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ㅣ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ㅣ인생 공부

기로기 2024. 10. 9. 20:32

모든 게 내 마음에 달려 있다. 

 

수련을 17년을 해도 만사에 흔들리지 않기가 힘든 게 인간이구나.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사상으로서의 불교를 계속 공부해보고 싶다. 

 

밀리의 서재에도 있지만, 실물 책이 일반 도서보다 크기도 크고 그림도 많이 실려 있어서 종이책으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단 스포주의)

 

저자가 속세를 등지고 수련을 하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으나 17년간의 수련 이후 다시 속세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도 놀라웠는데, 자살까지 생각하고 괴로워하다가 생활비도 끊기고 모국어로 명상을 가르치면서 자리를 잡은 듯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는가 했더니 이내 깊은 병이 찾아온다. 

본인의 이야기 뿐 아니라 아버지의 이야기도 숙연한 마음이 들게 했는데, 아버지는 스위스에 가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길 선택하셨고 가족이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둔다.

 

10)17년 동안 깨달음을 얻고자 수행에 매진한 결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얻은 초능력입니다.

 

17)저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용어가 편치 않습니다. 한순간도 마음이 진정으로 충만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 제가 추구하는 건 의식적 현존 상태. 즉 지금을 온전히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 저는 알아차림awareness이라고 말하는 게 더 좋습니다. 

 

93)누군가와 좀 더 편하게 지내고 싶고, 그 사람이 자기 입맛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면 기실 방법은 한 가지뿐이지요.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겁니다. (그 뒤로는 타인을 못 바꾼다는 내용이 이어짐)

 

120)경청은 그 자체로 치유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지요. 

 

175)지난 7년간, 태국 사람들은 저를 마치 신들이 보낸 선물인 양 대했습니다. ... 반면에 영국 사람들에게는 기생충과 흡사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영국에서 어떤 운전자가 차 창문을 내리더니 "뭐 할 짓이 없어서 빌어먹나?"라고 내뱉었는데 해방감을 느꼈다고 함) (똑같은 사람과 상황을 대하는 태국인과 영국인의 태도 차이가 흥미로웠음)

 

182)자기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다만 이따금 그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는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짐을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편히 쉬세요. 푹 쉬고 나면 짐을 더 쉽게 들 수 있어요. 생각과 통제력을 내려놓기, 내면을 돌아보고 경청하기, 현재에 집중하기, 정기적으로 편안하게 쉬기, 신뢰하며 살기, 이 모든 것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203)승려로 살았던 오랜 세월동안 제 도반이었던 이 중 대다수가 저보다 먼저 승복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인데 인제 와서 손을 떼는 것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울지 당신은 모를 겁니다. 지금 당신은 그 무엇도 아닌 승려지요. 당신의 정체성이 그곳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밖에 나오면 당신은 누구일까요?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 겁니다." (<지위게임>에서 죄수가 교도소 안의 생활에서 정체성을 가진 나머지 출소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으려 한다던 대목이 떠올랐음)

 

209)17년 동안 돈을 만져보지도 않고 살았는데, 속세로 돌아오니 온 세상이 돈을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했어요. '다들 어떻게 버티는 걸까?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버스를 타고 심지어 이따금 휴가까지 떠날 돈을 어떻게 다 마련하는 걸까?' 물가가 너무 비싸서 어질어질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상적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 불안감이, 그것도 극심한 불안감이 가슴을 휘젓고 짓눌렀습니다.

 

228)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집니다.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또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231)우리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힘들 때는 더욱더 그러합니다. 될 수 있는 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야 합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관계에서 힘을 얻어야 합니다. 

 

259)저는 질병에 분노하진 않습니다. 신이나 운명에도 분노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장수를 약속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인간은 나무에 매달린 잎사귀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잎은 시들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버티지만, 일부는 여전히 파릇파릇한 초록빛일 때 떨어지지요.

 

280)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308)저는 죽음을 삶의 반대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생의 반대에 더 가깝지요. ... 엘리사베트, 그때 아직 내 곁에 누워 있지 않다면 얼른 침대에 올라와서 나를 안아주구려. 그리고 내 눈을 바라봐요. 내가 이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게 당신의 눈이었으면 좋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