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커밍 업 쇼트ㅣ제니퍼 M. 실바ㅣ미국 노동계급 청년들의 생각 들여다보기

기로기 2022. 9. 11. 00:55

“불확실한 시대 성인이 되지 못하는 청년들 이야기”라는 소개 문구와 출판사 서평에 꽂혀서 서둘러 읽어봤는데 한국 출판사가 요즘 국내 실정에 맞춘 마케팅을 너무 잘했나 싶기도 하다. 실제 미국에서 책이 나온 건 거의 10년 전이고 미국의 노동 계급을 특정해서 인터뷰한 결과물이기 때문. 먹고 살기 점점 힘들어지고 사회가 양극화되는데 어째서 청년들이 보수화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걸까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먹고 살기 이렇게 힘든데 나는 안 도와줬으면서! 쟤도 도와주지마! 로 느껴졌다. 작아져가는 파이 안에서의 다툼. 정작 그 파이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고.

책의 내용을 러프하게 요약하면, 미국의 (배울 만큼 배운 엘리트 청년이 아닌) 노동 계급 청년들이 취직, 자립, 결혼 이런 걸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 정신승리하면서(무드 경제) 어른이 된다는 거지?

학자금 대출이 미국의 크나큰 사회적인 문제라더니.. 진짜 학위장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침 최근 바이든의 학자금 대출 관련 정책 발표가 있었다.)

인터뷰이 중에 어린 시절 가족이나 학교에서 받은 트라우마가 큰 사람들이 많았다. 근데 띠용 싶은 사례들도 많네.. 학교에서 사고친 거 면접에서 지입으로 말해서 불합격하고 마약 걸려서 불합격하고.. 빚지고 얼마 빚졌는지도 모르고 파산하고 싶은데 변호사 면담비 10만원이 없어서 파산을 못해? 세입자 구하는 사람 거절하기 미안해서 들어가서 모르는 사람들이랑 살았다?

이게 2008년에 조사 시작하고 2013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책인데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이 책에 나왔던 사람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다들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청년들도 ‘희망’을 갖게 되길..


16)coming up short : 특정 기준이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coming of age(성인이 되다)와 대비을 이룸

47)자원이 부족한 세계에서 인종은 원한과 두려움의 원천이 된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백인들은 잃어버린 특권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이들은 소수 민족이 정부 지원도 많이 받고 고용 우선권도 확보했다고 생각해 쓰라림을 느낀다.

55)신자유주의가 청년들에게 혼자 힘으로 경제적 성공을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치듯, 무드 경제는 이들이 감정적 운명을 스스로 책임지게 만든다. … 무드 경제는 행복을 사유화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아주 잘 들어맞는다.

148)남성과 여성 모두 임신과 더불어 세계관, 인간관계, 자신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증언했다.

159)규제 완화와 민영화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을 이 가족이 어떻게 그리고 왜 신자유주의의 약속을 그렇게나 신봉하게 된 걸까? 어쩌다 미국 노동 계급은 자유 시장이 정당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 노동 시장과 제도 모두에 배신당한 노동 계급 청년 남녀의 깨달음. 자기가 혼자 힘으로 살아남았으니 남들도 그래야 한다고 여기는 것. 혼자 힘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과 자신 사이에 가혹한 경계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도움박을 자격이 없다고 여겨지는 타자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해 깊은 적대감을 표출한다.

195)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도에 느낀 배신감이 제도가 자격이 부족한 누군가를 도왔다는 분노로 이어진 것이다.

205)우리 시대의 공통 감각은 구조적 불평등을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다.

216)나는 무드 경제 개념으로 치료적 성인기라는 현상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내 주장은 노동이나 결혼 같은 전통적인 통화가 아니라 까다로운 감정들을 자아 변형 서사로 조직하는 능력이 성인의 정당성이나 자존감을 구매하는 수단이 된 사회 세계에 노동 계급 남녀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 어두운 이면이 있다. 자립 그리고 사회적 유대 관계들과의 단절을 자존감 있는 삶에 이르는 유일하게 상상 가능한 길로 만들 위험이 있다.

239)청년들은 성인이 되는 과정과 결부된 제조들에서 가용한 문화적 자원에 맞춰 자아를 구축한다. (모두가 치료 서사 방식인 건 아니고.. 종교든 직업적 문화든..

259)물질적 자원의 부족만이 아니라 자아관리를 고통에 대응하는 당연하고도 유일한 해법으로 만든 문화 논리가 초래한 비극

264)불만의 논리는 사람들이 체계가 아니라 서로를 공격하도록 이끈다 - 1973년에 나온 책에서 이미 이렇게..

275)그러나 감정적인 해결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이가 건강한 자아다움에 대한 저만의 비전을 기획할 도구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284)희망 존엄 연결을 약속하는 다른 이야기를 말할 수 있으려면 생활 임금, 기초적 사회 보호, 미래와 대면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보장받은 상태로 성인기를 향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계급 연대를 위해 인종 분리를 극복해야 한다. … 청년들은 성인이 된 이야기를 감정 관리로 환원하지 않고 불안전 및 상실과 맞서 싸우게 될 것이다. … 경직된 자아들이 아니라 연결과 상호 의존을 발전시키는 존엄의 관념들.

293)자기 경험의 증인이 될,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를 찾고 싶은 이 갈망이야말로 성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내 분석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