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서 자살 기도까지 했던 저자가 다친 몸과 마음으로 시골에 가서 자신이 소장한 책으로 사설 도서관을 열고 겪은 일과 평소의 생각을 책으로 냈다.
이 도서관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도 우치다 다츠루의 책에서 봤던 것 같다.
주변이 관광지도 전혀 아니고 정말 시골 숲 속에 있는 자신의 집 일부를 도서관으로 개방하는 곳이라 이곳을 콕 집어 찾아가는 게 아닌 이상 여행에서 지나가면서 만나게 될 일은 없을 곳이다.
먼저 책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내어 세상과 연결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도서관을 연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생각이 깊고 따뜻하고 글 실력도 좋아서 재밌게 읽은 책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내 집에 들어와서 내 책을 빌려간다는 게 나로서는 상상 조차 어려운데..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생각을 열게 해주었다.
저자가 남편과 함께 팟캐스트도 꾸준히 하고 인스타도 운영하고 여러 도서 관련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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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어째서 유령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해보자면, 저에게는 유령이나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보다 '저 사람은 유령이야. 이편이 아닌 저편. 뭐라고 외치는 것 같지만····' 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없애려는 쪽이 훨씬 더 무섭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떠오릅니다. 저도 언제 물질적 혹은 사회적으로 유령이 될는지 모릅니다. 누구라도 우연찮게 저편에 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이편, 인간 편에 계속 설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건 조금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유령 쪽에서 생각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유령의 입장에서는 이편이 '저편'이니까요.
갑자기 인생에서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미지를 미지로 남겨두기를 실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동서고금의 책들로 빼곡한 서가를 둘러보며 걷기만 해도 모르는 것을 향한 회로가 틀림 없이 연결될 것입니다. 모르는 것을 잔뜩 발견하고 바라보다 보면, 그것이 입구이자 희망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도서관을 방문해 책등을 바라보거나 책을 펼치는 행동은 '모르는' 것에 다가가는 연습이 됩니다. 어떤 책, 어떤 저자, 어떤 인생의 주제를 만나 당신이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는 가장 큰 미지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모르는 것에 몸을 온전히 맡겨도 괜찮구나, 오히려 반짝이는 수면으로 뛰어드는 것 같아, 하고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반짝임이야말로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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