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단편 <최애의 아이>를 인상깊게 봤고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게 되었다.
올해 문학동네 온라인 연재와 관련해서 잡음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앞으로 좀 더 신중한 행보를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이 소설은 아이돌 소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납치를 강행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소설 초반 150쪽 정도까지는 정말 흡인력이 대단했다. 영화화가 되는 것도 잘 그려지는 이야기였다.
소년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였는데 미스터리하면서도 무슨 일이 자꾸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흥미진진했다.
소년을 간병하는 세 여성이 번갈아 등장하는데 각 여성에 대한 소년의 마음이 다 다르다.
미희는 예뻐서 좋아하고, 나미는 그래도 여자로는 느끼고, 안나는 역겨워 하는 것 같다.
저 여자들은 누굴까 궁금했는데, 그 이후부터 시점이 여자들로 변경되면서 오히려 재미는 반감되었다.
소년의 시점이 다시 등장하길 바랐는데 등장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읽고 나니 이 소설은 소년의 마음을 파헤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소년을 욕망하는 여자들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라 소년의 이야기는 딱 거기까지일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인간의 아주 추악하고 어두운 욕망을 묘사하고 있어서 보기에 따라서 역겹고 끔찍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길티플레저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수많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망되고 선택받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욕망될 수록, 선택받을 수록 성공하는 것이니 더 욕망되고 싶고 더 선택받고 싶을까? 그것에 끝이 있을까?
그들이 진절머리 나지만 그들이 모두 떠나버리면 자신의 가치는 없어지고 만다는 역설.
그럼에도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환상을 파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점점 더 권장(?)되고 당연시되는 시대다.
회사는 이걸 더 정교한 전략으로 발전시키고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어서 더 높은 수익을 내려고 할 것이다.
정말 부작용은 없는 걸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어디까지 가능해질까?
공부하고 싶다.
ㅡ
102)그로부터 이 년 뒤 다시 만난 요셉은 브라운관 안에 있었다. 그는 소원대로 가수가 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광기의 사랑이었다. 넘치지만 줄 데 없던 소녀들의 애너지를 요셉은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마치 성자처럼 굴었다. 점처럼 흩뿌려진 수많은 소녀 한 명 한 명을 사랑한다고 했다. 그건 진심이었다. 하지만 사랑의 결은 여러 가지이고, 그 역시 한편으론 평범한 소년이었다.
206) 그렇다고 스스로 저주를 풀 정도로 영특하진 않으니, 남은 건 왕자의 키스뿐이었다. 잡는다. 미희는 이를 갈며 생각했다. 요셉을 잡는다. 왜냐면 요셉은 자신의 손이 닿는 것 중 가장 높은 곳에 달린 열매니까, 게다가 그건 미희가 응원과 사랑과 시간으로 기른 것이었다. 열매를 따는 일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사다리도 없고, 어쩌면 어깨가 빠지거나 발목 인대가 늘어날 테지만 상관없었다. 일단 손에 넣기만 한다면 열매는 절로 껍질을 벗으며 물을 뚝뚝 떨굴 것이다. 즙이 흐르는 과실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미희는 오래된 저주에서 풀려나 영원한 행복의 성으로 올라갈 것이다.
246)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겐 좋아하는 사람의 피고름도 사랑할 배짱이 없으면 시작하지도 말라는 이야기로 들려요. 만약 여자가 부처님 앞에서 예, 그렇습니다. 그의 눈물도, 콧물도, 침도, 피지도, 피고름도 모두 다 사랑합니다. 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럼 부처는 아난다를 여인의 손에 넘겨주었을까요? 게다가····"
나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 오물까지 요셉의 아름다움이란 생각 안 들어요?"
미희는 나미의 표정에서 미묘한 우월감을 읽었다.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소년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세요?
현실세계에도요? 암만 사랑의 힘이 세다지만 정말로 한 달 동안 대소변 수발을 들어주면서도 깨지지 않는 환상이 존재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381) 그를 맞이한 수많은 빛.
별과 같이 매혹적이고 개구리알처럼 끈적하고 징그러운 수많은 점들.
그걸 보던 아버지의 얼굴에 동정과 쓸쓸함과 미약한 애정, 필멸하는 생명체에 대한 기묘한 슬픔이 떠오른 걸 본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저 여자들과 반대로 아버지에겐 자기 육체가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아버지는 아무것도 아닌, 어차피 썩어 없어질 몸뚱이를 오로지 자기의 살로만 주린 배를 채우고, 자기의 피로만 목을 축일 수 있는 불쌍한 여인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심했던 거구나. 그걸 깨닫자 나는 커다란 빛 속에 안긴 듯 평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성인이었습 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모두를 사랑하기로 한 성소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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