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불륜ㅣ파울로 코엘료ㅣ불륜에 스스로 발을 들인 여자 이야기

기로기 2023. 10. 16. 14:31

논픽션 말고 픽션을 통해 얻는 실마리도 있을 것 같아 읽어보았다.

일상에서 의미를 못 찾는 30대 여자 주인공. 남편이 날 사랑하지 않는 것도 밖으로 나도는 것도 아니고 남이 봤을 땐 부족한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진짜로 불륜 대상이 되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기 보다는, 무료하고 자유가 없는 인생의 공허를 채우고자 일종의 성취감, 정복욕, (그 남자 와이프와의) 지위게임, 열정과 모험에 대한 갈망 - 이러한 심리로 불륜한다.

코카인을 직접 사서 불륜남의 와이프를 무너뜨리려고 계략을 세우는 걸 보고 보통 또라이가 아니다 싶긴 했지만

그 외의 감정선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본인은 이미 불륜을 저지른 상황에서, 남편에게 애인이 있는 상상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걸 보면

진짜 인간은 이기적이다.

남편한테도 남편 나름대로 힘든 게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사랑하자 사랑하자 혼자 다짐하는데 그 '사랑'이란 게 뭔지 나한텐 잘 와닿지 않았다.

작가도 진화심리학을 공부한 듯했다. (언제 봐도 그 내용이 썩 유쾌하진 않음)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떠오르는 대목들도 있었고. 

 

현실적으로, 결혼을 했으면 인생의 열정을 특정 인간에게서 찾으려고 시도하는 게 매우 위험한 것 같다.

자기가 이룰 수 있는 어떤 목표를 바라보고 열정을 쏟는 게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 같다.

그리고 '00만 이루면 나는 행복하겠지, 완벽하겠지, 그거면 난 더 바랄 게 없어' 라는 식의 사고방식도 갖기 쉽지만... 인생에 그런 건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다면적이고 얄궂은 존재니까.

 

수 천 가지 연애가 있듯이 불륜도 한 가지 모양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이 이야기에서 상대 남성은 주인공을 여러 섹스 파트너 중 한 명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듯한데, 만약 그가 소위 '찐사랑'을 느꼈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을 거다.

 

43)하지만 지금 나는 욕망으로 달아올라, 남자가 주는, 키스가 주는, 내 몸 위에 오른 다른 몸이 주는 통증과 쾌감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129)분명 그 여자는 인간으로 사는 일의 고통과 환희에 대해 심오한 이해에 도달했을 것이다. 너무나 심오해서 자기 남편이 '상호 동의하에 섹스'를 해도 충격조차 받지 않았던 것이다. 

 

130)그녀는 매일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시내로 일하러 들어가며 거주허가서가 없는 불법취업자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두려움에 떠는 가련한 여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 고위 관리의 아내로서 남편이 자신보다 스무 살 어린 여자를 정부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항상 파티에 얼굴을 비치며 자신이 얼마나 부유하고 행복한 사라밍ㄴ지 온 세상에 보여주어야 하는 유한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방금 말한 국제연합의 고위 관리와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상관과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이유 때문에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그 어린 정부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계무역기구의 본사와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제네바로 이주한 외롭고 막강한 여성 CEO도 아니다. 밤에는 침대에 누워 고급 임대 저택의 벽을 응시하거나 남은 평생을 남편도 아이도 연인도 없이 보내게 될 거라는 사실을 잊으려고 가끔씩 남성 접대부를 불러들이는 그런 여자도 아니다. 

 

240)결혼을 안정이나 지위나 돈을 위해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에게 사랑은 가장 하찮은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랑 때문에 결혼했다. 그러면 나는 왜 그런 짓(불륜)을 했을까? 외롭기 때문에. 그런데 왜?

 

252)내가 힘든 노력과 감정의 통제를 통해 성취한 모든 것, 내 아이들과 남편과 직업, 그리고 이 집을 포기하지 않고도 연인이 주는 쾌락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253)야코프를 침대로 끌어들이겠다는 꿈을 성사시키고 나자, 구름 위로 떠올랐다가 다시 현실로 추락한 느낌이다.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한순간의 매혹, 당장이라도 사라질 감정임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그 감정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다. 모험도, 일탈의 쾌락도, 새로운 성적 경험과 즐거움도 이미 모두 누렸기 때문이다. 반듯하게 살아온 그 긴 세월 끝에 마땅히 받을 만한 선물을 스스로에게 주고 있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