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나 사이비 종교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을 보면 왜 저럴까 싶었는데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 책이다. 정말 궁금했던 주제였다. 이 주제에 이렇게 파고들고 책으로 엮어낸 저자에게 감사하다.
웨스트보로라는 극단적인 종교집단과 거기서 탈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어려서부터 그 종교의 가치관을 당연하게 교육받고 그 가치관을 믿는 가족들 손에서 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신도들)과 계속해서 교류하니 그런 세계관 속에서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이해가 간다. '매일 그런 내러티브 속에서 사는 거'라고 했다. 잘 짜여진 가스라이팅 같았다. 그래서 내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삶을 영위하려고 했던 친구도 자신의 공동체 의식 때문에, 거기에 사랑이 있고 관계가 있고 거기서 벗어날 수 없기에, 이런 마음이었던 걸까 싶었다..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된 건, 사실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상대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팩트폭격보다는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잘 들어주고 많은 대화를 해서 상대 스스로가 모순을 깨닫게 하는 게 효과적인 설득이 될 거라는 것. 말은 쉽지만 실제로 실천해서 변화를 유도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캔버싱 진행자는 반박하거나 입씨름을 하는 대신 상대방의 말을 정성껏 들어주고 그가 혼란스러운 감정과 생각을 해결할 수 있게 돕는다. 여러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고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대답을 되풀이한다.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말을 충분히 경청한다고 느끼면 의견을 더 길게 설명하고, 그러다 보면 종종 자신의 의견에 의문을 갖는다.
이렇게 강조했다. 결국 자신들의 비결은 그저 솔직하고 열린 태도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거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실제 현실을 일대일로 완벽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뇌 안에서 실행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이다. 우리 각자는 끊임없이 상상과 스스로 만들어낸 착각으로 이뤄진 가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 착각은 우리의 감각과 사고에 의해 형성되며, 다시 감각기관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자신이 느낀 것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자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필요한 사실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 정보를 모두 알고 나면 그들도 자신의 견해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견해가 다른 이들과 논쟁을 벌일 때 실상은 효과가 없음에도 자신이 믿을 만하다고 여기는 온갖 출처 링크를 복사해 붙이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상대편이 잘못 판단했거나, 정신이 나갔거나, 정보가 부족하거나, 또는 그냥 완전히 틀렸다고 믿는다. 문제는 상대편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파스칼과 카를로비치의 연구는 상대에게 반박 증거를 제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의 결론에 어떻게 도달했는지 묻고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타인이 나와 다른 사전 경험과 가정, 프로세스를 이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와 타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확신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공동체에서 다른 문제와 목표, 동기, 관심사를 갖고 산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서로 다른 경험을 지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내가 타인과 같은 경험을 한다면 그 사람과 같은 의견을 가질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아주 오랫동안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 아주 많은 지식을 갖추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얼마만큼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우리는 '아는' 것만 이용해, 또는 안다고 '믿는' 것만 이용해 합의된 현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오류가 발생해도 그것을 알 방도가 없을 때가 많다.
우리는 자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처음 감지하면, 즉 예상과 경험이 일치하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면서 자신의 모델을 조절하지 않으려고 저항한다. 기존 모델을 눈앞 상황에 적용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뇌가 기존 모델로는 부조화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새로움을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층위를 생성함으로써 기존 모델을 수정한다. 그 결과 돌연한 깨달음을 경험한다. 이때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변화의 내용이 아니라 마음이 바뀌었다는 의식적 깨달음이다.
테데스키와 캘훈에 따르면, 그런 경험을 한 후에 일어나는 인지적 재건 프로세스는 지진 이후의 재건축 과정과 유사하다. 가장 튼튼한 구조물만 살아남으며, 우리는 그 구조물이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다. 허물어져버린 구조물은 이전과 동일하게 재건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 안에는 '붕괴에 훨씬 더 강한 저항력을 갖춘' 새로운 세계관이 형성된다. 위기에서 우리는 마음을 바꾸는 데 훨씬 더 열린 상태가 된다. (안티프래질이 생각나는 대목)
공유하는 특징이 무엇이든 집단의식이 형성되었다. 사람들은 일단 '우리'가 되면 우리가 아닌 '저들'을 미워한다. 그리고 우리 집단이 이길 수만 있다면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더 큰 이익을 기꺼이 희생시킨다.
사회과학 분야의 최신 증거는 인간이 옳은 행동을 하는 것보다 집단의 훌륭한 구성원이 되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준다. 그래서 좋은 구성원이 되고 싶은 욕구를 집단이 충족시키는 한, 우리는 잘못된 행동을 기꺼이 택하곤 한다. 다른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말이다. (무섭다)
우리는 자신의 직감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는 동기를 지닌 상태에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확증을 찾았다고 믿으면 다른 정보를 더는 찾지 않는다. (답정너라는 건데, 경계해야 할 자세다. 쉽지 않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의 근거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데 매우 뛰어나다. 반면 자신의 근거를 엄밀하게 비판하는 데는 서툴다. (자기를 제3자화해서 객관화하는 습관 들이기)
이 대화의 초점은 사람들을 혼자만의 생각 순환 고리에서 빠져나오게 이끄는 것, 메타 인지 상태로 유도하는 것이다. 나의 추론 과정을 복사해 타인의 머릿속에 갖다 붙이려고 해서는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앤서니는 그게 핵심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추론 과정을 되돌아보고 제대로 이해하게 이끄는 것. "사실 그게 전부예요. 그리고 그게 전부라는 것도 놀랍죠."
그는 내가 갈등 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를 우연히 깨달은 것 같다고 했다. 그 원칙은 늘 가장 먼저 '나는 왜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고 싶은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라. '왜 이것이 내게 중요한가?' 어떤 대답이 나오든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라. 그리고 답을 상대방에게도 말해줘라.
어느 시대에든 어떤 문화에서든 사람들은 진실을 안다고 믿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실이 바뀌면 문화도 더불어 변화했다. 인간은 종종 근시안적이고 무지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나는 인간이 마음을 바꾸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존재라고 여기고 싶다. 우리가 기러기 나무를 더는 믿지 않는다는 사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을 믿는다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 모델이(지식, 믿음, 태도가) 대체 가능하고 변화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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