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ㅣ이나가키 에미코ㅣ새로운 취미가 생기셨구나

기로기 2023. 3. 20. 14:53

내가 좋아하는 작가. 피아노에 빠져계신 줄 몰랐다!!

새로운 번역서가 나왔다길래, 예전에 기대한다고 포스팅했던 책 一人飲みで生きていく이 국내 번역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번에 나온 책의 원서 제목은 <노화와 피아노>로, 50대 후반에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서 겪은 일을 다룬 에세이다.

 

처음 책 빌릴 때만해도 아 피아노를 시작하셨나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하루 2시간 꼬박꼬박 맹연습에 피아노를 위해 식단과 자세 등 생활습관까지 바꾸고, 해외여행을 가서도 피아노를 찾아 칠 정도로 푹 빠져있는 상태셨다!

 

지금은 효율과 생산 위주의 삶을 살고 있는 나지만, 어릴 때 배우다 관둔 피아노에 대한 로망은 마음 한 켠에 늘 있어서 언젠가 좀 더 마음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되고 지속할 수 있을 때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그 취미를 먼저 이렇게 즐기고 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피아노를 치게 된 일화도 신기해서, 사람 일은 역시 모르는 거니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매일 희망을 안고 살아가자고 또 한 번 느낀다. 

 

한국에도 강의로 왔다가셨나본데 전혀 몰랐다. 아쉽다.

다음 책도 기대하겠습니다, 작가님.



14)아름다운 곡은 내 앞에 분명히 존재해 어디로도 도망가지 않는다. 인생에는 이런 세계도 존재했던 것이다. 목표가 없어도, 어딘가를 향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무작정 노력하는 그 자쳃 즐거운 세계가.

164)내 인생에서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무언가, 살아가는 데에 더없이 소중한 무언가, 말하자면 ‘희망‘ 같은 존재가 분명히 거기에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게 피아노는 그만큼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피아노가 없는 인생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치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하다. 따분하고 허전하고 살아 있다는 느낌마저 잃어버릴 듯한 기분이다. 내게 있어 피아노의 존재감을 새삼 깨닫는다.

206)내가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고 가장 호평을 받았던 곡은 독학으로 연습한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1권> 제1번 전주곡이다.

249)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은 인생의 영원한 친구를 얻는 일이다. 설령 지금 자신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세상의 모든 것이 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다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존재다.

268)그 전에는 몰랐던 진정한 나를 매일 만날 수 있으니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276)수백 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피아노를 향해 달려왔다. 인간의 삶은 한정되어 있지만, 나처럼 미숙한 사람부터 훌륭한 연주자까지 그 모든 사람이 릴레이처럼 음악을 이어왔고 키워 왔기에 지금에 이른 것이다. 내가 피아노를 치는 순간 나는 시간도 공간도 육체도 초월해서 위대한 인류의 역사와 이어진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 회장님도 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괴롭기만 할 뿐 허무해 보이는 인생에도 분명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닥쳐올 죽음도 두렵지 않게 느껴진다. 살아 있는 동안에 있는 힘껏 살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게 바로 행복이다. 나는 그 사싷을 피아노를 통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