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게 될수록 책을 만드는 일과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책을 볼 때 출판사도 함께 보게 되었다. 이 책은 1인 출판사 대표님들 여럿이서 각자 자기 출판사 운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써서 모아낸 책인데 다들 하나같이 돈 얘기를 하셨다. 책이 너무 좋고 책 만드는 걸 너무 사랑하지만, 책이 안 팔려서 돈 문제로 힘들었다고. 그럼에도 계속해보겠다고. 그래서 제목도 슬픔을 기쁨보다 먼저 쓴 거 아닐까 싶었다. 예상 대로 규모 있는 출판사 편집자 출신도 있지만, 전혀 출판과 관계 없는 일을 하다가 뛰어든 분들도 있었다. 출판사 일이 궁금했는데 현실을 완전 직시하게 하는 책이었다. 1인이나 소규모 출판사가 내 생각보다 훨씬 출판계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략 어떤 프로세스로 1인 출판사가 굴러가고 현금흐름이 생기는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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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실용서가 꼭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 분야의 책만 낼 것이 아니라 서너 가지 분야의 책을 내는 편이 좋겠다는 인사이트를, 위기를 겪으며 얻었다. 에를 들어 우리나라는 중국과도 수년째 사이가 좋지 않은데 만약 중국 관련 책만 내는 출판사가 있다면 분명 큰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출판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내가 만든 책을 평가하는 사람이 한 회사나 작은 집단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회사를 다니면 승진도 하고 고과 점수도 받아야 하니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 사내에 존재하는데 그 평가가 합리적이고 정당하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내가 내는 책은 그보다 더 냉정할지라도 다른 책들과 같은 조건에서 평가를 받는다. (이 말씀은 마치 <시대예보>와도 맥락이 이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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