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와 요즘 이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과 통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반가웠다. 나는 작가의 다음 책도 읽어볼 것이다.
문제 있는 가족이 '솔루션'을 얻으러 나오는 TV 프로그램에서 폭력을 쓰는 집을 가족 테두리 내에서 화해만 시키려는 시도에 대판 비판을 하는데, 굉장히 동감한다. 가정폭력을 가정 내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할 일, 그저 가족이 감내하고 극복할 일로 두는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90)사회가 가족의 개념에 있어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의 단계에 와 있는지 아니면 아직 이른지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의무를 다하지 않은 가족은 혈연이라도 아예 가족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는, 혈연 대신 의무 중심 가족 개념으로 이동할 때가 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은 아직 이르고, 혈연 중심 개념은 유지하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권리를 제한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전자의 개념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책 많이 읽는 어머니를 폭행한, 책 안 읽는 아버지와, 그걸 신문 칼럼으로 어머니를 2차가해하는 논조로 써낸 아들의 폭력성. 치가 떨린다. 독서를 좋아하는 엄마의 똑똑함을 '정서적 폭력'이라 표현하다니... 여기서 폭력적인 사람이 누구인가? 열등감에 찌든 아버지와 삐뚤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아들.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건은 아니고 예전에 어디선가 읽고 열받았던 사건인데 이번에 다시 봐도 열받는다. 한겨레 씩이나 되는 언론사에 저런 논조가 필터링 없이 게재됐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다. 그래도 그 칼럼을 비판한 독자들이 있었으니 시정이 됐다. 역시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내가 영국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한 세계적 이슈들을 겪으면서 실감한 것은 영국을 비롯한 서구는 진보주의자들이라고 해도 여전히 서구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반대로 한국은 여전히 민족주의적 시각이 강한 채, 그 높아진 세계 위상에도 불구하고 세계문제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것이었다. 오로지 우리가 외국에서 칭찬받아 이른바 '국뽕'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하고 이제 경제 문화 대국으로 취급받는 이 시점에 한국은 서구와 반목하지 않으면서 서구중심적 글로벌리즘에 대안을 제시할 또 하나의 리더에 가장 맞지 않을까? 그러기 위한 대국의 마인드를 우리는 과연 가졌는가?
특히 '반지성주의'에 대한 챕터가 인상깊었다. <눈 먼 자들의 도시>라는 옛날 소설과 함께 설명하는데 정말 의미심장한 소설인듯. 반지성주의를 조심해야겠다.
SNS를 통한 반지성주의에 대해서 읽다가 최근 많이 접하게 된 신종 영상류가 생각났다. 유명 선수들의 외국어 인터뷰 영상을 따와서 한글 번역을 가짜로 달고, 질문하는 기자 목소리는 AI 목소리를 써서 영상에 덧입혀 마치 사실인양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렉카 유튜버들이 많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내용으로 조회수가 나오고 돈을 버니 하는 짓일 텐데, 속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 또한 내가 아예 모르는 외국어라면 까딱하면 속기 쉬운 트릭이다 싶어 섬뜩했다. 누구나 영상물을 올리고 퍼뜨릴 수 있고 권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발언권의 평등에는 기여했지만 조작과 반지성주의의 확대라는 부작용 역시 크다. 가짜뉴스 제재 좀 어떻게 제발 빨리 안 될까? 이런 게 조회수가 나오니 알고리즘에 자꾸 태우는 유튜브도 반성해야 한다.
110)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에 대한 착각에서 나온다. 민주주의는 지식과 무지를 평등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다수가 다수의 힘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소수를 겁박하고 침묵시키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가 아니다.
또 마음에 남았던 것은, 백인이냐 흑인이냐 말하기보다는, 인간의 피부색은 아주 옅은 갈색부터 아주 짙은 갈색까지 결국은 모두 다 갈색이라는 설명과 이것을 표현한 미술작품이었다. 인종을 틀에 박힌 시각에서 보지 않고 그라데이션으로 생각하게 해주는 설명이라 너무 좋았다. 역시 독서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독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ㅣ손웅정ㅣ인생을 대하는 자세 (1) | 2024.07.16 |
---|---|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ㅣ이명현, 장대익ㅣ과학적 사고 (1) | 2024.07.15 |
구의 증명ㅣ최진영ㅣ이런 사랑 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0) | 2024.07.13 |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왜 중요한가ㅣ페터 베르ㅣ나와 마주하기 (1) | 2024.07.11 |
평균의 종말ㅣ토드 로즈ㅣ평균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보자 (2) | 2024.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