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아비투스ㅣ도리스 메르틴ㅣ계급, 지위에 관심이 있다면

기로기 2023. 8. 1. 18:03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알겠는 책.

너무 속물적이다 또는 너무 고정관념적이다 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 아는 소리 같아서 뭐 크게 인사이트는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독일 얘기인데 한국이랑 별 다를 바가 없게 느껴졌다는 게 충격이라면 충격. 

그리고 이 책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상류층' 당사자들이 하는 소리가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다른 계층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결국.

 

최근 <지위게임>과 <특권중산층>을 읽었으니까 그래도 끝까지 본 거고, 아니었다면 더 별로였을 것 같다.

실질적으로 이 책을 통해 얻는 게 뭔지 모르겠어서.

아비투스는 고정된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체득할 수 있는 거니까 포기하지 말아라?

 

그런데 막상 책 속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생각해 볼만한 포인트도 꽤 있다.

계급, 지위 이런 쪽에 평소 관심이 있다면 추천.

 

 

남들과 자신을 구별 짓고 돋보이게 할 수단은 아주 많다. 여러 범주의 자본이 인간의 잠재력을 맘껏 바루히하게 한다(혹은 방해한다).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 이 모든 자본이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 유형을 다양하게 가질수록 더 높이 올라간다.

- 심리자본 : 낙관주의, 열정, 상상력, 끈기.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느냐 아니면 중간 수준에 머물게 하느냐는 심리적 안정감에 달려 있다.

 - 문화자본 : 선망과 존중을 받는 코드와 취향. 몸에 밴 고급문화와 탁월한 사교술이 고전적 문화자본이라면 주의 깊고 한결같은 생활양식 혹은 용기 있는 기행과 개별성이 새로운 트렌드의 문화자본이다.

- 지식자본 : 졸업장, 학위, 전문 지식, 경력, 학술 및 기능 자격증, 자신의 지식과 역량으로 어떤 일을 해내는 능력.

- 경제자본 : 소득, 현금 자산, 부동산, 주식, 연금, 보험, 예상되는 상속 재산 등 모든 물질적 재산.

- 신체자본 : 스스로 얼마나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활기차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판단. 사람들은 외형에서 사회적 지위, 내적 가치를 유추한다. 

- 언어자본 : 유창한 언변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다양한 관점에서 구체적, 객관적으로 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어디에서 무슨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할지 아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 사회자본 : 누구를 아는가. 개인이나 집단과 얼마나 잘 지내는가. 든든한 가족, 훌륭한 롤모델,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 진정성 있는 멘토, 결정권자와의 친분,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 영향력, 권력, 가시성.

 

출신 배경을 뛰어넘을 기회가 지금처럼 활짝 열려 있는 때는 없었다. 50년 전만 해도 부모, 교사, 교회가 인생을 결정했다. 오늘날은 대부분이 깊고 넓게 교육을 받고 무엇에 열정을 쏟으며 어디서 살지 직접 결정한다. 디지털화와 지구화가 우리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정보 접근성은 무제한이다. 기존의 인생 설계가 갑갑하게 느껴지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자주 직업, 배우자, 분야, 도시를 바꾸고, 흥미진진한 생활양식을 익히고,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얻고, 낯선 기업문화를 받아들인다. 옛날에는 꿈조차 못 꿨을 것을 열망하고 직접 실현할 가능성을 찾는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우연한 행운, 직접적 후원, 부자 애인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일한다. 콜리의 설문에 응답한 부자들 중 70%가 1년에 적어도 하나의 큰 목표를 추구한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단 3%에 그쳤다.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스티브 시볼드 역시 목표지향을 결정적 성공 요소로 여긴다. "부자들이 성공한 이유는 그들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배가 항구에 도착하기를 고대하지 않고 직접 배를 만든다."

 

결국 사람은 보고 배운 것에 따라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다. 안목을 넓혀라. 지도하라. 당연히 소규모가 아닌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아라.

 

위로 오르려는 욕구는 감사할 줄 모르는 불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불평에서 생기거든요. 성장 욕구는 매우 인간적인 욕구로 절대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고유한 관심사를 좇고 마음의 소망을 이루려고 노력하면 잠재력을 발휘합니다.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소망하는 것은 결코 오만한 언행이 아닙니다. 그 반대죠. 그러므로 부당한 평가는 무시해야 합니다.

