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쪽 가량 되는 소설인데 몇 시간 안에 읽었다.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우울하다. 비정규직, 성소수자, 독거노인, 요양소, 끝없는 육체노동..
화자가 60대의 엄마다. 점점 화자에게서 작가가 보였다.
※ 하단 스포일러 주의
끝내 엄마는 딸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기 전에 이해할 날이 올까 생각하며 소설은 끝나는데 그게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30대의 건강하고 튼튼한 몸. 그러나 딸애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걸 가졌는지 알지 못한다.
흥청망청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서 허비하고 또 허비하는 젊은 애들. 나는 밤거리로 쏟아지고 버려지는 매혹적이고 건강한 시간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나는 매사 너무 나이가 많은 사람처럼 굴고 있는지도 모른다. 늙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어떤 가능성들을 하나씩 베어 내면서 일상을 편편하고 밋밋하게 만드는 데에만 골몰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 애들이 자신들의 노년을, 젊은 날에는 어떻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그때를, 그렇지만 반드시 찾아오고야 마는 그 순간을, 단 한번이라도 생각하게 하고 싶다.
젠의 죽음이 누군가의 일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노동의 일부분으로 취급되는 게 끔찍했다는 이야기다. 처리해야 하는 잡무처럼 아무 성의 없이 이뤄지는 게 견딜 수 없었다는 고백이다.
최초작성일 : 2018.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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