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393

이처럼 사소한 것들ㅣ클레어 키건ㅣ홍한별 역ㅣ문학

클레어 키건이라는 작가는 예전부터 자주 이름이 들려서 읽어봐야겠다 하고 있었다.를 먼저 읽을 줄 알았는데 책자판기에 이 책이 있어서 읽게 되었다.아주 좋았다. 짧은 이야기인데 문체가 사람을 끌어당긴다.은유적이면서도 친절하게 많이 풀어서 설명해주기도 한다. 책을 읽고 좋아서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도 읽어봤는데, 신앙이 있는 어떤 분이 쓴 리뷰가 있었다.굉장히 잘 쓴 글이었는데, 미시즈 윌슨이 신앙심이 미지근한 사람이었다는 설명에 대해서 짚은 부분이 있었다.사실 이 부분은 작가가, 신앙적인 수녀들이 악행을 저지르고 신앙 없는 사람이 사랑과 자비를 베풀었던 걸 대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이라 보는 게 적절할 것 같은데,'그런 묘사와는 달리 신실한 신앙심을 지닌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쓴 것을 보고 놀..

독서기록 2025.01.17

무정형의 삶ㅣ김민철ㅣ직장인이 퇴사하고 로망의 도시에서 쓴 글

몰랐던 분인데 이미 유명하신 듯했다. 내 가까운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다. 이 분이 여성인 것도.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무려 20년을 일하셨고 그와중에 책도 계속 쓰고 계셨다.그렇게 20년을 일한 직장을 퇴사하고 오랫동안 로망이었다는 도시 파리에서 두 달 머무르며 쓴 글을 책으로 냈다. 어느 날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길래 읽어보았는데, 아쉽게도 내 취향의 글은 아니었다.나는 동글동글하고 힐링 감성적인 글보다는, 위트 있고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글 취향인 것 같다.자유롭고 싶은 마음, 현실에서 잠시 붕 떠있고 싶은 맘. 너무나 이해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여행지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라는 것을 여행지에서 여러 번 느꼈다.나의 일상이 있는 이 곳도 누군가에게는 로망의 여행지일 수 있고.취향이 아니라고 ..

독서기록 2025.01.15

소설, 한국을 말하다ㅣ장강명 외 20인의 소설가ㅣ멋진 기획

라인업이 대박이다. 21명의 쟁쟁한 소설가가 쓴 초단편을 묶은 소설집이다.문화일보에서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출판했다. 기획이 훌륭하다. 테마는 지금의 한국. 각자 다른 키워드로 썼다.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장강명, 강화길 두 작가였다. 장강명 작가의 재치와 유머. 내 스타일이다. 소신도 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게 느껴지는 작가라서 응원하게 된다. 정보라 작가의 타투 이야기에서 나오는 "그러게 누가 문신 같은 걸 하래?" 이걸 보니 할로윈 데이에 겪지 않았어야 할 비극을 당한 사람들을 향해 "그러게 누가 이태원 가래?" 또는 성폭행의 피해자에게 "그러게 누가 짧은 치마 입고 밤에 클럽 가래?" 등 수많은 변주가 떠올랐다. 반려동물 얘기를 보니까 진짜 같이 살기에는 사람보다 개가 나을 것 같기도 하고. ..

독서기록 2025.01.14

헝거ㅣ록산 게이ㅣ노지양 역ㅣ아주 사적이지만 결코 사적이지 않은 이야기

친구와 비만과 관련된 토론을 하던 중 친구가 를 인용하였다.록산 게이의 워낙 유명한 책이라 내가 예전에 봤던 것 같기도 한데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났다.이후 도서관에서 우연히 2024년 재출간 된 를 만났는데 책 내용을 보니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았다.친구와 했던 토론이 생각나서 바로 빌려 읽업왔다. 비만인의 권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썼다기보다는 자기 고백 같은 글이었다.성폭행 생존자의 일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아주 사적이지만, 결코 사적이지 않은 이야기였다. 사적이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이다. 록산 게이가 여성과 결혼하였고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런데 책을 읽으며 후천적인 레즈비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동성애에 대해 동성애자 당사자들 만큼 알지 못하기에 조심스럽지만,어릴 때..

독서기록/여성 2025.01.13

아침 그리고 저녁ㅣ욘 포세ㅣ박경희 역ㅣ인상적인 단편

책이 너무 이뻐서 눈에 띄었다. 소설이었다. 문학동네였다.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재출간을 한 것이었다.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소설인데, 한국 문학을 읽을 때와는 다른 감성을 느꼈다.형식이 독특하다면 독특했다. 짧은 이야기지만 인상적이다. 읽으면서 보니 욘 포세는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였고 여기저기서 언급이 많이 되는 작가였는데 작품을 본 것은 처음이다. 한 가지 궁금했던 점은 노르웨이어 원본을 번역한 게 아니라 독일어판을 번역한 중역본이길래 속사정이 있나 싶었다.믿고 맡길 노르웨이어 번역가가 없는 건가 설마?

