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신앙ㅣ무라타 사야카ㅣ무라타 사야카 월드

기로기 2024. 10. 17. 22:33

이 책은 어떤 소설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나 검색을 하던 중 어떤 블로그 주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가 원래 알던 작가였다.

 

읽어보니 다루는 주제가 종교, 표준화계약, 생존, 가족이라는 개념, 안전지대, 획일성, 다양성, 클론(분신) 등 요즘 공부하고 고민하던 것들이 많이 나와서 더 좋았다. 이 작가는 현실을 단숨에, 아무렇지 않게, 슝, 무심히 넘어서는 특유의 세계관이 있는데 개성 있고 매력적이다. 단편집이라 정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한 편 한 편 다 재밌었는데, 특히 이성애자 여성 친구 셋이 한 집에 살면서 셋‘의’ 아이를 낳는다는 발상(물론 출산은 셋 중 한 명이 함)이나, '나'를 복제한 나A부터 나E까지의 복제인간들과 분업해서 살면서 겪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첫 번째 단편에 나오는 아래 구절은 핵심 주제는 아니지만 매우 공감갔다.

 

 

다들 넋을 잃고 들어본 적도 없는 론바바론틱이라는 접시에 대해 말하는 모습이 무척 기묘하게 느껴졌다.
사이카와의 정수기와 다들 몇십 만씩 척척 내는 론바바론 틱은 대체 뭐가 다른 걸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론바바론틱 따위 아무도 몰랐다. 그 무렵 회사 동료 결혼식이 많아 고급 식기 브랜드에 대해 샅샅이 조사했기 때문에 잘 안다. 그럼에도 지금은 다들 론바바론턱에 푹 빠져 있다. 정수기는 사기, 론바바론틱은 '진짜'.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다들 황홀한 표정으로 선사시대 토기로밖에 보이지 않는 론바바론틱 식기 위에 놓인 과일을 집어 먹는다. 나는 그 광 경에 섬뜩함을 느끼며 대충 맞장구를 쳤다. "와. 대단하네, 역시 뭔가 접시로서의 박력감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