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트렁크ㅣ김려령ㅣ2024년 드라마의 2015년 원작 소설

기로기 2024. 12. 7. 21:34

넷플릭스 시리즈 <트렁크>의 원작 소설이다. 소설을 쓴 김려령 작가는 이미 영화화되고 평도 좋았던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원작자이기도 해서 <트렁크>도 재밌겠다는 기대를 안고 드라마를 보기 전에 먼저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시리즈의 캐스팅과 작가의 전작으로 미루어 짐작한 결(분위기)과 너무 달라서. 그리고 무려 2015년에 나온 거의 10년 전 소설이었다. 

 

소설 분량은 매우 짧았다. 그리고 읽으면서 기분이 좋기 힘든 내용이다. 분위기가 그렇다. 캐릭터도 이해가 잘 안 간다. 드라마와 다르게 원작은 여자 주인공인 노인지 입장에서만 진행되고 남편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묘사되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니까 원작에 살을 정말 많이 붙여서 드라마화했다. (그럼에도, 4화를 보고 있는데 어째서 이 드라마를 만든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여기서 하차할 것 같다.)

 

'배우자 임대 서비스'라는 컨셉으로 정상적인 결혼이라는 틀에 박힌 인식에 의문을 던지는 시도인 것 같은데, 현재 드라마에 대하여 사실상 성매매라는 논란이 있듯 왜 꼭 '결혼'의 형태를 취해 '배우자'를 임대해야 하는 건지 납득은 안 갔다. 

 

예술인 남편을 연이어 맞는 게 얼마나 피곤한지 모른다. 예술인은 작품으로만 만나야 한다. 실제로 만나면 대단히 피곤하다. 자유로운 영혼이 아니라 까다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을 미치지 않게 하려면 어떤 미친 짓을 해도 가만히 둬야 한다. 생불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