 

Q. 계급 상승을 꿈꾸는 사람은 인지적, 문화적으로 자신의 출신에서 벗어납니다. 이것이 주위 사람을 소외시키기도 하고, 때론 버림받은 기분을 느끼게 하죠. A.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고 소속은 우리에게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모든 집단에는 그 나름의 고유한 가치관, 신념, 행동 방식이 있어요. 당신이 내외적으로 그것을 멀리하면 구성원들의 신뢰와 동의를 잃으면서 외로워질 수도 있어요. 이때 반드시 균형을 찾아야 해요. 단지 거기에 속하기 위해 자신을 굽히지도 말고 영원히 등을 돌리지도 마세요. 당신의 뿌리가 거기에 있으니까요.

 

야심 찬 중산층과 부유한 상류층의 취향과 아비투스가 급속히 비슷해지고 있다. 가진 자, 더 많이 가진 자, 가장 많이 가진 자들은 아마존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재화와 인생 설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고 이해한다. 무엇보다 교육, 자녀, 건강, 시간 재량권, 생태적 생활양식이 여기에 속한다. 

 

평범한 이들은 좋은 성적과 졸업장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익히고 성과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는 법을 배운다. 반면 시장의 변화, 사업 영역, 기업 문화, 전략적 승진 준비 등은 조명을 받지 못한다. 부모 스스로 그런 것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 대중의 눈에는 기업의 최상층, 특히 이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바람직하기보다는 오히려 수상해 보인다. 사회 최상층의 아비투스는 당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권력 위치에 있는 부모는 대개 학교와 성적에 관대하다. 그들은 자녀들에게 다음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문 지식은 좋고 유용하다. 어차피 사람들은 미래의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니까. 하지만 전문적인 세부 내용보다 어쩌면 다른 것이 훨씬 더 이로울 수 있다! 상류층 자녀들은 집에서 다른 것을 배운다. 어떤 분야가 유망한가, 어떤 태도가 외교적 존중을 드러내는가, 권력자들과 관계 맺는 법, 3년 뒤에 어디에 있고 싶은지 명확히 아는 법, 어려서부터 확고한 목표를 다져야 하는 이유, 보수 좋은 회사에 곧장 입사하는 것보다 경영 수업 인턴십이 더 나은 이유, 지도자가 되는 법... 계층별 사고방식의 차이가 자녀들의 직업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 (<특권중산층>이 생각났던 대목)

 

사회학자이자 행복 연구가인 얀 델하이가 이것을 쉽게 공식화했다. 그의 행복 레시피는 "소유하기, 사랑하기, 존재하기"다. 이 세 가지 행복 재료는 사람에 따라 양이 다를 수 있지만 한 가지 재료가 다른 하나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한다. 돈, 관계, 의미.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만 우리는 살 가치를 느낀다.

 

수학자 크리스티안 프리츠는 "(재정적) 성공의 길은 과정이지 이벤트가 아니다" 라는 문장으로 이 현상을 깔끔하게 설명했다.

 

연구 목적으로 잠시만 부자 역할을 맡아도 '부자 아비투스'가 등장한다. 돈이 많아지면 마치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역으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가지면 협력 태도가 강해진다. 이 연구팀은 이런 변화된 태도를 단순한 유용성 계산으로 보았다. 돈이 넉넉한 사람들은 타인의 선의에 덜 의존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말하자면 재산의 차이가 다른 아비투스 형식을 불러낸다. 가난한 사람들은 연대해야 삶을 더 잘 꾸려나갈 수 있다. 반면 부자들은 타인의 의견에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뜻대로 목표를 추구할 수 있고 불이익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득권을 안전하게 지킨다. 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의 장점이 바로 이런 자유다(사치품 소비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업적을 드러내어 크게 인정하는 태도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결속력을 다집니다. 또한 자신과 상대방의 자기애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분위기를 관리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지위게임>에서도 상대의 지위를 인정해주라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은 인정 욕구가 너무 큰 동물이다..)

