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헤이트ㅣ최인철 외ㅣ혐오 공부

기로기 2022. 6. 26. 23:02

국내 여러 교수들이 혐오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그대로 출판하여, 구어체로 된 책이다. 이 강연을 기획한 건 티앤씨재단이고, 재단의 대표가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혐오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게 강연 기획의 계기라고 하는데.. 누구인지 검색해보면 나온다.

먼저 내가 든 생각은 인종, 성별처럼 타고나는 귀속적 지위에 대한 부당한 혐오랑, 누군가 저지른 업보/과오에 대한 이유 있는 혐오가 동일선상에 놓일 수 있나..? 예를 들어 흑인혐오 vs. 불륜혐오는 별개로 봐야할 혐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혐오란 게 무조건 나쁜 거냐? 정당한 혐오도 있지 않나? 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의로운 분노 즉 의분이란 것이 있고 이것은 상대를 나보다 낮게 보는 게 아니라 타인의 행위에 분노하는 거라서 본질적으로 혐오와 다르다는 교수의 의견이 책 후반부에 나온다.

359쪽에 안중근 의사에 대하여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의사’라고 교육 받지만, 폭력이 수반된 행동이었기 때문에 의분이 아니라 혐오로 분류된다는 식의 설명이 나오는데 너무 이상적인 소리 아닌가 싶었다. 책 전반적으로 교육적이고 이상적이다. 공개 강연이라 더욱 더 보편적이고 조심스러운 톤앤매너로 안전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혐오가 없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하고. (당연한가?)

혐오에 대해서 평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이 책을 읽고 가까운 사람들과 토론을 한다면 더 좋은 것 같다. 책이 아니라 유튜브에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47)우리 개인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지금 속해 있는 국지적인 집단에 한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한국 사람이다, 서울 사람이다 등 좁은 집단 정체성에 우리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보편적 인류애를 가지려고 하기.

108)미디어 플랫폼들이 댓글란을 아예 폐지하거나 AI를 이용해서 악플을 거르거나 댓글실명제를 하려는 시도들을 했지만 혐오발언에 대한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 … 즉 혐오의 존재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 이를 외면한 채 혐오가 표현되는 공간만을 없애고 막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심지어는 현실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완전 동의. 네이버는 아직도 댓글란 폐지, 이모티콘에 특정 몇몇 감정표시만 가능하도록 설정되어 있는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게 맞나 싶다. 그런다고 어떤 개선이 되는지?

110)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한계, 인지적인 편향 등을 잘 인지하고 이로 인해 우리 판단이 잘못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둘 것

129)(나치 희생자) 당시 장애인들을 그린 포스터에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환자가 60세가 되기까지 6만 마르크를 소비한다’ ‘여러 사람의 의료 인력을 소비한다’라고 적혀 있다. 인간을 존엄성 측면에서 보는 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한 게 뭔가’ ‘소비한 게 뭔가’ 관점에서만 바라보면서 쓸모없으니 죽여야 된다는 극단의 논리를 만든 것.

135)처음 누군가를 공격하고 폄하할 때 그걸 용인하고 방조하고 속으로 동조하게 되면 그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는 다른 누군가가 또 타깃이 되고, 결국에는 내가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학교에서 왕따도 이런 케이스 있는 듯. 계속 타깃을 삼는 거)

208)민족이라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절대적이고 고유하고 본질적이고 변화될 수 없는 게 아니라는 점. 그래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민족을 학살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

240)희생양 이론 : 정치가들이나 권력자들은 자신들에게 향하고 있는 분노를 이용할 때, 저항할 수 없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다.

305)다른 생각과 다른 가치를 가진 맞지 않는 사람을 배제해버리고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받아들여서 함께하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게 코로나가 주는 인문학적 가르침이 아닐까. (정말 이상적인 얘기다..)

312)스스로 어떤 상화에서는 주류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때에는 비주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355)내가 경험하는 편견, 차별도 굉장히 관심의 대상이지먼 부당하게 내가 누리고 있는 이득들은 뭐가 있을까 살펴 봐야겠구나.

368)과연 미러링이 대항 의도를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고 전략적인가? 아니란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여성이 받은 차별과 피해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조차도 거리를 두고 싶게 만드는 극단적인 표현들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무력화시키려는 목표 달성에 그다지 도움 주는 것 같지 않아. (이은주 교수님 발언인데 아까 댓글창 없앤 거에 대한 의견도 그렇고 나랑 관점이 비슷하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