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솔직한 글. 말년에 쓰신 글이라 그런지 다소 민감할 법한 이야기에도 실존 인물 이름이 마구 등장한다. 워낙 예전 일이라 쿨하게 쓸 수 있는 것일까? 독자로서는 재미있지만.
동시에 유머 넘치는 글.
이렇게 성공한 작가이자 감독도 자신에게 실패작들이 많고 그것을 계속 담아두고 곱씹었다는 사실.. 세상에 성공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없을 거다. 원제는 이게 아니다. 국내 번역본의 제목은 수록된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인데, 왜 제목으로 했는지 알겠을 정도로 좋은 문장이라 생각한다.
엄마의 알콜 중독, 두 번의 이혼, 남편의 불륜, 루시라는 친구가 세상을 떠난 뒤 달라진 크리스마스 만찬, 이혼에 대한 이야기 등 인생에 대해서 찡한 부분도 많다.
인생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지만도 않은, 재밌는 에세이를 찾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52)나는 꼬마 때부터 늘 나중에 뉴욕에서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사이의 일들은 전부 인터미션일 뿐이었다. 나는 그 막간의 휴식 같은 시절 내내 뉴욕이 어떤 곳인지 상상하면서 보냈다. 나는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신비롭고 가능성이 풍부한 곳이리라고 꿈꿔왔다. 원하는 것을 진짜로 얻을 수 있는 곳. 미칠 듯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 완전히 둘러싸여서 살 수 있는 곳. 내가 유일하게 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믹었던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곳. 바로, 기자가 될 수 있는 곳 말이다. 그리고 그 꿈은 사실이 되었다.
59)우리는 여성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성장했는데, 릴리언 로스가 감히, 그것도 우리 집에서, 그 사실에 의문을 표했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어머니는 내쫓아버렸다. 나는 이 일화를 사랑했다. 어머니가 옳았고 나머지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는 이야기 전부를 사랑했다. 특히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어머니가 다른 평범한 어머니들 같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면서 더욱 그랬다.
88)나는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빠르게 얻는 편인데, 이번에 얻은 교훈이란 실제로 큰돈을 물려받지 않았던 게 결과적으로는 대단한 행운이었다는 사실이다. 안 그랬다면 나는 인생을 바꿔놓은 각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끝내지 못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194)나는 살아남았다. 나의 신념은 ‘털고 일어나자.’다. 나는 내 경험(남편의 외도와 이혼)을 쾌활한 이야기에 녹여내어 소설을 썼다. 그 소설로 번 돈으로 집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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