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찌질한 인간 김경희ㅣ김경희ㅣ내 또래 여자의 고민이 담긴 에세이

기로기 2021. 11. 14. 09:39

제목이 매력적이다. 자기 자신을 찌질하다고 말할 수 있다니.

미래, 나이, 돈, 인간관계, 결혼 등 여러 가지 고민들.
아주 가볍게 쓴 글이지만 센스가 있고 진심이 담겼다.

아 그리고 배우 박정민에 대해 6번 정도 나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




28쪽) 친구가 전부였던 시절에는 별일 아닌 일에도 통화 버튼부터 눌렀다. 이제는 저마다의 고단한 삶이 있으니 쉽게 누르지 못한다. 기댈 곳이라고는 카페 구석의 벽. 지하철 맨 끝자리 손잡이. 기댈 곳이 사람에서 사물로 변해간다.

45쪽) 이제는 각자의 생활을 자세하게 설명해야 서로의 일상을 겨우 5분의 1쯤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공감하고 있던 건 서로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환경 아니었을까. 그러니 환경이 바뀌는 순간 우리의 공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밖에.

71쪽) 시행착오를 하는 게 당연한 인생인데, 사람들은 모두 내보일 만한 결과와 그럴듯한 인생을 보여주려고만 한다

85쪽) 별수 없는 일을 끙끙거리며 살고 있지 않나 싶었다. ... 별수 없다. 나도 별수 없는 거다.

92쪽) 마트에 잘 손질된 파인애플이 있는 건 불확실한 삶 속에서 그나마 확신할 수 있는 일이다. 마트 정기휴무인 일요일 전날, 토요일 밤에 가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확실함이 그나마 위로가 된다. 나는 여전히 확실함과 불확실함의 경계에서 하루를 산다.

94쪽) “내 말 들어.”가 아닌 “네 마음을 따라.”라고 했어야 했다.

100쪽) (클럽 가는 걸 남친에게 허락 받고, 남친하고 여행가는 걸 친구랑 간다고 부모님께 뻥치는 에피소드가 나오고) 친구들은 언제쯤 허락이 필요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112쪽) 엄마, 원래 모든 사람이 다 그래. 내 인생만 힘들고, 남의 인생은 쉬워 보이는 거야. 엄마, 원래 기혼 여성은 결혼이 쉬워 보이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127쪽)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요. 그럼 금방 지쳐요.

144쪽) 꽃 선물도 돈과 함께할 때 좋은 거였다. 꽃보단 현금, 여자이기 전에 사람.

197쪽) 오랜만에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며 하루를 보냈다. 하루 쉰다고 큰일 나지 않았다. 오늘의 내가 미룬 일은 내일의 내가 어떻게든 해결한다. 그러니 하루쯤은 쉬었으면 한다.

220쪽) 지금은 생각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던 일을 하며 산다. 5년 후에 어떤 일을 할지는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지금 잘 살고 있는 걸 보니, 지금의 고민 역시 부질없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231쪽) 그 순간을 상상하면 괜히 기분이 좋다. 지금의 고단함을 견뎌내면 왠지 좋은 날이 올 것 같은 느낌. 분명 별다를 것 없는 시간을 보낸다는 걸 숱한 경험을 통해서도 알고 있는데도. 어쩌면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 계속 견디는 건 아닐까.

235쪽) (친구들의 결혼과 육아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어째 갈수록 줄어든다.

261쪽) 갑자기 약속을 깼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가까운 사이니 솔직하게 말할 수 있지. 하지만 ‘조만간 보자’는 말이 영 걸렸다.

267쪽)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관계가 쭉 지속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관계는 없다. 흐르는 대로 사람을 만난다. 모두가 스치는 인연이다. 지금 옆에 있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할 순 없다. 그저 웃고 떠들며 지금, 순간에 충실할 뿐.

304쪽) 메는 가방이 달라졌고, 나누는 대화가 달라졌다.

 

최초작성일 : 2018.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