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에 출간되어 아직까지도 소설 베스트셀러에 빠지지 않는 그 소설, <모순>이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 읽었지만 이번에 친구가 처음 읽는다 하여 친구와 소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 나도 다시 한 번 읽었다.
과거에 읽고 쓴 리뷰를 보니 상당히 단편적으로 느꼈음을 알 수 있었다. 결혼 진짜 신중하게 해야 돼, 가정폭력 미화 같아서 불편해.. 정도의 감상.
요즘엔 세상의 모순, 내 자신의 모순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중이라 그런지 이 책에서 모순들이 더 잘 다가왔다.
가정폭력범 아빠를 사랑한다는 모순
집에 들어오지도 않는 주제에 자식들을 사랑한다는 모순
다 가졌는데 죽음을 선택한 이모라는 모순
가진 게 없는데 활기차고 행복한 엄마의 모순 (친구는 방어기제로 느껴져서 안타까웠다고 했지만)
부족함 없는 나영규보다 가난한 김장우를 사랑한다는 모순
그럼에도 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모순
그 길이 비극적인 마지막을 보인 이모가 갔던 길이라는 모순
인간은 자기가 겪어야만 안다. 그래서 이 소설의 마지막이 그렇게 와닿는 건지도.
나는 이 소설의 엄마가 어떤 역경이 와도 그것을 맞이하고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너무나 힘든 상황 속에서 방어기제의 일환으로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을 주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친구랑 소설을 읽고 이야기하면 좋은 점은, 같은 소설을 읽고도 이토록 받아들이는 게 여러 군데에서 다르다는 것.
<모순>이 아직까지도 계속해서 사랑받는 이유는 지금 읽어도 세련되고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친구는 시대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친구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왜 결혼이 인생의 전환점이나 돌파구가 되어야 하고 결말도 어떠한 결혼을 선택하면서 끝나야 하는지 싶다고 했다.
소설을 다시 읽으면 다르게 다가온다는 재미도 느꼈다.
양귀자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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