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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ㅣ정광우ㅣ휩쓸리지 말고 바라보기

기로기 2024. 2. 18. 18:53

투자자가 화가가 되어선 곤란하다. 과거의 차트를 뒤적이다 보면 지금과 비슷한 유형이 종종 발견된다. 그러면 이를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만약 역사가 '정확히 동일하게' 반복된다면 미래 예상이 너무 쉬워질 것. 하지만 실제로는 변주가 나타난다. 그런데 일단 한번 차트의 유사성이라는 유혹에 빠지면 왠지 차트가 과거 시기의 경제 상황과 지금의 경제 상황이 비슷하다는 착각도 생겨난다.

 

당시 연준이 취한 조치들은 향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채의 화폐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부채의 화폐화란 보통 정부가 발행한 적자 국채를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해주는 정책을 말함. 부채의 화폐화는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데, 첫째,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됨. 정부의 무리한 재정정책을 중앙은행이 뒷받침해주는 꼴. 둘째,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 정부의 과도한 국채 발행을 중앙은행이 화폐발행으로 모두 받아줄 경우 과도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될 것이고, 이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연준은 그동안 양적완화 시 발행시장이 아닌 유통시장의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을 취해 왔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발행시장에서 직접 매입할 경우 정말로 부채의 화폐화 지적을 피하기 어렵지만,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면 어쨌든 직접적인 매입은 아니라고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 변명을 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런데 이번에 회사채 매입 조치를 내리면서는 유통시장에서의 매입뿐 아니라 발행시장에서의 매입도 실행함. 정부 부채의 화폐화는 아니지만 회사 부채의 화폐화는 일어난 것. 회사채의 경우 연준 입장에서 충분히 살 만큼의 물량을 유통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웠기에 발행시장까지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동안 발행시장에서의 직접 매입은 하지 않겠다던 불문율이 깨짐. 원래 규칙이란 것이 한 번 깨기가 어렵지 다음부터는 쉽다. 아마도 다음 위기 시에는 연준이 더더욱 과감하게 부채의 화폐화 문제를 무시하고 자산을 매입하게 될지도 모름. 물론 이번에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부채의 화폐화라는 금기 선까지 넘어버린 양적완화에 대한 반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정치의 영역.

 

양적완화가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보니 양적긴축은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연준히 실행한 양적긴축이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에 대해 재투자를 중단하는 것을 말함.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유 자산 총액은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수동적으로 보유 자산 총액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양적긴축이라고 한다. 물론 영란은행처럼 보유 자산을 정말로 시장에 내다 팔아버리는 적극적 양적긴축을 행한 사례도 있긴 하지만 최소한 연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에 바이든 입장에서는 증시를 띄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얼핏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과거에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면 이는 잘못된 논리. 지난 93년간 미국 증시를 보면 중간선거가 있었던 해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가장 부진했다. 대선이 있던 해에는 수익률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의외로 가장 수익률이 좋은 시기는 선거가 아예 없던 해. 굳이 해석하자면 선거가 있던 해에는 오히려 양당이 정책의 선명성을 드러내면서 갈등을 빚다 보니 증시에는 불확실성의 증가로 작용한 것 아닌가 생각함.

 

차액결제(CFD, Contract For Difference)가 있다. 이는 전문투자자 혹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상품인데, 절세가 가능하고 레버리지 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다. CFD는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중. 따라서 개인투자자가 CFD로 사고파는 경ㅇ, 다수는 수급 주체가 외국인으로 기록된다. 당일 매수/매도 창구를 보다 보면 종종 JP모건이나 CS, 모건스탠리 등이 과격한 매매를 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 많은 경우 이는 CFD 거래이며,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이 하고 있다고 봐야 함. (외국인 수급을 너무 맹신하지 말라는 맥락에서 나온 설명) 수급 이야기가 나오면 늘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너무 많은 노이즈가 들어가 있기에 수급을 체크하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당부한다. 만약 위의 두 가지 요인을 충족하는 위기 상황인 것으로 추정될 때에는 추가로 무엇을 보아야 할까? 바로 정부와 중앙은행의 수중에 이를 해결할 정책적 카드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2021년 1분기로 돌아가 보면 당시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여전히 많았다. 대표적으로 아직 테이퍼링도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추가로 완화책을 사용해도 무방한 상황. 자산운용사와 펀드에 대한 오해도 큰 것 같아서 바로잡아 본다. 가령 ARK와 멜빈 캐피탈의 펀드 수익률이 크게 하락한다고 해서 운용사가 망하진 않는다. 만약 운용사가 그 펀드에 자기자본을 넣어서 투자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운용사의 경우 대부분은 고객의 자금을 받아서 위탁 운용하는 형태.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고객의 손해일 뿐, 회사 손익에 손해를 미치진 않음. 물론 수익률에 실망한 고객이 다수 환매하여 나가게 되면 회사의 수익이 줄어들게 됨. 그리고 펀드의 경우 약관이 있기에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종목에서 큰 손실이 발생해도 펀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 가령 게임스탑 사태로 큰 손실을 기록한 멜빈 캐피탈의 경우 2021년 1분기 펀드 수익률이 -30%였다. 당시 일각의 추정처럼 멜빈이 전체 자금을 잃고 심지어 펀드에 레버리지도 사용했기에 손실이 100% 이상 갈 수 있다고 봤던 것은 루머에 불과.

 

금융업계에서는 펀드매니저가 갑이고 애널리스트가 을이라고들 한다. 애널리스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펀드매니저들의 투표로 결정됨. 그러니 펀드매니저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 또한 펀드매니저가 느끼기에 특정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본인의 운용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며 해당 애널리스트가 속한 증권사에 더 많은 주문을 줄 수 있는 구조. 주문을 더 많이 주게 되면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이 증가함. 수수료 수익 증가라는 혁혁한 공을 세운 애널리스트는 사내에서 역량 있는 인재로 평가받음.

