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일은 두려웠지만 반드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끔찍한 짓을 저지른 자들과 그들이 먹여 키운 후손이 같은 땅에서 웃고 먹고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역겹다는 감정을 느낀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어떻게 자리잡았는지 잊지 않아야 한다.
올해는 역사를 더 신경 써서 공부하겠습니다.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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