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인플루언서ㅣ볼프강 M. 슈미트ㅣ기대이하

기로기 2023. 1. 30. 16:22

서점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다. 인플루언서에 대해 어떤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까 궁금하고 기대했던 책인데, 결론은 기대이하. 비판이 과도하다고 느껴지고 모든 인플루언서를 싸잡아 매도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현상을 열거하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대안은 없다.

25)인플루언서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세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게 아니다. 팔로워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환호하는 것이다. 물론 인플루언서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보통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보다는 좀 더 매끈하게 보정되어 있고, 필터링되어 있으며, 포토샵으로 조금 더 예쁘게 꾸며져 있다. 이것이 후기 자본주의가 지닌 무한한 따분함을 감추는 포장지다.

85)인플루언서와 팔로워의 생활수준은 서로 격차가 아주 크다. 하지만 팔로워들은 흔히 둘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같은 눈높이에서 대등하게 이뤄진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90)유명인들의 모습을 보정하는 행위 속에는 그 이미지를 보는 이들의 무의식 영역을 왜곡하려는 의도가 잠재되어 있다.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언제 어느 때나 보정을 거친 남녀 스타의 외모처럼 보여야 한다는 당위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

120)미디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남들이 다 보는 걸 나만 안 보면 안 될 것 같아진다. 그래서 AI 알고리즘의 명령에 나 자신을 맞춘다. 오프라인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이름 없는 장소로 갑자기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 수 있다.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알고리즘을 실현하기 위해 다들 달려가는 것이다.

127)미국의 언론인 겸 풍자작가 앰브로스 비어스는 광고를 “누군가가 돈을 충분히 지출할 때까지 그 사람의 사유 능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다”라고 정의했다. 개인적으로 촌철살인에 가까운 정의라 생각한다.

145)그간 꽤 많은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인간의 몸과 외모를 담보로 한 비즈니스는 결코 시들지 않았다.

256)인플루언서가 친구처럼 다정하게 다가간 덕분에 팔로워들은 자신이 광고 영상 속 주인공과 동급이라는 착각에 빠지고, 광고 모델이 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는 팔로워가 계속 고객으로 남아있길 바란다. 그래야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앞으로도 인플루언서라는 이름으로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