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경제&투자

당신은 설명서도 읽지 않고 인생을 살고 있다ㅣcommonDㅣ추천하지 않는다

기로기 2024. 10. 8. 21:24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발견해서 아무 정보 없이 읽은 책이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세이노의 가르침> 스타일로 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세이노처럼 순자산 인증에 대한 검증이 철저히 된 건지 의문이었다.

읽으면서 계속 갸웃한 사상이 많았는데 예를 들면, 피부색으로 차별하지 말라는 것을 노력 안 하고 사랑해달라는 식으로 이상하게 비유한다.

어차피 세상은 불공평한데 니가 누리는 거 포기할 수 있음? 못하지? 라며 철저히 제로섬으로 보는 시각. 

발언이 너무 거칠어 거부감이 들고(세이노에게서 느낀 진정성이 내겐 안 느껴졌다), 동의되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딱 인터넷 커뮤니티의 반짝 개념글 같은 느낌인데 이걸 공식적인 책으로 정말 내다니..

평소 독서와 거리가 먼 사람이 이 책 하나만 읽고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까 봐 걱정되는 내용.

찾아보니 정말 세이노에 비교하는 리뷰가 많이 보였는데 내가 느끼기엔 갖다붙일 수 없는 책이다.

 

물론 동의하는 내용도 있다. 투자자라면 대중과 같이 행동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어떻게 행동할까를 판단하고 거기서 수익을 내라는 것. 아래는 그래도 남겨보는 좋았던 구절.

 

 

선택지가 없는 사람은 노예가 되는 거고, 보통 선택지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실 돈이다. 그래서 나에게 돈은 자유계약서 같은 것. 내 시간에 자유를 주고 날 당당하게 만들어준다. 우리 모두는 노예 목걸이 벗어 던지려고 같이 아등바등하는 사이다. 근데 어떤 사람들은 힘껏 몸부림쳐도 아까운 시간에 서로 노예 목줄 길이를 비교하고 앉아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이니? (목줄 비유는 나심 탈레브가 했던 것)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정부의 합법적 폭력인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나의 자산을 지켜나가는 행위인 거야. 

 

마치 그걸 안 사면 패배자가 된 것처럼 만들면서 말이지. 우리가 삶에서 본인이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 이 차를 사면 - 저 가방을 들면 - 해외여행을 떠나면 ... 이러한 충동들은 기업의 마케팅과 그걸 만드는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람들은 그게 본인의 생각과 신념인 것처럼 떠들고 다닌다. (베블런이 생각나는 대목)

 

미국이 세계 곳곳에 군대를 보내놓고 세계의 경찰을 자처한 이유는 결국 기축통화의 생명과 연관이 있기 때문. 달러 말고 다른 걸 쓰는 놈들을 감시해야 하니까. 그렇게 돈으로, 달러로 경기를 부양하는 시스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미국에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숙명이 생겨버린 것. 바로 휴지와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1.찍어내는 돈보다 미국 경제가 더 성장한다. 2.달러 쓰는 나라들을 더 만들거나 성장시킨다. 게임에서 지면 달러가 휴지로 바뀌어버리는 거다. 금본위제가 아니라 휴지본위제 국가가 되어버리는 것. 즉 자기 경제 규모가 커져서 늘어난 달러를 소화시키거나 다른 나라에 달러를 더 쓰게 만들어서 시장에 달러가 안 돌아다니게 만드는 것. 왜 미국이 질서와 세계화를 강조하나. 미국은 전 세계를 발전시킴으로써 세계의 달러 사용량을 늘리고 철저한 분업화로 전 세계 시장의 팽창을 유도한 것. 즉 달러를 담을 그릇을 늘려나간 것. 

 

비트코인은 2008년은 미국의 금융위기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가는 시기였고 이때 무너져가는 달러의 위상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화폐라는 얘기가 있다.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린 이유는 지나친 통화 남발로 인한 가치 하락에 있으므로,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이 만들어지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통화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자산시장이 형성되면 그쪽으로 달러가 흡수되면서 달러화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라는 경쟁자에 대한 공격수단이 되기도 했다. (음모론 중 하나라고 봐야될 듯) 

 

남한테 말 한마디를 할 땐 신중하게. 이상한 게 말로 상대방을 배려해주려고 할수록 내가 이득을 보고 상대방을 말로 깎아내리려고 할수록 내가 손해를 보는 구조이니까.

 

분노를 효율적으로 누그러뜨리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남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 얼핏 보면 세상은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의 이해 안 가는 행동 투성이인 것 같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행동의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가게 마련. 그런 이해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내 삶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준다. 즉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남을 위해 하는 게 아니고, 본인을 위해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