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제야 제대로 완독했다.
역시 오늘 안 하는 일은 내일도 안 하게 또는 못하게 된다. 그러니 오늘 해야 한다.
몇 년만에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기에 그래도 신작보다 구작을 먼저 확실히 끝내야 할 거 같아서 부랴부랴 빌렸다.
출간일을 보니 7년 전이다 벌써...!
친구에게 이 소설에 대해 들었던 그 날이 무려 7년 전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아직까지도 이 소설이 인기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여전히 인기 대출도서고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는 걸 보았기에 아주 많이 사랑받은 작품인 건 틀림 없다.
최은영 작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다시 마음이 닿는 것 또는 닿지 못하는 것,
외국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
국가가 저지른 부당함
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어딘가 차분하고 약간은 우울한? 서글픈? 감성이 있다.
<쇼코의 미소>는 내가 마냥 생각했던 감수성이 아니었다.
심사평도 감동을 받았다는 보기 드문 평이 있었다는데 내겐 감동이 없었다.
내가 보기엔 주인공이 좀 못됐다. 가족을 보고 아무 목표도 없는 괘종시계 같다 하질 않나,
도쿄로 가지 않고 고향에 머무르는 연약한 쇼코를 보고 우월감에 휩싸이고.
쇼코도 할아버지한테 의존하는 주제에 쌍욕을 하는 게 선 넘었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친손녀를 사랑하면서도 친손녀보다 쇼코에게 어쩜 그리도 다정했던 건지.
여러모로 잘 안 와닿았다.
<한지와 영주>는 작가가 일부러 둘이 멀어진 이유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유도 모른 채 멀어지는 관계가 수도 없이 많으니
멀어진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그 의도는 잘 알겠으나,
이 소설에선 너무 터무니 없이 느껴져서 왜?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왜? 전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잖아. 그게 작가가 의도한 포인트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왜? (무한 반복)
내가 주인공이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데 아마도 최은영 작가는 가만히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아주 마음이 여린 사람일 것 같다.
<미카엘라>와 <비밀>은 세월호 참사와 연관되어 있다.
너무 너무 슬펐고, 울었다.
<비밀>은 제목이 <비밀>이고 내용에서 그 비밀이 무엇임을 명시하지 않지만
읽다 보면 그 비밀이 무엇인지를 독자가 알아차리게 만드는데 참 슬픈 비밀이다...
바로 이어서 작가의 신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를 읽고 있다.
그 책에 대한 감상은 따로 정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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