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
굉장히 현실적이다. 배경이 일본이지만 한국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는 요즘 이야기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만은 않게 다루는 작가 특유의 문체 때문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만
리뷰에서 따뜻한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하는 것에 마냥 좋게 동의할 순 없었다.
그리고 외롭니 차갑니 뭐니 해도 난 도시의 익명성이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 고령화로 인한 노후와 돌봄 문제
노후와 돌봄은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거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가족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아직까지도 지배적이지만 앞으로는 가족에게만 맡겨둬서는 안 될 정도가 될 것이다. 국가 차원의 제도화가 더 면밀히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2. 매매혼
이웃의 관심이 고맙기도 하지만 숨 막히기도 한 시골의 모습이 잘 나타났다. 서로의 사정을 너무 속속들이 아는 사람들끼리 평생을 살아가는 시골 모습이 언뜻 정 넘치고 때로 가족 이상의 역할을 해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화와 익명성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는 못 견딜 환경일 것 같다.
애초에 이 동네도 결혼에 대해서, 왜 결혼을 하는가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결혼이란 건 무조건 하는 거고 누구랑 결혼하느냐에서 시작한다. 아직까지 한국도 비수도권은 이런 경향이 강하다. 친구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지, 안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 되고 소외되지, 주변에서도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계속 말을 얹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분위기.
소설의 주인공인 50대 아저씨도 본인 딸은 시골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절대 안 된다고 하면서, 막상 시골 사는 자기 아들이랑 결혼하겠다는 여자는 있어야 하는 딜레마를 겪는다.
3. 고향에 돌아온 40대 술집 여자
50대 아저씨들이 술집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이런 저런 행동을 하는데 웃기면서도 싫으면서도 진짜 이런 게 있을 것 같더라. 설정이 얼핏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도 생각났고. 그래도 소설 속에서는 선을 넘지 않긴 했지만 선 넘는 경우도 허다하겠지.
"뭐 조금은 반한 것도 있지만. 그래 봐야 일시적인 오락이지. 인구 적은 동네에서 늘 똑같은 얼굴끼리 지내다 보니 많은 것들을 잊어버려. 여자에게 반하는 감정도 그렇지. 사나에 씨가 와서 잊어가는 감정을 들쑤신 것은 다들 마찬가지야. 다나구치 그 사람도, 사쿠라이 과장도. 물론 이쪽이야 나이도 먹을 대로 먹었으니 새삼스럽게 아내와 헤어지고 젊은 여자에게 달려갈 수야 없지. 애당초 그렇게 그쪽 마음에 들 수도 없고 말이야. 그런 것까지 다 알면서 어쩌다 몇 년에 한 번,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오니까 다들 넋을 잃고 한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지. 그런 거 아니겠어." => 이렇게 자기객관화가 되면서도 그런다고?
4. 영화 촬영
연쇄살인 영화의 배경이라 싫다고 영화도 별로라고 하다가 해외 영화제에서 상 싹쓸이 하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세전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5. 범죄자가 된 마을 출신 청년
사람을 자살로 몰아간 사기꾼도 우리 마을 출신이니, 형기 마치면 죗값 다 치렀으니 마을로 돌아오면 품어주고 잘 지내자고 하는 사고방식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게 인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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