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여성

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ㅣ케이트 가비노ㅣ이은선 역ㅣ인생과 책을 사랑하는 여자들

기로기 2024. 11. 13. 22:43

필리핀계 미국인 여성 케이트 가비노가 쓰고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내용은 사회초년생인 아시아계 미국 여성 세 친구의 출판계 커리어를 위한 고군분투기인 동시에 아래층에 사는 90세의 부커상 수상작가 할머니와의 인연을 다룬다.

감성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

아시아계 미국인 중에서도 내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필리핀계 작가라서 흥미로웠다. 한국 문화도 종종 언급되어 반갑다.

열심히 살고 책을 사랑하는 여자들 이야기가 재미 없을 리가..!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친구들과의 우정이 주는 유대감과 연대감

청년이 겪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

연애, 결혼을 둘러싼 고민들과 각자 다른 선택. 할머니의 자서전에 왜 남자 얘기가 없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왔다가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건 나죠." 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캐릭터지만 90살에도 젊은이들과 소통이 되고 그들에게 의지가 되는 어른으로서 책 읽고 글 쓰는 삶, 너무 멋지다.

 

실비아는 정신병원에 스스로 갔던 시절이 있었고 작가를 꿈꾸고

시린은 지금 하는 일이 객관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도 자신에게 맞지 않아서 방황하고

니나는 훌륭한 편집자가 되고 싶고 남자친구와 트러블을 겪고

각자 다른 상황 속에서 친구들끼리 의지하고 소통하면서 인생을 꾸려나가는 모습.

 

"저는 주석만 돼도 감지덕지겠어요." "주석의 주석이 될 운명이라 한들 어떤가요? 나는 지금도 날마다 글을 써요."

 

영혼을 말살하지 않는 사무직.

 

"이해하고 말고. 가장 훌륭한 셀프 살풀이가 이거예요. 글쓰기." "선생님도 글쓰기로 해소가 되셨어요?" "당연하죠, 내 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때도 도움이 됐는걸. 실비아도 분명 그럴 거예요." "완벽하진 않지만 첫걸음을 뗀 것 같아요." "그거면 충분하죠."

 

"늙은이로서 한마디만 더 보태자면, 젊을 때 사진 많이 찍어놔요. 나중에 잘했다 싶을 테니."

 

"나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데,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글을 써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재미있는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그렇게 하고요. 좀 단순하긴 하지만 내가 카뮈는 아니니까. 절망감이 찾아올 때도 할 줄 아는 걸 하려고 해요. 글 쓰고 책 읽고 가끔 울기도 하고 당연히 잘 챙겨 먹고. 맛있는 쌀국수가 내 일주일을 바꿔놓은 기억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모르겠어요. 제 포부를 당황스러워하거나 비웃는 사람들만 봐서 그런가봐요." "야심만만한 여자를 대하는 태도가 늘 그렇죠. 세상이 아직 멀었거든요."

 

"따뜻하게 맞아줘서 언제나 고마워요. 이웃과 알고 지낸 적은 평생 처음인데, 정말이지 인생의 축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