 

내부 고발자는 항변의 기회도 없이 순식간에 리그에서 추방됩니다.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위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ㅋ 내부고발 문화가 더 확산되고 내부고발자들은 인정받아야 된다고 생각함)

 

닮고 싶은 사람과 알고만 지내더라도 그들이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고 모범적인 행동 방식을 전수한다.

 

사람은 피트니스센터 혹은 조깅 구간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야심이 높아진다. 또한 팀장이 발걸음을 세면 팀원들도 곧 따라 한다. 5세 조카가 첼로를 배우기 시작하면 어린아이는 멜로디언이나 배우면 된다던 견해를 버리게 된다. 사업 파트너나 정치 동료가 요트나 고급 주택을 누리는 지위에 오르면 원래 미심쩍었던 그들의 습관들조차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듯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 아비투스는 전염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대하고, 어떤 옷을 입고, 무엇으로 집을 꾸미고, 무엇을 바람직하고 아름답고 합법적이라고 여기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피터 틸이 좋아한다는 모방 이론도 생각났고, 학군을 그렇게 중시하는 이유도 이런 면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현실에서 주변에 성공한 사람이 없으면 성공한 사람이 쓴 책 몇 십 권을 일단 보라는 이유도 이거인 듯.)

 

상류층보다 중산층이 이런 특혜를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 중산층은 실력에 의한 성공 신화를 믿기 때문에 공정하고 타당한 규칙을 요구한다. 반면 최정상 리그는 마이너 리그보다 훨씬 더 강하게 관계와 소속으로 자신을 정의한다. 상류층은 다른 모든 계급보다 사생활과 직장 생활이 많이 얽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를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 즉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모와 잘 아는 사람. 정기적으로 같이 파티를 열고, 함께 기부하고, 함께 와인을 마시고, 함께 휴가를 떠나는 사람. 외부자가 보기에는 이런 특혜가 불공정해 보이지만, 내부자의 눈에는 집단의 자원을 보존하는 아주 합리적인 방법이다. 

 

도덕적 엄격함은 주로 중상위 중산층의 아비투스다. 중산층을 화나게 하는 일이 상류층에게는 종종 사소한 문제이고 하류층에게는 스스로를 돕는 요령으로 인식된다. 맞다. 네트워크, 이웃의 도움, 네포티즘(족벌주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어디까지가 부당한 특권인지에 대해서 친구랑 얘기한 적이 있다)

 

계급 상승자는 완전히 다른 사회화 과정 때문에 이런 주고받기 방식의 아비투스가 오랫동안 발현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아비투스를 더 오랫동안 미심쩍어한다. 그들은 당연한 듯 시간과 에너지를 전문성, 관리 능력에 투자하고 이것이 성공을 위한 의미 있고 윤리적인 방법이라고 여긴다. 이것은 옳다. 단, 상공회의소의 강의실이 아니라 낚시터나 와인 시음회에서 비공식적으로 관계망을 구축할 때만 그렇다.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은 존중할 만하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 진정한 동료로 인식되고 싶다면 자산 포트폴리오에 쏟는 만큼 사회자본에도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업계마다 있을 카르텔, 서로 용서해주고 서로 끌어주고 서로 도와주는 그런 관행이 생각남)

 

상류층의 특징은 집중적 만남과 폐쇄적 관계망이다. 우선 올바르다고 여기는 범주에 소속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 지도층의 수와 그들이 활동하는 생활 공간은 한눈에 조망이 가능할 정도로 좁다. 그들은 종종 같은 장소에서 만난다. 어떨 때는 대학 개교기념일에 초대된 귀빈으로서 어떨 때는 재활용 센터에서 그리고 다시 주말 장터에서 버섯과 고수를 사다 마주친다. 자주 만나면 친근감이 생긴다. 관심사가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다는 데서 기분이 흐뭇해진다. 상호 인정과 신뢰가 쌓인다. 직장 생활과 사생활이 서로 섞이고 점점 더 끈끈해진다.

 

권력은 쟁취하고 두드려 얻을 수 있지만 지위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부여된다. 다른 사람들이 한 사람을 존중하고, 신뢰하고, 그 사람의 판결을 믿을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지위가 생긴다.

 

당신의 관심사가 무엇이든, 어떤 야망을 품었든, 당신이 최고라고 여기는 바로 그것을 꼭 실현하기를 바란다. (자신만의 게임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정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