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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ㅣ토마스 라폴트ㅣ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거물

기로기 2023. 8. 2. 20:38

피터 틸의 책은 <제로 투 원>이 유명한데 어디선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피터 틸이란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많은 정보가 실려 있는 책이다. 
피터 틸이란 인물은 IT나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본 적이 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한국에는 비교적 그 명성이 덜 알려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거물이란 걸 이번에 알았다.
2015년에 한국에 와서 강연하고 정치인도 만나고 했던 적이 있더라. 당시에 전혀 몰랐다.
페이팔 공동창립자,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데 오픈AI 공동창립자이기도 하고,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 마피아 중에서도 핵심적인, 대부 같은 인물?
 
나는 피터 틸이 게이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거액의 소송 자금을 비밀리에 제공함으로써 고커 미디어를 망하게 한 것도 처음 알았고,
그게 아마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커가 폭로했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라는 사실도 당연히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복수까지 10년의 시간차가 있다는 것과, 이 사건에 대해 미국에서 다큐가 만들어지고 책도 나올 정도로 유명했던 사건인 것도 처음 알았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해당 다큐도 봤다. 그 다큐는 피터 틸에 대하여 매우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 트위터가 사명을 'X'로 변경했는데 그 비하인드라고 할 수 있는 엑스닷컴 얘기도 잠깐 나와서 재밌었다.
 
다만 원서가 2017년 기준이라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번역하신 분이 2018년 소식도 업데이트해주셔서 요긴했다.
지금은 2023년이니 훨씬 더 피터 틸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고 나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피터 틸이 대학에서 좋아했던 철학이 지라르 교수의 모방욕망 이론인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와 자신이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바에 이끌린다. 지라르는 세상의 거의 모든 갈등이 이 때문에 벌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이다. 
<지위게임>이 또 생각났다. 
 
 
 
지라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경쟁에 빠진 사람은 자기 목표를 희생하면서까지 경쟁자를 물리치는 데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경쟁이 극심한 까닭은 상대의 가치가 높아서가 아닙니다. 인간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을 두고 죽을힘을 다해 경쟁합니다.
 
(유명 로펌을 퇴사한 것) 그 말이 아마 보통 사람들에겐 이상하게 들릴 겁니다. 탈출하고 싶으면 문을 열고 나가서 그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그만인 거니까요. 하지만 문을 열고 나간다는 것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설리번 앤드 크롬웰에 들어가기 위한 혹독한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그들의 정체성 그 자체였거든요.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주거지, 스펙 등 외적인 요소에서 찾는 것 같다. 이게 불행의 시작 아닐까?)
 
틸은 페이팔을 결제 서비스 회사로 규정했고, 머스크가 꿈꿨던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슈퍼마켓' 구상과는 거리를 두었다. (머스크가 이번에는 X를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될까?)
 
상장 기업들의 생존경쟁은 치열하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15년 동안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S&P500에 포함된 500개 기업 중 52%가 사라졌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혁신 부족이었다. 1955년에는 S&P500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61년이었던 데 반해 2015년에는 고작 17년에 불과했다. (개별주 투자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가나 벤처투자가, 기업가도 '빅데이터'라는 것에 주목하지 않았을 때부터 틸은 데이터 분석 회사가 가질 영향력을 꿰뚫어 봤다. (지금은 무엇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할까..!)
 
틸에게 인터넷 공간과 우주 공간이라는 양극단 사이의 선택지는 바다 위에서 사는 것이다. 해상 인공도시, 즉 시스테딩이란 기존 국가의 영해 밖 바다 위에 있는 영구적 거주 가능 공간을 뜻한다. 2009년에 틸은 이미 해상 인공도시를 저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시스테딩을 처음 들어서 검색해봤는데 아직까지 뭐가 뚜렷하게 진행된 건 없는 거 같다.)
 
틸은 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굳게 믿으며 본인도 120세까지 살고 싶어 한다. 알츠하이머나 암 등의 난치병 퇴치는 틸의 현안 목록 중에서도 상위를 차지한다. 그 외에 그가 염두에 두는 것은 사용자의 영양 상태를 피드백해서 최적화하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모바일 기기, 그리고 신체의 각 부위를 젊어지게 하는 약이나 기술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등한시되고 있다는 게 틸의 생각이다. (인간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하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