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언제 들어도 좋은 말ㅣ이석원ㅣ친구의 연애사를 듣는 것처럼

기로기 2021. 11. 19. 09:52

너무 흥미진진해서 하루 안에 다 읽었다. 솔직하다. 그래서 작가 개인에 대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재미있는 연애소설 한 권 읽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세상에 그렇게 고고하기만 한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일지는 모르겠다.

 


 

만남이란 건 원래 어떤 식으로든 어긋남을 동반하기 마련 아닌가. 언제 인연이 내가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온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 난 언제까지 상대의 완벽함을 통해 내 결핍을 보상받으려는 노력을 되풀이해야 할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나라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불완전한 존재일 것임을 알고, 그렇게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한 상태에서 누구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 모든 모자람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사랑이 아닐까?

우린 이제 막 만났으니 당분간 서로의 얼굴은 서로에 의해 수없이 바뀔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분과 감정에 의해서. 각자의 삶과 상태와 상황에 의해서. 나는 오늘 그녀와 헤어져 집으로 가는 동안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쓸 테지만 아직은 머릿속에 각인이 된 것은 아니어서, 나는 그녀의 얼굴이 가물가물한 것을 안타까워 할 것이고 그러한 감정은 곧 ‘보고싶다’는 애틋함으로 내게 다가올 것이다.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너무 빨리 결정지어진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은 생에서도 한두 번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길 바라며 살고 싶다. 자고 일어나서 막 눈을 떴을 때 또다시 맞을 하루가 버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조금 큰 회사에 다니고 장가 좀 장 갔기로서니 어쩜 그렇게 자기가 세상 모든 일을 다 아는 것처럼 굴어 대는지. 세상을 보는 눈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이미 완성되어버린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 나의 입은 무거워진다. 한없이.

사랑이란 결국 상대와는 상관없는 나 자신의 문제이기에, 이렇게 엇갈릴 수밖에 없으며 사랑의 그런 영원히 완결될 수 없는 불완전성이야말로 사랑을 영원하게 해주는 요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끝내 온전히 당신의 것이 되지는 못할 테지만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세요. 그건 내가 당신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이치와도 같은 거니까요.

 

 

최초작성일 : 2019.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