 

투자자들은 이를 두고 무언가 사건이 터질 징조가 보인다고 했으나 당시 필자는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이유는 첫째, 장부 외 부채 문제가 아니었다. 큰 위기는 제대로 측정되지 않는 데에서 나타난다. 금융사들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의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때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부분이 많으면 국가는 어느 정도까지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면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어려워지고, 더 큰 문제로 번져나가면서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함. 잘 알려진 예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 관련 파생상품. 그런데 앞의 세 가지 사례는 너무나 깔끔하게 장부에 남아 있는 거래들이라 금융사들과 정부 입장에서는 소위 각이 나오는 경우들이었기 때문에 만약 문제가 발생했다면 적절한 지원책이 즉시 나왔을 것. 둘째, 레버리지가 과도하지 않았다. 금융위기 직전 투자은행들의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은 30~50배, 하지만 이제는 10~20배 수준으로 많이 감소함. 각국 정부가 금융사들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각종 장치를 마련한 덕분. 개별 상품으로 보아도 앞선 세 사례(ARK 수익률 급락, 레딧발 공매도 척결 운동 사태, 아르케고스 청산 사태) 중 레버리지 투자가 문제가 된 빌 황의 경우 약 5~10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짐. 워낙 주식 하락 속도가 가팔라 증권사들이 반대매매 과정에서 손해를 입긴 했지만 과거 위기 대비 레버리지 정도가 낮았기에 금융사가 위험에 빠질 정도의 손해는 피함. 향후에도 어떤 금융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것이 시스템 위기로 넘어갈지에 대해 판단할 때는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판단해보길. 

 

경기민감주는 시클리컬이라고 하는데, 경기가 좋을 땐 이익이 많이 나지만 경기가 나쁠 땐 적자도 날 수 있는 사업군을 말함. 대표적으로 철강, 화학, 조선, 그리고 요즘에는 반도체. S&P500 산업분류 기준인 GICS 분류에 따르면 11개 업종이 해당. 이는 경기민감과 방어로 나눠볼 수 있다. 경기민감은 임의(자유)소비재, 소재, 금융, 에너지. 여기에 필자는 반도체가 속한 IT하드웨어도 민감한 항목으로 따로 분류함. 반면 방어는 커뮤니케이션,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IT 소프트웨어, 부동산, 유틸리티. 한국은 이 기준으로 약 60% 중반이 경기민감 업종. 반면 미국의 S&P500은 40% 후반, 유럽과 홍콩은 50% 중반, 일본은 60%, 중국은 30%. 이처럼 한국이 글로벌 주요 국가 중 가장 경기에 민감한 산업들로 증시가 구성되어 있어서 경기침체 우려에 가장 먼저 반응함.

 

사전적 의미로 테이퍼링이란 점점 가늘어지는 것을 뜻한다. 연준에서는 자산 매입 규모를 점점 줄여나가는 것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즉 지난달에 100원을 샀는데, 이번 달에 90원, 다음 달에는 80원만 사는 식으로 여전히 매입은 하고 있지만 그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을 두고 테이퍼링이라고 함.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라고 하면 경제성장률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를 말함.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간단하게 결정되지 않음.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다르게 독특하게도 민간기관(전미경제연구소, NBER)에서 침체 판정을 내린다. 전미경제연구소가 삼는 침체의 기준은 '경제 활동의 현저한 감소'로, 매우 모호한 기준.

 

엔화 약세를 견디지 못하고 일본은행이 환시장 개입에 나서게 된다. 외환시장 개입 매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외환보유고에 쌓아둔 미국채를 팔면 미국 달러가 생긴다. 이제 이 달러를 팔아서 엔화로 바꾼다. 그러면 달러 매도, 엔 매수가 나타났기에 환시장에서 잠시지만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 여기서 포인트는 미국채 매도에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올릴수록 엔화는 약세로 갈 텐데 이를 막기 위해 미국채를 팔게 되면 그 자체로 수급적인 요인에 의해 미국 시중 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환율 변동의 요인이 금리 차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 글로벌 경기, 자산시장 변화,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강도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함.

 

물가와 금리가 꽤 빠르게 내려온다 할지라도 장기 전망에서 이 둘을 과거 수준으로 낮아지기엔 어려울 것. 이처럼 과거 대비 한 단계 높은 인플레이션의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키워드 두 가지는 현금흐름과 현금의 활용. 먼저 우수한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을 골라야 함. 경쟁사 대비 우수한 비용 구조를 갖추고 있거나, 고물가 시대에도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을 파는 기업이 여기 속함. 다음으로 현금 활용을 잘하는 기업.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현금을 가지고만 있어서는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현금을 활용하는 대표적 방법은 인수합병, 배당,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의 경우 잘되면 좋지만 실패할 경우 위험이 큼. 따라서 그동안 인수합병에서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선택해야. 다음으로 주주환원책인 배당과 자사주 매입. 둘 중에서 승자는 당연히 자사주 매입. 왜냐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함. 배당을 받으면 세금을 바로 납부해야 하지만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가 오르면 매도 시 차이겡 대해 기준을 넘을 때만 세금 냄.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붙는데, 자사주 매입은 반드시 소각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 자사주를 사기만 하고 소각하지 않으면 향후 대주주의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목적에 사용되는 등 오히려 기업가치 훼손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서 오히려 자사주를 다 산 후에는 오버행(대량의 대기물량)이 있다는 우려를 만들 수도 있음. 해외의 경우 '자사주 매입=소각'이라는 등식이 너무 자연스럽게 성립되어 있어서 오히려 소각이 드문 한국을 보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의아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