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주의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다른 가족들을 경쟁 상대, 심지어 적으로 대하는 태도에 있다. 가족주의가 내부의 단결과 결속을 중시하다 보니 다른 가족과의 관계에 있어서 나눔과 배려보다 경쟁과 질투를 앞서게 된다. 남들이 좋다고 평가하는 대학과 직장에 가는 것이 대부분 가족의 동일한 목표가 되면서 서로서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는 눈을 기르게 된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 성원들이 가족 내에서 겪고 있는 폭력이나 위기 상황에 대해서 사회가 개입하기를 꺼리고, 그것이 '가족 문제'이기 때문에 내버려둬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주기도 한다.
혼인은 이제 집안과 집안, 친족과 친족 간의 결속이라기보다는, 개인과 개인의 만남으로 친밀감과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보아야 한다. 혼인의 의미와 그 성격이 변화하면서 혼인의 지속성은 전보다 약해지고 있다. 사랑이 식거나 친밀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면, 그 혼인이 지속될 이유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그야말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라는 것을 부정하고 힘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행위.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힘과 돈이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해지고 점점 더 남녀 관의 관계가 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또 성폭력이 남성의 생물학적 욕구에 기반해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아직 많은 듯하다.
외형적으로 볼 때 한국 사회는 빠른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의 발전이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그것을 이룬 방식 자체가 원리원칙보다는 국가나 기업, 그리고 이들의 지원을 받는 정치인과 같은 힘 있는 자들에 의해 행해져온 것이다. 그렇기에 경제 성장과는 별도로, 국민은 높아진 삶의 질을 누리기보다 결국 '힘 있는 자가 되어 성공해야 한다'라는 생각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고 이는 언제나 불만족스럽고 불안한 삶에 자신을 위치시키도록 만들었다.
한국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생애주기에 따라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상당히 고정적이다. 조금 다른 삶, 다른 선택을 원한다면 그 앞에는 수많은 장벽이 기다리고 있다.
어째서 한국 사회는 이토록 질투와 혐오의 문화가 만연한 것일까. 질투와 혐오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집단 간의 차이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무엇이 옳고 우월하다는 관점이 너무나 분명하고 고정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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