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연대기> 감독님이 쓴 책.
다큐에는 실리지 않은 이야기도 많아서 좋았다.
읽기 시작해서 100쪽까지 3시간 넘게 정독했다. 그만큼 손에서 놓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직전에 읽은 <네, 저 생리하는데요?>보다 더 관점이 거시적이고 새겨들을 구절이 많다는 느낌이 든다. 생리 뿐 아니라 몸, 교육에 대한 얘기도 많기 때문에.
일화도 다양하다. 근데 너무 일상적이고 공감이 가서 슬플 지경이다.
책에서 소개한, 여자애가 자기 생식기를 거울로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는 애니메이션 <빅 마우스>에서 해당 장면 봤는데 재밌다 ㅋㅋㅋ 대화한다 I’m you 라고 하면서 ㅋㅋㅋ
나는 생리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생리통으로 고생을 했으니 당연하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지식도 더 생겼고 경제력도 생겼다. 완경 때까지 생리와 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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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나는 시종일관 여성이 여성임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생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남성들이 이제껏 자신과는 완벽하게 무관한 일로 치부해버린 것이 생리라고 생각한다.
39) 생리는 남성들에게 임신, 섹스, 질을 떠올리는 성적인 행위로 여겨졌고, 이런 의식은 거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정서가 되었다.
41) 생리는 순수한 몸의 메커니즘 중 일부다. 한 달에 일주일씩 피를 흘리는 사람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 쉴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차별이다. 그런데 사람들는 왜 피를 흘린다고 휴가를 주냐, 역차별이라고 핏대를 세운다.
46) 생리는 나쁜 피. 엄마는 거의 평생을 그렇게 믿고 살았다. 어디서 들었는지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몸 안의 불순물들이 피와 함께 나오는 것이 생리혈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49) 여성이 왜 생리 주기에 많은 양의 피를 흘리는지에 관한 의견은 다양하다. ... 의무교육이라 불리는 공교육 안에서 반드시 몸교육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이 책에서 백번은 강조하고 싶은데, 생리를 ‘성적인 의미’와 분리시키기 위해서다.
60) 의학과 철학, 문학이 태동해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목소리와 사유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철저히 남성 중심으로 학문과 문화가 정착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여성들은 남성들이 다져 놓은 언어로만 학습해야 했다. 그로 인해 남성 중심 사회는 더 공고해졌다. 기울어진 세계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선 성별을 아우르는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
64) 사람들이 주로 보는 TV드라마와 상업영화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피 흘리는 일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 이제 이런 이야기를 남성들과 공유하고, 인류 절반의 경험과 기억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유산, 공동의 기억이 되도록 해야 한다.
79) 남자 선배들이 모여 앉아 있는 술자리를 그려 보았을 뿐이다. ... 인간적인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줬다고 믿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오갔을 내 몸에 관한 말들.
81) 사람들은 말한다. 왜 성폭력 피해자들이 폭력이 일어난 순간에는 아무 방어도 하지 않았다가 한참 뒤에 그 일을 끄집어내 폭력이었다고 말하는 거냐고. ... 하지만 피해 당사자도 당시에는 그게 폭력인 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게 폭력이라는 걸 미리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지식이나 경험이 깊어지면서 그때 그것이 폭력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혹은 무심코 길을 걷다 갑자기 온 마음과 몸이 진동하면서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랬다. (여기서부터 83쪽까지 쭉 스크랩하고 싶음)
132) 팬티에 묻은 피 얼룩이 다 제거되지 않아도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이 피는 멈추게 할 수 없고, 그 피가 팬티에 얼룩으로 남는 것 또한 내 잘못이 아니니까.
152)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닌 저자가 남성 개신교 중심의 성경 교육을 받아 혼전순결이 아닌 것에 죄책감에 가졌고, 그런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는 ‘자매’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이야기)
230)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선택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몸과 필요에 맞춰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할 수 있으려면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초작성일 : 202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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