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소설가의 일ㅣ김연수ㅣ소설가가 쓴 산문

기로기 2021. 11. 15. 09:58

우리가 욕망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에 그 욕망을 가리기 위해 짐짓 하는 말들이 바로 문학의 말들이다. 캐릭터가 자기 속마음만 말하지 않아도 그는 어느 정도 입체적이고 복잡한 인물이 된다.

소설가는 그가 어떤 정치적 신념을 지녔든 진보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소설은 변화의 이야기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과거-안다, 현재-산다, 미래-모른다의 공식. 인생 문제의 대부분은 자꾸만 과거 속에서 살려고 하거나,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을 모르거나, 미래를 알려고 할 때 일어난다.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써라.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말고,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써라.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학술적으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한 번 나를 안아주는 것만 못하다.

 

 

최초작성일 : 2018.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