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이라고 다 좋지도 않고, 나쁜 일이라고 다 나쁘지만도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친구들과도 많이 나눈 주제다.
이 책을 쓴 저자가 말하는 건물주도 그렇다. 기쁨도 슬픔도 있다.
건물주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지는데, 편안한 말투에 솔직한 이야기라서 실제 지인한테 생생하게 얘기를 듣는 것 같아서 좋았다.
대형빌딩 소유한 건물주가 아니고 3층짜리 원룸 세입자 관리하는 건물주다. 직접 몸으로 고생하며 겪은 진짜 있었던 일들을 이렇게 알려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이 있기 때문에 나만큼의 상식을 지니지 않은 사람도 얼마나 많은가.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세입자를 가려받고 싶은 것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본 바 원룸 건물주는 (하려는 생각도 없었지만) 정말 나와는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회사를 다니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스트레스 적게 행복하게 사는 길을 선택하고, 돈이든 사람이든 레버리지를 쓰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내기를 선택하는 가치관이 나랑 비슷하다.
"뭐라도 사들고 찾아가서 인사해보면 어때요? 저 같으면 그분에게 엄청나게 잘해줄 것 같아요. 그냥 조금 잘해주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요. 옆집 쓰레기도 다 제가 치워주고요. 매달 뭔가 사서 선물하는 거예요. 만약 매달 돈 몇 십만 원으로 해결이 된다면 엄청 싼값에 해결되는 거잖아요." (옆집 사람 때문에 너무나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현명한 후배가 해줬던 조언이라는데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 나오는 지혜와 일맥상통한다.)
저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걸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은퇴 후 4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앱 개발로 벌어들인 소득이 회사 다닐 때의 연봉을 넘어섰습니다. 더 이상 제 자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게 된 것이 너무너무 기쁩니다. 나 혼자의 힘으로 세상이 인정하는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그제야 평안을 얻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부럽지 않게 되었지요.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라는 게 부자가 되는 데 있어서 과연 중요할까요? 중요합니다. 월급이라는 것은 본인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니까요. 본업에 집중해서 자기 능력을 올리는 것만큼 좋은 투자는 없습니다.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보다 훨씬 중요한 투자입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돈은 돈을 벌지 못하거든요.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쪼그라들기만 합니다. 이 돈이 쪼그라들지 않게 지켜내고 불리는 것은 그 돈을 가진 사람의 실력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돈을 지키기는커녕 주위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휘둘려서 가진 돈을 잃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걸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얼간이 같고 운만 억세게 좋아 보이는 어떤 돈 많은 놈이 자산을 꾸준히 불려왔다면? 그 사람은 얼간이가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겁니다. 어떤 점에서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지, 운 좋은 놈이라고 내리깔고 배 아파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책은 싸우지 않고 해결하는 것입니다. 뒷집에 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마침 아저씨가 계십니다. 저는 앞집에서 왔다고 공손하게 인사를 드립니다. 이런 대화를 할 때는 예의 바르게, 그리고 웃으면서 말해야 잘 풀립니다. 마음속 전의가 상대에게 드러나버려서 일이 틀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배운 것입니다. (불법주차하는 차량한테 돈 받고 본인 건물에 월주차 하게 해주면서 윈윈한 이야기도 인상적임)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내 건물만 보지 말고 주위에 있는 건물들까지 유심히 봐야 합니다. 내 건물은 그대로 있어도 주위의 건물들이 부서지고 새로 올라가면서 많은 조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했어야 하는데, 역시나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깨닫게 됐네요.
욕심이 불쑥 올라왔다가도 저는 곧 이런 욕망을 다시 가라앉힙니다. LCD 모니터를 쓰다가 다시 브라운관으로 돌아갈 수 없고 큰 집에 살다가 작은 집으로 갈 수 없듯이 한 번 씀씀이가 커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까 봐 무섭습니다. 이렇게 소비를 절제하는 것이 제가 가진 자산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줬을까요? 글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끼기만 한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런 태도가 제가 마음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을 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팬데믹 시기에 주식 시장이 나빠 모두가 힘들 때도 저는 별 걱정 없이 현금을 더 사용해서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무리해서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었다면 아주 고통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현금 흐름에 비해 씀씀이가 작으니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마음이 항상 편합니다.
레버리지를 사용할 때는 잘 풀릴 때만큼이나 정반대 상황일 때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런데 레버리지라는 게 꼭 돈을 빌리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일하는 것도 일종의 레버리지입니다. 이때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지렛대로 사용합니다.
지금 제가 회사 다닐 때보다 편하게 돈 벌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유롭게 일하고 있고 실제 노동 시간도 얼마 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링 위에 올라와서 수없이 맞으면서도 내려가지 않고 5년을 버텼다는 사실은 잘 알아주지 않습니다. 부모님 잘 만나서 건물을 받은 게 아니라, 10년 가까이 회사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있는 돈 없는 돈 아껴 쓰면서 모은 돈으로 건물을 샀다는 것도 물론 몰라줍니다. 회사원의 연봉이 그저 그런 것은, 회사원으로 돈 버는 게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일이었다면 회사원이 이 세상에 이렇게 많지도 않았을 겁니다.
1억 원을 빌려 특정 날짜에 1억 원을 갚는다는 약속이 저당이라면, 근저당은 1억 원을 특정 날짜까지 갚되 중간에 일정액을 갚거나 다시 빌릴 수도 있는 약속입니다.
모든 사람에겐 다 자기만의 재능과 관심 분야가 있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시스템이 뭘까 고민해보고 이를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만들어도 좋고, 회사에 다니면서 아주 작게 시작해봐도 좋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시작해서 매일매일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게 쉬운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완성되었을 때의 만족감과 실질적인 이득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일입니다.
10년여의 건물주 생활 동안 제가 깨달은 것은, 건물주가 적성에 맞는 사람들이 건물을 운영해야지 그저 매달 나오는 월세만 바라보고 건물을 덥썩 사면 고생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독서기록 > 경제&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티프래질ㅣ나심 니콜라스 탈레브ㅣ역시 나심 (1) | 2023.03.05 |
---|---|
아파트 투자는 사이클이다ㅣ이현철ㅣ희망을 잃지 말자 (1) | 2023.02.04 |
절대수익 투자법칙ㅣ김동주(김단테)ㅣ올웨더 포트폴리오 공부 (0) | 2023.02.01 |
뉴욕주민의 진짜 미국식 주식투자ㅣ뉴욕주민ㅣ미국주식 기초 다지기 (0) | 2023.01.13 |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ㅣ피터 린치, 존 로스차일드ㅣ피터 린치 선생님 책 드디어 완독 (0) | 2022.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