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경제&투자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ㅣ오종태ㅣ세상을 보는 관점

기로기 2024. 10. 16. 22:17

그동안 공부한 주제랑 겹쳤다. 메르의 <1%를 보는 힘>, 강국진의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의 환원주의와 고전적 확률주의, 그리고 여러 책에서 언급된 종교와 과학을 주제로 한 책들을 읽은 후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읽는 동안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책 내용을 다시 곱씹으며 정리하다 보니 읽을 때보다 좋은 감정이 느껴진다. 저자가 말하는 바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책에 실제 투자 예시가 더 많이 실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은 

-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열린 마음 갖기

- 세상을 단편적(단순계)으로 보기보다는 유기적(복잡계)으로 보기

- 생각이 다른 사람과 토론하기

- 투자에서 심리학을 배울 필요성

이었다. 

 

아래는 인상적이었던 구절. 

 

 

우리는 삶의 방식 전체를 바꾸어 모호함을 견딜 수 있는 사고 구조로 전환해야 합니다. 관계에서 영원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함께 변해가며 서로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특히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이 너무도 작기에 사람들은 변할 가능성이 없고, 재해석의 여지도 거의 없는 어린 시절의 관계에서 진실한 관계의 모조품을 찾거나, 이해관계의 동일성이 가장 강력한 가족 집단 내에서 내심 서로가 서로를 힘들어 하면서도 이것이 소중한 관계라는 자기설득으로 버티고 있기도 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에서 고정 되어 있는 것을 영원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요.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를 확장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걸 보면서 어린 시절의 관계도, 가족 관계도 끝없이 변화하고 또 변화하고자 하는 나를 받아들여주고 이해해준다는 점에서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구나 느꼈다.)

 

복잡계와 단순계의 구조를 잘 이해하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도움이 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인 인간관계에도 적절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누군가와 30분 이상 대화를 나누면 상대방의 성격과 생각 구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상대가 단순계 사고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표현이 있습니다. 대화 중에 상대방이 "결론이 뭐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뭐라는 거야?" 같은 말을 하거나, 미간은 정말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와 같은 모양이 되었는데 표정에는 답답함이 가득하다면, 십중구구 상대의 생각 구조는 단순계입니다. 단순한 사고 구조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관점에 관심이 없고, 관점이 같든 다르든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 이런 사람을 상대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그 사람은 상대가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따라 의사결정을 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단순하게 접근 해야 합니다. 상대가 단순한데 복잡하게 대해봤자 여러분의 에너지 낭비입니다. 그 에너지를 여러분의 배움과 확장을 위해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투자를 할 때 복잡계 구조를 반영하는 생태학적 접근을 많이 사용합니다. 저도 과거에는 경제학이 제공하는 수단으로 세상 을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자본주의의 파괴적 성향에 힘겨워했고, 그 범위를 넘어서게 해준 것은 또 다른 경제학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생태학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존재에 해를 가하거나 냉소적으로 자신의 영역 확장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닌 타인과 다른 존재와의 공존과 확장을 추구하는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투자 철학 운운하기 전에 금융권이 사회적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금융인이 이런 사고방식을 가질 수록 사회에 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산업 사회가 익숙하다는 이유 때문에 중산층이 당연히 존재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특수한 사례의 일반화일 수 있습니다. 중산층 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은 선거 기간의 주요 이슈가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회의 모습을 과거의 산업 사회로 규정하고 바라보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후기 산업 사회 에서 정보화 사회로 매우 급격하게 진입하는 구간입니다. 이러한 근원적인 구조 변화를 이해하고, 그 변화가 발생시킨 계층 구조를 적절하게 반영해야 합니다.

계층 구조는 세 단계에서 두 단계로 줄어들고 있지만 각각의 구성원들은 개별적으로 훨씬 더 연결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고, 더 이상 소비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소비, 데이터, 정보를 생산하는 활동을 함께하는 구성원들로 사회가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여러 가지 제도가 반영해야 합니다. 구조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기심을 넘어서 전체를 고려하는 사회적 • 정치적 경제적 제도가 생겨나길 기대해 봅니다.

 

인류의 역사 전체로 보면 세 개로 구성된 계층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특이한 구조입니다. 인류의 계층 구조는 산업 사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 개의 계층 구조로 구성되어 왔습니다. (중산층이 튼튼해야 한다,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다 등의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 주장을 듣고 보니 역사 공부를 더 하고 고민을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급격하게 사용된 재정적 부담은 부채의 증가로 조달되거나 세금의 증가로 메꿔야 합니다. 이미 주요 국가의 부채 수준은 역사상 본 적이 없는 수준으로 증가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세금을 증가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은 매우 중요합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배층이 독점하던 물건들이 전체 사회에 제공되며 세금을 걷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술과 담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세상은 항상 복잡계였는데 2008년 이전은 경제가 우위에 있어서 경제 논리만 가지고 있는 단순계 구조의 생각으로도 별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특별한 구간이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경제의 비중이 작아지고, 과학과 정치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의 변화를 모르고 예전처럼 경제 논리만 가지고 세상을 이해하려니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 과학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과학 논리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정치와 경제를 무시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도 종종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과학 논리만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단순계로 사고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핵심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세상을 단순계로 본다는 점에서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아차 했던 게, 최근에 과학적 사고관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이 역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관점에서는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세상은 과학적 사고관을 가진 사람들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다.)

 

개인 투자자분들이 복잡계적 사고를 이해하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국가와 민족에도 기여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개인 투자자인 여러분은 기관과 달리 혼자서 연구하면서 깨우치면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바꾸면 됩니 다. 이것은 작은 경쟁력이 아닙니다. 특히 변화의 크기가 크고 강할 때는 더욱 더 큰 장점입니다.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의 장단점을 설명드릴 때 같은 원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여러분은 (큰+작은) 조직보다도 빠르게 새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 점을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외국인과 기관은 여러분에 비하면 새로워지는 것이 매우 느리거나 불가능합니다.

 

결론은 '복잡계 구조의 투자 환경을 이해하고, 참여하는 주체들의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펀더멘털• 유동성• 센티멘트를 적절하게 적용한다'입니다. 단순한 세상을 넘어서면 이전보다 더 큰 복잡계 세상이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