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ㅣ도우리ㅣ젊은 도시인의 젊은 글

기로기 2023. 1. 12. 17:36

트렌디하고 젊고 똑똑하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도시인이라면 공감할 법한 키워드에 톡톡 튀는 글을 쓴다. 젊은 글이라 너무 반가웠다. 재밌고 잘 쓰는데, 아쉬운 점은 글을 좀 어렵게 쓰신다. 여러 가지 얘길 하는데 그래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명확하게 전달이 안 된다. 좀 더 글이 뾰족하면 좋겠다.

구조적 불평등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인 건 알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데 편향되어 있는 거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아서 아쉬웠다.

갓생 :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사람이 미라클 라이프를 산다기보다, 미라클 라이프를 사는 사람에게 미라클 모닝이 손쉽다’고 꼬집는 대목이 있는데 미라클 라이프를 사는 사람이 어떻게 그 라이프를 살게 됐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렇게 쉽게는 말 못할 텐데 싶었다. 지난 몇 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생각한 좋은 삶의 표본을 흐름으로 죽 훑은 건 좋았다. 근면 성실-웰빙-자기 계발-멘토-시크릿-워라밸, 힐링

배민맛 : 자본 없는 자본주의 인간 ㅠㅠ 이란 표현이 기발하고 웃기면서도 슬펐다. 그런데 글 말미에 “없는 사람들은 부정 식품을, 있는 사람들은 파인 다이닝을 누리는 사회는 부정 사회다” 라는 문장은 무슨 뜻이지? 난 배달의 민족으로 배달시켜 먹는 음식이 꼭 부정 식품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사람이라고 매일 파인 다이닝 가는 것도 아닌데 맥을 이상하게 짚는 거 같다. 빈곤층의 영양소 섭취가 불균형하고 가공식품 섭취가 많다면 사회 문제이긴 한데, 스스로를 자본주의 인간이라 칭하면서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저런 밑도 끝도 없는 문장은 거부감이 든다.

방꾸미기 : “누구나 예쁜 집에 살 수 있어” = “누구나 돈만 있으면 예쁜 집에 살 수 있어. 좋은 주거 환경은 보장되지 않지만” 이라는 것에 동의. 대다수 청년 1인 가구는 (특히 서울에서는) 좋은 주거 환경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소품으로 인테리어 하는 것이라도 해야 되는 상황 아닐까..

랜선사수 : 이런 식으로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요즘 풍조가 정말 이런가..? 이직이 너무 잦아서 찐사수와의 끈끈한 정과 성장 이런 건 확실히 드물어지고 각자도생, 갠플이 더 짙어진 거 같긴 하다.

중고거래 :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구별짓기>에서 말한, 그 유명한 ‘문화자본’ 개념을 실감했다. 문화에 대한 취향은 단지 사적인 게 아니고 계급이 첨예하게 구별되는 장이라고.“ ”이제 일상을 위한 공간인 동네조차 브랜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공감.

안읽씹 : 콜포비아에 이은 톡포비아 이야기. 나도 약간은 증세가 있는 듯? 너무 많은 실시간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하니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은 더 힘들 듯.

사주풀이 : 인생이 힘들고 잘 안 풀리니 사주나 타로에 기대고 싶어지는 거 아니겠나. 비과학적이든 말든 명쾌함을 원한다는 거고, 잘 될 거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거니까.

데이트앱 : 데이트앱 안 써봐서 친구한테 재밌는 썰 듣는 거 같았다. “이제 외모는 단지 생물학적인 게 아니라 ‘뜯어먹을 거’가 많은, 아주 속물적인 기준이다. (매력 자본을 형성하기 위해 실제 자본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 “내 욕망의 경로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할까? 어디까지가 흉하지 않을까? 주제넘지 않을까? 내 욕망은 여전히 주제넘는데.”

좋아요 : “관심은 만인이 만인의 연예인이 되어 매일 일정량을 ‘채굴‘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 딱히 대안은 모르겠고..

(왠지 이 작가님이라면 책 리뷰를 샅샅이 찾아볼 거 같아서 의식해서 쓰게 되는데 작가님 혹시 보고 계신다면 응원합니다, 다음 책도 나오면 읽을 거예요, 일기 같은 제 리뷰에 노여워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