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불교는 왜 진실인가ㅣ로버트 라이트ㅣ명상을 적극 권하는 책

기로기 2023. 9. 24. 22:20

마음 공부. 마음 챙김. 현명하게 살기. 생각하기. 생각을 바라보기. 

 

 

 

붓다는 말하기를 쾌락은 일시적이며 이런 사정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불만족한 상태에 처한다고 했다. 쾌락이 일시적인 이유는 쾌락이 쉽게 사라져야만 그것이 사라졌을 때 불만족을 느낀 나머지 더 큰 쾌락을 추구하도록, 그래서 더 많은 유전자를 퍼뜨리는 행동을 하도록 자연선택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단지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길 원할 뿐이다. 그리고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게 만드는 방법은 쾌락에 대한 기대치를 최대로 높이는 한편, 쾌락 자체는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매우 큰 슬픔을 느낄 때 자주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명상을 해본 적이 없다면 한 번 시도해보라. 우선 자리에 앉아 눈을 감는다. 지금 느껴지는 슬픔을 찬찬이 살펴본다. 슬픔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실제로 내 몸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 관찰한다. 예컨대 나는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눈 주위에서 슬픔을 느낀다. 슬픔에 대해 명상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관찰하면 슬픔이 주는 불쾌한 느낌으로부터 상당 부분 자유로워진다.

불교철학의 주요 가르침 중 하나가 느낌은 단지 느낌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느낌에 마치 큰 의미가 담긴 것처럼 거기 휘둘리지 않고, 일어나고 사라지는 느낌을 삶의 자연스런 일부로 받아들인다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일어나고 사라지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익히는 것이 바로 마음챙김 명상이다.

내가 수련회 식당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많은 사람이 눈을 감은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 모습에 적지 않게 놀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았다. 시각을 차단함으로써 맛을 백퍼센트에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였다. 나도 시도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샐러드를 한 입 물기만 해도 (단지 맛보는 것이 아니라 샐러드의 질감을 음미하며 천천히 씹으면) 15초 동안 거의 지극한 복락의 느낌이 찾아온다. 샐러드가 이 정도일진대 버터 바른 옥수수빵의 맛은 어떨까!

1959년 월폴라 라훌라 스님은 <붓다는 무엇을 가르쳤나> 라는 유명한 책에서 무아에 대해 다소 격정적으로 말했다.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자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그에 상응하는 실체가 없는 머릿속의 거짓 믿음이다. 자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나', '나의 것'이라는 해로운 생각과 이기적 욕망을 일으킨다. 또 갈애, 집착, 증오, 악의, 자만심, 우월감, 자기중심주의, 마음의 번뇌와 불순물 등 각종 문제를 낳는다. 자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개인적 갈등에서 국가 간 전쟁까지 세상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요컨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는 자아가 존재한다는 잘못된 견해가 자리 잡고 있다." 

평생토록 당신이 품어온 전제, 즉 당신 안의 어딘가에 '나'라고 이름 붙일 만한 존재가 있다는 생각을 계속 즐기라는 것이다. 당신 자신을 자아로 간주한다 해서 불교의 주요 교리를 위반하는 '중죄'를 지은 것처럼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당신의 자아가 가장 깊은 차원에서 당신이 줄곧 생각해온 '그것'이 전혀 아닐 수 있다는 급진적 가능성에 마음을 열어두자. 만약 붓다의 가르침을 따라, 지금껏 당신 소유로 여겼던 내면 심리 풍경의 상당 부분이 당신 것이 아님을 안다면 당신은 인간 존재를 바라보는 엄청난 관점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붓다가 권하는 상태에 이르면 당신은 지금껏 자아를 지니고 살아온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