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여성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ㅣ신박진영

기로기 2022. 4. 19. 14:01

성매매가 지극히 개인적 관점에서 볼 문제가 아니란 걸 확실히 알았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친구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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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성매매는 사업도 직업도 아니며 결코 이를 노동이라 부를 수 없다는 최소한의 선을 가지게 되었다.

성매매가 곧 성 착취다.

28) 스스로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끌어내리지 못해 안간힘을 쓰고, 여성을 구매할 수 있는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그토록 애쓰면서, 동시에 여성들을 창녀라 낙인찍을 수 있는 그 자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35) 한국의 성매매는 남성들이 받는 모든 서비스 업종에 부차적으로 제공되는 형태였다. 남성들이 가는 곳 어디든 성매매가 가능하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매매는 이미 남성들의 일상이었다.

37) 문제는 애초에 남성이 성욕을 풀기 위한 기본권처럼 성매매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38) 성매매는 본능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와 경제, 즉 구조화된 체계 속에 있다.

49) 어떤 범죄로부터도 완전무결한 상태인 사회는 없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무엇을 용인하고 무엇을 용인하지 않는가다. ... 우리가 성매매를 용납하는 정도에 따라 그 규모 또한 줄어들 수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59) 과거 노예제가 있었다고 해서 지금도 신분제과 노비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래되었고 예전에도 있었다는 것이 현재도 존재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성매매)

89) 성매매 알선 업소들과 공권력의 뿌리 깊은 유착/부패는 성매매 시장의 본질적 성격에 기인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서는 성매매 알선 조직의 거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엄청나게 커진 규모의 경제가 권력을 만들고, 이 권력이 공권력조차 하수인 또는 공모자로 만든다. 경찰도 이 잘나가는 사업에 끼어들기 위해 업주와 친구가 되고 투자자가 되고 결국 스스로 업주가 된다. 검찰은 스폰서 노릇을 자처하는 거대 업소의 조력자가 된다.

90) 시장과 구조의 문제를 누락한 채 성매매 문제를 개별적이고 단발적 사안으로 다루고 관련 논의를 꾸준히 축소하는 것 역시 이 시장이 단단한 뒷배와 힘을 가졌다는 반증

90) 권력과 결탁한 성매매 구조는 성 구매 행위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만들어주고 남성이라면 사회생활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풀기 위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시켜왔다. 그 결과 수많은 남성이 이것을 선택의 문제가 아닌 남성으로 태어난 이상 거쳐야 하는 경험이자 주어진 권리로 여기게 되었다. 이 ‘구매’는 남성들 간의 경제 격차를 부각시켜 남성들 안의 소외를 낳고 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에서 이러한 소외를 느끼는 남성들은 ‘상품’인 여성들을 향해 분노의 화살을 겨눈다.

97) 한 성매매 집결지의 산부인과 의사는 ... 불법 의료 행위를 한 지 30여 년 만에야 처벌을 받았다. 업소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독한 다이어트 약과 우울증 약을 동시에 판매하며 ...

106) 어차피 성매매를 할 바에야 검사를 해야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성매매 여성 대상 성병 검사를 집행한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며 이때의 성병 검사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113) 성매매를 수반한 남성 중심적 회식과 접대 관행은 여성들에게 또 다른 유리천장. 중요한 결정을 공유하고 관계를 만드는 이 남성들의 유흥에서 배제당한 채 수많은 기회를 잃는 여성들, 을의 위치에서 접대의 부담에 시달려야 하는 기업들, 이를 견디지 못하는 남성들 또한 이 거대한 산업의 희생자다.

115)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 관련) 생물학적 조건들이 가격을 매기는 기준이 되고 이를 공유하며 노는 그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남성들이 이런 문화, 이런 인식에 길들여진다는 게 과연 어떤 사회적 가치를 형성할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116) 한국의 성매매는 집단문화다. 남성 집단 내 결속의 장으로 기능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성 집단 내 학습으로 성 구매는 당연시된다. 그동안의 많은 연구가 성 구매가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남성 본능이 성 구매를 가능케 하는 것이 아니고 그게 가능한 사회적 환경이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124) 남자는 성공하면 여자를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다는 성매매 사회의 교육 각본은 성매매를 부추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성공 각본에서 탈락한 남성들을 피해의식에 갇힌 음지의 성범죄자로 키운다.

144) 성구매를 남성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인정받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 힘겨운 일이다.

147) 성매매는 그 존재만으로 성폭력의 경계 자체를 사라지게 한다.

157) 애초에 성매매에 유입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165) 빈곤하고 자원이 없는 채 아동-청소년기를 보낸 여성들에게 성매매가 유일한 선택지가 되지 않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성매매 여성 개인을 악마화하고 지탄하며 왜 성매매를 하느냐 여성에게 묻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다. 거대한 성매매 시장을 어떻게 줄여나가고 구조 자체를 바꿔나갈지 답해야 한다.

179) 프랑크프루트에서 만난 활동가는 성매매가 합법화된 이후 오히려 여성들의 죽임이 더욱 사소한 것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184) 거대해진 성매매 시장이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자체가 되며 여성들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그 시장 안에서 권력층의 부패와 비리와 유착이 이루어지고 남성들의 관념 속에서 섹스는 성매매를 기준으로 치환된다.

221) 한국의 남성 지식인들은 성 노동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당사자성에 열광하며 성 노동론에 힘을 싣지만 정작 성매매의 폭력적 본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성 구매자의 문제, 알선업자와 내통하는 권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며 그저 성매매가 자신에게 필요하다 말하는 여성의 말에 취해 ‘당사자들이 원하니까’로 이야기를 가져간다. 성인 남성 절반이라는 성 구매율과 세계 6위 성매매 규모를 만들고 유지시키는 이 사회 안에 위치한 자신들의 당시자성은 쏙 뺀다.

226) 빈곤 계층 남성들의 섹스할 권리가 성매매 안에 있다는 주장도 수차례 반복된 낡고 오랜 생각이다.

227) 성매매는 사회문제이지 사생활이 아니다.

231) 스웨덴은 성매매를 도덕의 문제가 아닌 여성 대상 폭력이라는 인권 문제라 판단했고 여성 폭력 관련 법률 중 하나로서 성구매금지법이 제정되었다.

 

 

최초작성일 : 2021. 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