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호모 아딕투스ㅣ김병규ㅣ알고리즘과 중독경제

기로기 2023. 1. 10. 15:45

요즘 관심 있는 주제라 재밌게 읽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좋은 점은, 내가 살면서 알고 있지만 언어화해보지 않은 것들을 확실한 문장으로 언어화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독'은 무서운 단어다. 중독자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력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스마트폰 / 앱 중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다큐도 같이 보는 것을 추천. 최근 나온 다큐인데 이 책의 저자도 등장하고 <도파민네이션>의 저자도 등장한다. KBS 시사기획 창 신년특집 2부작 - 알고리즘 인류 1부 현실을 삼키다 

https://youtu.be/wXC8UmKgRvI

 

 

스마트폰은 돈도 들지 않고, 질리지도 않으며,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어려운 신종 마약인 셈이죠.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은 쉬지 않고 자신의 보상회로를 자극합니다. 사람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보상회로를 언제 어디서나 자극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죠.

 

중독경제의 시대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 광고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고, 소비의 성격이 일회적인 것에서 연속적인 것으로 변화하며,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 구매 이후가 중요해지고, 마켓의 개념이 시장에서 소비자로 변화합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또한 매출에서 사용자 수와 사용 시간으로 바뀝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을 자신의 앱에 중독시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중독경제의 핵심입니다.

 

알고리즘은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사람들의 믿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오직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내게 하는 데 관심을 둘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중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비교가 사회적 욕구를 강하게 자극해서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유발합니다. 소셜 네트워크 앱도 자신의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사회적 욕구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셜 네트워크 앱은 대체로 자기 계정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아예 앱을 이용하지 못하게 해놓습니다. 자신의 계정이 존재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볼 수 있어야만,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링크를 누르면 반드시 로그인할 것을 강요함)

 

애플의 프라이버시 강화 정책은 디지털 광고 시장을 놓고 벌이는 애플과 페이스북의 데이터 전쟁의 일면인 것입니다. 그들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인 데이터를 두고 싸운 것이죠. 이것이 저커버그가 애플의 프라이버시 강화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이유입니다. 애플과 페이스북 사이의 공개적인 설전도 중독경제 시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데이터가 중독경제의 핵심 자원이기 때문에, 테크 기업은 사용자 데이터를 놓고 전쟁을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느냐보다는 각 사용자에게 얼마나 잘 들어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이들을 철저히 만족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역전의 기회가 있습니다.

 

입소문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법 : 제품의 질 향상도, 서비스 차별화도 아닙니다. 바로 일부 소비자들에게서 열광적인 반응, 즉 스파이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프로세스 이코노미> 생각남) 그 수가 많지 않더라도, 크게 열광하는 고객이 있다면 강한 스파이크가 일어나면서 그들 주변으로 입소문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팬을 만드는 전략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광고 전략이기도 합니다. 팬들 만든다는 것은 모두를 대충 만족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확실하게 만족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폭이 좁고 끝이 뾰족한 창을 사용하지만, 일단 침투에 성공하면 팬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서서히 넓혀나가는 것이 바로 팬덤 전략의 핵심이자 큐레이테인먼트 전략의 기반입니다.

 

지금부터 스스로 자신의 메타인지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망, 감정, 생각이 온전히 자기 것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고 되돌아봐야 합니다. 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모든 것에 의심을 갖고, 이들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