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개인투자자의 추천이 있어서 알게 된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CEO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자본 배분 능력'이라는 것.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관점이라 신선했다. 투자자로서 투자할 기업을 판단할 때 CEO의 중요성, 그리고 그 CEO에게 자본 배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능력을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이걸 하나의 기업에 적용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 개인에게 적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정된 내 돈을 어떻게 현명하게 꾸려나갈 것인가.
나중에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CEO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드러내는 최종 지표는 매출액, 이익, 직원 숫자 성장률이 아니라, 기업의 주당 가치 성장률이 되어야 한다. CEO 성과를 평가할 때 핵심은 절대 수익률이 아니라, 동종업계 및 시장 전체와 비교한 상대 수익률이다. CEO 능력을 볼 때는 딱 세 가지만 알면 된다. 첫째는 경영자 재임기간에 주주들이 올린 연평균 주가수익률, 둘째는 같은 기간 동종 업계 기업들의 주가수익률, 셋째는 대개 S&P 500으로 측정되는 주식시장 전체 수익률이다.
CEO가 주로 자본을 사용하는 용처에는 기본적으로 기존 사업 투자, 다른 사업 인수, 배당금 지급, 부채 상환, 자사주 매입 등 다섯 군데가 있다. 자본을 조달할 때는 내부 현금 이용, 채권 발행, 주식 발행 등 세 가지 방안이 있다. 이런 방법들이 어떤 도구세트상자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장기적으로 주주 이익은 이런 다양한 도구 중에서 CEO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검소함 또한 주요 사풍이었다. 머피와 버크는 TV 방송국 매출액은 통제할 수 없지만 비용은 통제할 수 있음을 일찍이 깨달았다. 광고에 의존하는 산업 특성상 매출액은 들쭉날쭉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꾸준한 짠돌이 비용정책뿐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는 캐피털 시티스 문화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사실 캐피털 시티스 초창기부터 전해진 가장 유명한 일화는, 머피가 건물 페인트칠 비용까지 세세하게 따졌다는 것이다. 머피가 올버니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스미스는 광고주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사옥으로 쓰던 낡은 폐수녀원 건물에 페인트칠을 하자고 했다. 뒤이은 머피의 대답은 길 쪽으로 난 두 면에만 페인트칠을 하고 다른 면은 그냥 두자는 것이었다. "페인트칠 비용이 계속 들 것"이라는 이유였다. (계속 발행할 비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내가 종종 투자하는 친구들에게 장난처럼 말하는 '깝치지 말자'. 소비수준은 한 번 올리면 내리는 것에 고통이 따른다. 올리는 건 쉽지만 내리는 건 고통임을 기억해야 한다.)
캐피털 시티스가 그저 높은 이익률만 따진 것은 아니었다. 장기 성장을 염두에 둔 사업에는 기꺼이 투자했다. 머피와 버크는 캐피털 시티스의 사업 대부분에서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은 매출액 증가와 광고시장 점유율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역 시장 선두자리를 단단히 다지고자 투자에 나설 준비가 돼 있었다.
역발상 CEO들 중에서 호화로운 본사 건물을 지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회사가 좀 커지면 으리으리한 사옥부터 짓는다는 회사는 잘 생각해봐야겠다.)
말론은 주당순이익 대신에 채권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현금흐름을 강조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늘날 경영자들과 투자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새로운 어휘를 고안했다.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줄여서 '세전이익' 같은 용어와 개념은 말론 덕분에 처음으로 경영사전에 도입됐다. 특히 EBITDA는 철저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에 앞서서 사업의 현금창출능력을 순수하게 정의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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