수 있어서 사고 못 사는 사람은 못 사니까 (무리해서라도) 사야 하는 것.
이 책을 읽은 뒤 역시나 그렇군, 생각했다. 재미있는 주제라서 앞으로도 관련 책을 만나게 되면 읽어볼 예정.
베블런은 기업가에 대해서 굉장피 비판적이었다. 기업가를 현대 사회의 유한계급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추앙받고 우상화되는 미국의 창업주들을 보면 베블런은 뭐라고 할까? 베를런 의견에도 일리는 있으나, 100% 동의하긴 어려웠다. 신고전주의 학파의 생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에서도 '소유권'은 중요한 개념이다. '내꺼'라고 주장하려면 소유권이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회사에 대한 소유권이 일절 없는 단순 월급 노동자는 주식 투자를 통해 소유권을 가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성의 과시소비에 대한 이론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하단 첨부)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은 '나는 아내를 어떠한 노동에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며, 그녀에게 값비싼 드레스와 보석을 선물할 만큼 부유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말해줌. 때문에 여성의 신체를 변형시키는 극단적인 형태의 코르셋과 전족 같은 것이 유한계급의 금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 자신의 딸이나 아내를 아름답게 치장하고, 그들에게 수많은 지식을 주입하고, 까다로운 예의범절을 익히게 하는 것 역시 유한계급의 남성이 오랫동안 여성을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재산으로 여겨 왔던 습성을 드러내는 것. 유한계급 남성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인 여성 역시 세련되고 고급 교양을 갖출 만큼의 시간과 부를 투자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내를 통해 과시. 부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하면서 잉여 재산을 과시하는 수단인 하인들을 더 많이 소유하고, 그들의 노동도 더 많이 착취하는 풍조가 유행함. 재화의 생산에 종사하는 노예들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것은 부와 용맹성을 입증하는 것이지만,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하인들을 보유하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입증하는 것. (이 대목을 읽으면서 <아비투스>와 <지위게임>이 생각났음. 결국은 구별짓기.)
현대 사회의 상류층 아내들은 각종 자선 행사에 적극 참여하여 남편의 재력을 과시하고, 크고 작은 사교 모임에 남편과 동행하거나 독자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예의범절과 교양, 값비싼 의복을 과시함. 그녀의 이러한 활동은 자신의 인격을 과시하듯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재력과 교양을 대신 보여주는 것. 이렇듯 상류층 여성이 남성의 부의 수준을 드러내는 대리인이라는 점 때문에 여성들은 경쟁적인 과시 소비를 하게 됨. 이들은 누구나 쉽게 손 댈 수 없는 희소한 가치를 지닌 의상, 보석, 여행 상품에 항상 목말라 있음. 세계에 열 개 밖에 없다는 반지, 이탈리아의 명품 디자이너가 딱 서른 벌만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는 의상, 한국에는 두 개 밖에 없다는 명품 백을 찾아 누구보다 먼저 그것을 소유해야 한다는 경쟁심에 사로잡혀 있음. 남들과 확연히 다른 차별적인 낭비가 남편에게 명성을 안겨주기 때문. (흔히 낭비적 소비의 주범을 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도.)
소비하고 또 소비해도 나에게 부족한 그 무엇만 자꾸만 떠오르는 현대인의 이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베블런은 우리가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른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소비 행위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함. 다른 누구도 쉽게 갖지 못하는 값비싼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과시했던 소수 상류층의 과시 소비라는 소비 행위가 모든 계층에 규범처럼 퍼져 있다는 것. 과시 소비를 따라 하는 사람들의 심리 이면에는 부자들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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