독서기록 2025.01.08

대온실 수리 보고서ㅣ김금희ㅣ물 흐르듯 흘러가는 소설

한동안 읽은 책 리뷰를 올리지 않아서 다시 오늘부터 간단하게라도 올려보려 한다.2024년에 읽은 책이다. 이야기의 배치가 절묘하다고 생각했던 소설.현재 이야기, 과거 이야기, 역사 이야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왔다갔다 하는데도 어렵지 않고 모두 알아듣고 이것이 나중에는 스르르 다 이어지게 잘 썼다.   처음엔 주인공이 리사라는 아이와 가까워지는 얘기인가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그러나 리사와 가까워지는 평행세계도 존재하겠지.끝까지 서울에서 버텨낸 평행세계도. 순신이와 이어지는 평행세계도 물론.살면서 내리는 선택들이 쌓이고 쌓인다. 이어지고 이어진다. 삶은 자주 고통이고, 자주 버겁다.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좀 더 마음 편히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독서기록 2025.01.07

모순ㅣ양귀자ㅣ다시 읽자 다르게 다가오는

1998년 여름에 출간되어 아직까지도 소설 베스트셀러에 빠지지 않는 그 소설, 이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 읽었지만 이번에 친구가 처음 읽는다 하여 친구와 소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나도 다시 한 번 읽었다.과거에 읽고 쓴 리뷰를 보니 상당히 단편적으로 느꼈음을 알 수 있었다. 결혼 진짜 신중하게 해야 돼, 가정폭력 미화 같아서 불편해.. 정도의 감상.요즘엔 세상의 모순, 내 자신의 모순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중이라 그런지 이 책에서 모순들이 더 잘 다가왔다. 가정폭력범 아빠를 사랑한다는 모순집에 들어오지도 않는 주제에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모순다 가졌는데 죽음을 선택한 이모라는 모순가진 게 없는데 활기차고 행복한 엄마의 모순 (친구는 방어기제로 느껴져서 안타까웠다고 했지만)부족함 없는 나영규보다 가..

독서기록 2024.12.08

트렁크ㅣ김려령ㅣ2024년 드라마의 2015년 원작 소설

넷플릭스 시리즈 의 원작 소설이다. 소설을 쓴 김려령 작가는 이미 영화화되고 평도 좋았던 의 원작자이기도 해서 도 재밌겠다는 기대를 안고 드라마를 보기 전에 먼저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시리즈의 캐스팅과 작가의 전작으로 미루어 짐작한 결(분위기)과 너무 달라서. 그리고 무려 2015년에 나온 거의 10년 전 소설이었다.  소설 분량은 매우 짧았다. 그리고 읽으면서 기분이 좋기 힘든 내용이다. 분위기가 그렇다. 캐릭터도 이해가 잘 안 간다. 드라마와 다르게 원작은 여자 주인공인 노인지 입장에서만 진행되고 남편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묘사되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니까 원작에 살을 정말 많이 붙여서 드라마화했다. (그럼에도, 4화를 보고 있는데 어째서 이 드라마를 만든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

독서기록 2024.12.07

채식주의자ㅣ한강ㅣ이제야 읽은 그 유명한

수 년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던 소설이다. 하지만 이 '읽어야지'가 흔히 그렇듯 그 시간이 오래 될수록 '읽어야지'로만 남는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전국민을 놀라게 한 기쁜 소식이 있은 후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은 친구의 책은 아래 표지가 아니라 갈색의 예전 표지였다. 가부장제, 사회적 기준이라는 폭력과 억압고작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갑분싸가 되고 아내라면 모름지기 이러이러한 역할을 해야 하고인간이라면 고기는 반드시 먹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써서라도)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지닌 폭력성에서 벗어나려면 영혜처럼 될 수밖에 없는 건가자유로워지려면 그 정도까지 가야 하는 건가, 그만큼 어렵다는 건가'정신줄'이라는 말이 있다. 그 줄 하나만 놓으면 인간은 미..

독서기록 2024.12.06

이중 하나는 거짓말ㅣ김애란ㅣ아프지만 따뜻한

혈연인 인간보다 피도 안 섞인 개랑 도마뱀이야말로 지우, 소리, 채운의 가족이다. 인간에게는 마음 줄 곳, 삶을 지탱하게 하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소설 안에 상처가 진짜 많다. 그럼에도 잘 쓰는 작가들이 그렇듯 따스한 이야기다. 가정폭력 처벌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아저씨가 지우한테 말하는 “나를 떠나지 말고, 나를 버려라”는 무슨 뜻일까..몇 번 생각해봤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새를 그렸는데 그걸 본 누가 개를 잘 그렸다고 하는 건 자기 맘을 정확하게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까?왜 개도 도마뱀도 결국은... 상실과 상처는 필연인가.희생은 사랑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말 너무 좋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기 때문에. 사랑하니까 희생도 감내할 때가 있는 거지, 희생이 곧 사랑인 건 아니다.  ㅡ어둠 속에서 ..

독서기록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